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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상승"에 베팅한 개미…고개드는 레버리지 투자 신중론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09.25 05:00 수정 2020.09.24 10:32

개인, 상승 시 2배 수익 '레버리지' 코스피선 403억원 매도…나스닥은 838억원 매수

나스닥 이달 들어 10%대 급락…"버블 우려로 하락 가능성 높아 손실발생 주의해야"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하락과 나스닥 상승에 베팅하는 금액을 늘리면서 지수가 하락할 경우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경(왼쪽)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전경(오른쪽) ⓒ연합뉴스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하락과 나스닥 상승에 베팅하는 금액을 늘리면서 지수가 하락할 경우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경(왼쪽)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전경(오른쪽) ⓒ연합뉴스

개인 투자자가 코스피 하락과 나스닥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 코스피지수의 조정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 반면,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락한 나스닥지수의 약세는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지수에 대한 확실한 분석 없이 개미들이 지수 상승의 2배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추후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달 1일부터 23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403억100만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KODEX 레버리지는 코스피지수가 오를 경우 두 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이다. 이를 순매도했다는 건 코스피 하락장에 베팅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하락할 경우 2배의 수익을 지급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상품은 같은 기간 1026억1600만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미국 나스닥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번 달 2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ProShares UltraPro) QQQ'를 7123만8529달러(838억9710만원)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나스닥 100지수가 상승하게 되면 3배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게 설계됐다. 국내 투자자들이 나스닥 상승에 통 큰 베팅을 진행했다는 의미다. 또 국내에 상장된 'TIGER나스닥100 ETF'에도 같은 기간 830억1900만원 규모의 개인 순매수 자금이 유입되면서 나스닥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가별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엇갈린 수급은 개인 투자자가 향후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코스피는 이번 달 들어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1일 2349.55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는 15일까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2443.58로 연내 최고점을 경신했다.


하지만 테슬라, 니콜라 등 미 기술주의 급락과 함께 코스피는 지난 17일과 22일에 각각 1.22%, 2.38%씩 떨어지며 2332.59포인트까지 추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처럼 조정장세에 돌입한 코스피가 추가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지수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나스닥지수도 이달 들어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와 달리 나스닥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하락장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이달 2일 1만2056.44포인트에서 지난 21일 1만778.80포인트로 10.5% 급락했다.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설정된 나스닥지수도 테슬라와 니콜라 등 신기술 관련주가 약세로 전환하면서 급락세를 나타냈다. 실제로 테슬라는 이번 달 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편입에 실패하면서 하루 만에 21.06%나 폭락했다.


수소 트럭업체인 니콜라 주가는 최근 불거진 사기 논란에 트레버 밀턴 창업자가 사임하면서 지난 21일 19.33% 폭락했다. 23일에도 테슬라와 니콜라는 각각 10.34%, 25.82%씩 폭락하며 나스닥지수의 3.02%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레버리지 투자가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8일까지에만 나스닥에서 국내 증시 절반에 해당하는 1조 달러(1189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등 지난 2000년대 닷컴버블과 유사한 장세가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스닥지수가 추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 고용시장에서 비금융 부문 고용이 급감한 것을 감안하면 최근 나스닥을 비롯한 미국 증시는 실직기간이 장기화됐던 닷컴 버블과 장세인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랠리를 펼쳤던 미 기술주의 폭락이 실제 버블 붕괴로 이어질지를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높아진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관심이 미국시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며 "레버리지 상품은 개인이 파생상품이나 공매도 전략을 모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잦은 리밸런싱으로 성과가 떨어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만큼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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