재선거서 국정조사로…국민의힘 '선관위 책임론' 집중
입력 2026.06.05 05:00
수정 2026.06.05 16:16
3일 밤 재선거 주장서 4일 국정조사 기조 전환
최보윤 공보단장 "원내 의견 취합" 수위 조절
"선거 결과 별개로 절차 위법 규명" 한목소리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 의원들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중앙선관위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 ⓒ데일리안 김주혜
6·3 지방선거는 막을 내렸지만, 선거 당일 발생한 이른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선거관리위원회의 전례 없는 부실 관리와 무능이 초래한 중대한 참정권 침해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펼치는 모양새다.
특히 선거 당일인 지난 3일 밤 '개표 중단 및 재선거 실시'를 강력히 주장했던 국민의힘은 선거가 마무리된 이날을 기점으로 '국정조사 및 진상규명, 책임자 문책'으로 대응 기조를 빠르게 전환하며 공세의 초점을 다듬고 있다.
선거 당일 밤,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응은 강경함 그 자체였다.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필두로 한 당 수뇌부는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를 잇달아 항의 방문하며 거세게 압박했다.
이들은 전국 오류 사례 파악 시까지 전국의 모든 개표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자당 소속 개표 참관인을 전원 철수시키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아울러 선거무효소송 제기와 선관위원 전원 탄핵 및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장동혁 위원장은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과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차례로 면담한 자리에서 "개표방송 이후 투표한 분들은 이미 개표방송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미 선거 자체가 심각하게 오염됐기 때문에 재선거를 실시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날이 바뀐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종 승리 확정 등 선거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국민의힘의 메시지 무게중심은 재선거 요구에서 진상규명과 선관위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당초 지도부가 전면에 내걸었던 재선거 주장이 다소 잦아들고, 국회 차원의 통제와 인적 쇄신 요구가 전면에 부상한 것이다.
이러한 기류 변화에 대해 최보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당 차원의 공식 조치를 묻는 데일리안에 "현재 원내에서 의원의 의견을 듣고 취합하는 상황"이라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재선거 요구 입장 고수 여부에 대해서도 "지금은 의원님들의 의견을 듣는 상황"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당내 인사들 사이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됐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당내 일각의 재선거 요구에 대해 "재선거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선관위를 향해서는 "선거용지는 많이 인쇄했다가 남으면 다시 회수하면 되는 것인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유권자들이 투표를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재선 의원은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조사 결과 정말 있을 수 없는 위법 사항이나 불법성이 드러난다면 재선거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누군가 당선됐다고 해서 재선거를 주장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거 결과와 별개로 절차상 문제와 위법성 여부는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들을 종합하면 당내 논의의 무게중심은 선거 당일 제기됐던 '재선거' 요구보다는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에 실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당의 전략 수정과 선관위 조준 기류는 이날 오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명확히 구체화됐다. 당은 선거 결과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나 패배 원인 분석에 나서기보다 선관위 책임론을 최우선 의제로 테이블에 올렸다. 사태의 엄중함을 부각해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를 "1950년대 자유당 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이자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는 선관위가 저지른 '3대 불법 범죄'로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투표 지연 사태 △공직선거법령에 없는 투표와 개표의 동시 실시 사태 △중앙선관위의 직무유기 사태를 꼽았다.
그러면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려온 선관위 업무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감찰과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송 원내대표는 당 차원의 5대 공식 요구사항으로 선관위 자체 진상 파악 외에 허철훈 사무총장과 오민석 서울시선관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이날 자정 긴급 위원회를 거쳐 "투표용지 부족 사안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현재 진행되는 개표 중단은 불가하다"고 국민의힘의 요구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다만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체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원인과 책임을 철저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날 일부 시민단체의 고발 사건이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에 배당되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경찰 수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