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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세트 우승? 김연경 가세한 흥국생명이 삼킨 긴장감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0.08.30 17:21 수정 2020.08.30 19:49

[제천MG컵] 지난 시즌 1위팀 현대건설에 3-0 완승

완전하지 않은 김연경 존재만으로도 위압감

흥국생명 김미연-김연경-이재영-이다영. ⓒ 뉴시스 흥국생명 김미연-김연경-이재영-이다영. ⓒ 뉴시스

가히 ‘무실세트 우승’을 기대할 만큼의 압도적 전력이다.


김연경이 합류한 흥국생명이 30일 제천실내체육관서 펼쳐진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여자부 A조 첫 경기에서 지난 시즌 V리그 1위팀 현대건설을 세트스코어 3-0(25-15 25-13 25-22) 완파했다.


빅매치답지 않은 결과다.


1세트부터 상대를 압도했다. 세터 이다영의 오픈 공격과 김연경의 블로킹까지 더한 흥국생명 앞에서 현대건설을 범실까지 저지르며 무너졌다. 여유 있게 리드한 흥국생명은 김연경 공격과 김세영의 블로킹으로 1세트를 가볍게 따냈다.


2세트 역시 흥국생명 몫이었다. 6-10으로 끌려가자 박미희 감독은 “경기에 집중하자. 집중하자”라고 주문했다. 다시 집중모드에 들어선 흥국생명은 이재영의 후위 공격과 김연경의 서브득점으로 추격 나섰고, 12-12 동점에서는 이재영의 연속 4득점으로 달아나며 2세트를 가져왔다. 흥국생명이 집중하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세트다.


‘무실세트 우승’ 전력이라는 평가답게 흥국생명은 3세트에서도 주도권을 잡았다. 16-10으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김연경을 불러들였다. 김연경이 빠진 사이 양효진 블로킹에 막혀 1점차 추격을 허용했지만 이재영의 퀵 오픈 공격과 ‘서브 퀸’ 박현주의 서브 득점으로 달아났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멀리서 봤던 높은 벽을 눈앞에서 마주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김연경 등 흥국생명 공격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해보겠다”고 말했던 이도희 감독도 완패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10년 전 KOVO컵에서 MVP에 선정됐던 ‘배구 여제’ 김연경은 11년 만의 국내 코트 복귀전에서 7득점(공격 성공률 41.66%)을 올렸다. 지난달 중순에야 훈련에 참가해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김연경은 김연경이었다. 후배들에게 공격을 양보한 김연경이 존재 자체만으로 내뿜는 위압감은 대단했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만으로도 리그를 위협할 수준인데 외국인선수 보다 더 강한 김연경의 합류는 전력 쏠림 현상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연경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국가대표 라인업’ ‘어벤져스’로 불리는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압도적이었다. 특정 선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몰빵 배구’도 없었다.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선수의 공격 점유율도 김연경-이재영 앞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일까. 이다영 토스에 김연경-이재영-루시아가 퍼붓는 공격은 화려함을 넘어 경기의 긴장감마저 없앴다. 직전 시즌 5위가 1위로 올라올 정도로 전력 차이가 크지 않았던 여자배구는 이제 ‘생태계 파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남자배구와 달리 치열한 접전 구도로 뜨거운 인기를 모았던 여자배구가 자칫 일방적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는 더 커졌다.


물론 불과 컵대회 1경기 치렀을 뿐이다. 무실세트 우승이나 전승 우승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이날의 김연경은 완전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7개월 만에 치른 첫 경기다. 완전한 궤도에 진입한 배구 여제의 파워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김연경은 “우승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한국 여자배구에는 뛰어난 팀들이 많다. 절대 자만하지 않고 집중해야 한다”며 마음까지 다잡고 있다. 완성도가 더 높아질 흥국생명 미래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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