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증권사 CEO 중징계에 시중은행 냉가슴

금감원, 신한금투·KB·대신증권 CEO에 중징계안 사전 통보

이달 29일 제재심 결과 주목…일각선 ‘제2의 DLF 사태’ 우려도

금감원이 라임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하자 시중은행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처

금융감독원이 1조6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펀드를 판 증권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직무정지’를 염두에 둔 중징계를 통보하자 시중은행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증권사 제재가 마무리되면 은행들에 대한 제재 절차도 진행돼서다. 은행들은 펀드 판매사로서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사실상 판매사들도 피해자인 만큼 CEO 징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CEO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올 초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징계를 둘러싸고 금감원과 은행권 사이에 불거졌던 갈등 양상이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6일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 등 판매 증권사 3곳에 라임 사태와 관련해 CEO에 직무정지를 염두에 둔 징계 범위(해임 권고~문책 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금감원은 판매사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 등에 근거했다는 입장이다. 징계수위는 오는 29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결정된다.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권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와 운용사 제재 절차를 마무리하고 신한·우리·하나은행 등에 대한 제재에 들어갈 계획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24일 “라임 제재와 관련해 증권사를 먼저 정리하고 은행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아직 시기를 확실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연달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펀드 운용에 개입하지 않아 부실을 사전에 몰랐던 판매사들도 사기 피해자라며 CEO 중징계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라임 펀드 관련 소비자 배상에 적극 나섰던 점을 참작해 징계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650억원)과 하나은행(364억원)은 라임 펀드 관련 금감원의 100% 배상 권고안을 수용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과는 달리 라임자산운용 크레딧인슈어드(CI) 무역금융펀드(2713억원)를 판매한 신한은행은 가입 금액(원금)의 50%를 선지급(보상)했다.

일각에선 올 초 DLF 사태 징계 때처럼 금감원과 은행권이 또 충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은 DLF 사태와 관련해 올 초 해당 상품 판매사 CEO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해 연임과 금융권 취업에 제한을 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손 회장은 지난 3월 문책경고 등 중징계와 관련한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징계 취소 청구 소성을 제기했고 함 부회장 역시 6월 행정소송과 함께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매사로서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은행들도 펀드 사기 피해자”라며 “증권사보다는 징계 수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권사들도 라임 펀드 소비자 배상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권에도 증권사와 같은 징계 수위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29일 열리는 제재심에서 증권사들에 대한 제재 결과를 보고 다양한 쟁점 등을 검토해볼 것”이라면서 “CEO 중징계가 내려지면 은행 뿐 아니라 증권사와 금감원의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