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하늘이 무심한 류현진…한화 시절 멘탈 소환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0.08.30 00:10 수정 2020.08.30 08:04

볼티모어전 6이닝 8피안타 2실점, 3승 실패

동료 실책에 하늘 쳐다보며 아쉬움 쏟아내

아쉽게 시즌 3승이 물거품된 류현진. ⓒ 뉴시스 아쉽게 시즌 3승이 물거품된 류현진. ⓒ 뉴시스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33)이 팀 동료의 어이없는 실책에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이내 마음을 추슬렀다.


류현진은 29일(한국 시간) 미국 뉴욕주 살렌필드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8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으나 승패와 무관했다.


류현진 입장에서는 1승을 날린 것 이상으로 두고두고 아쉬운 경기였다.


류현진은 2-0으로 앞서던 6회 2사 만루 위기서 라이언 마운트캐슬을 3루 땅볼로 유도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치는 듯 했다. 하지만 3루수 트래비스 쇼의 어설픈 송구가 1루수 뒤로 빠지면서 순식간에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2-2 동점이 됐다.


이때 류현진은 너무도 아쉬운 듯 자연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며 옅은 탄식을 내뱉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그도 그럴 것이 100개 가까이 투구를 하며 거의 다 잡았던 시즌 3승째가 날아가 버린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추스른 류현진은 후속 타자를 잡아내며 이날 투구를 마쳤다.


토론토는 곧바로 이어진 6회말, 블라디미르 게리로 주니어의 장타에 이은 상대 와일드피치로 한 점을 뽑아 다시 한 번 류현진에게 승리 투수 기회를 부여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8회 바뀐 투수 조던 로마노가 동점 홈런을 내주면서 류현진의 승리 무산이 확정되고 말았다.


속상한 점은 또 있다. 류현진은 유일한 실점이었던 6회 트래비스 쇼의 송구가 실책이 아닌 내야안타로 정정됐다. 그러면서 비자책이 자책점으로 둔갑, 2.68이었던 시즌 평균자책점이 3.16으로 치솟고 말았다. 평균자책점은 볼넷과 함께 류현진이 가장 신경 쓰는 기록 중 하나다.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 진출 후 지난해까지 7년간 최강팀 중 하나인 LA 다저스에서 뛰었다. 득점 지원은 물론 수비까지 뛰어나 투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을 찾을 수 없다. 류현진도 풀타임 시즌을 치른 3번 모두 10승 이상 거두며 많은 승수를 적립할 수 있었다.


류현진은 6회 실점 장면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 뉴시스 류현진은 6회 실점 장면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 뉴시스

그러나 현 소속팀 토론토는 다르다. 타선과 불펜진, 수비 등 모든 부분에서 다저스와 비교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우려는 현실로 다가와 벌써 두 차례나 불펜 방화로 승리가 날아갔고, 또 한 번은 빈약한 득점 지원으로 ‘노 디시전’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대로라면 162경기를 오롯이 치르더라도 10승을 얻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그나마 다행은 흔들리지 않는 류현진의 멘탈이다. 류현진의 강한 정신력은 그저 얻어진 게 아니다. 류현진은 KBO리그 한화 시절, 최약체 팀의 에이스로 고군분투를 이어갔다.


특히 KBO리그 마지막 해였던 2012년에는 182.2이닝을 던지며 2.66의 최상급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으나 그가 받은 승패 기록표는 9승 9패였다. 이때 얻은 경험은 그가 빅리그 진출 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양분이 됐다는 평가다.


류현진은 이번 볼티모어전이 끝난 뒤 열린 화상 인터뷰서 하늘을 바라본 장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류현진은 “그전까지는 투아웃을 잘 잡은 상황에서 땅볼을 유도했는데 (실점에 대한)아쉬운 마음에 하늘을 쳐다봤다. 그리고 다음 타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여타 선수들과는 분명히 다른 멘탈의 소유자인 류현진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