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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협 최종 타결…위기극복 위한 '동결' 선례 만들어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9.26 07:41 수정 2020.09.26 07:57

기본급 동결의 노조 내부 반대 움직임 불구 다수 조합원 '상생' 택해

기업 생존과 미래역량 확보, 조합원 고용보장 및 협력사 지원에 초점

완성차 업계 등 다른 사업장에도 위기극복 '긍정적 선례' 작용 기대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임협)을 최종 타결했다. 당초 기본급 동결을 담은 잠정합의안에 반대하는 노조 내 일부 강성 현장조직들의 반대 움직임으로 진통이 예상됐으나 결국 다수의 조합원들은 ‘상생’을 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완성차 업계를 포함한 다른 기업들에게도 좋은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6일 현대차 노조는 전날 전체 조합원 4만9598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4만4460명(투표율 89.6%)이 투표해 2만3479명(52.8%)이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반대는 2만732표(46.6%)였다.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주식)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다.


이로써 현대차 노사는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게 됐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파업으로 교섭을 타결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임금을 동결한 바 있으며,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노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늦은 지난달 13일 교섭을 시작했으나 역대 두 번째로 짧은 40일 만에 12차례의 교섭을 진행하며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 21일 12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국내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하고, 글로벌 경제 침체로 당면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노사가 공감한 결과다.


특히 노사는 이번 합의에서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국내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안정 ▲전동차 확대 등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 대응 ▲미래산업 변화에 대비한 직무전환 프로그램 운영 ▲고객·국민과 함께하는 노사관계 실현 ▲자동차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부품협력사 상생 지원 ▲품질향상을 통한 노사 고객만족 실현 등을 통해 자동차산업 생존과 상생의 노사관계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노사는 이번 사회적 선언을 통해 코로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해 ‘상생협력 프로그램’도 그룹 차원에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사 별도합의를 통해 울산시, 울산 북구청이 추진 중인 500억원 규모의 지역 부품협력사 고용유지 특별지원금 조성 사업에 참여해 세부 지원 방안을 협의,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차량의 고품질이 고객 확보와 고용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대전제에 노사가 공감, 생산공장별 품질협의체 구성, 신차단계 노사합동 품질향상 활동 강화, 2025년까지 2000억원 규모 품질향상 투자, 공정품질 피드백 시스템 운영 등 ‘품질향상을 통한 고객만족 실현’을 위한 완벽품질 확보 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노사는 오는 28일 임단협 타결 조인식을 개최할 예정이며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도 공식 선포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 가결을 토대로 현대차 노사가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고 협력사와의 동반 생존을 일궈 나가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사가 이처럼 기업의 생존과 미래 역량 확보를 통한 조합원들의 고용 보장, 그리고 협력사와의 상생에 초점을 맞춘 임협 타결이라는 선례를 만들어냄으로써 자동차 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업계 대표기업이자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형님’ 노릇을 하는 기업인 만큼 현대차 노사의 임협이나 임단협 결과도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현대차의 임협 교섭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봐 왔다. 현재 한국GM은 올해 호봉승급분 외 기본급 동결을 기본으로 하는 2년 주기 임단협 교섭을 제안한 상태다. 기아차와 르노삼성은 아직 사측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업황이나 회사 실적을 고려하면 동결 외에 다른 카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향후 교섭에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현대차의 ‘기본급 동결 선례’를 지렛대 삼아 노조 설득에 나설 수 있다. 특히 기아차는 그동안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에 임금 교섭을 타결해 온 전례가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대승적 차원에서 기본급 동결을 수용하고 무분규로 추석 전 조기 타결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업계 1위 현대차가 기본급을 동결했다는 것은 자동차 업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시사한다. 다른 완성차 업계 노조도 고용 유지에 초점을 맞춰 교섭에 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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