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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2년만에 호황서 존폐 위기 '격세지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8.14 07:00 수정 2020.08.13 17:14

지난해 일본 여행 보이콧에 올해 코로나19로 직격탄

갈수록 누적 적자 증가...화물 수요 전환 대응도 불가능

유동성 위기 속 돌파구 부재...정부 지원 없으면 파산 직면

제주항공-이스타항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제주항공-이스타항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2018년 호황 속에 성장을 구가해 온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이 2년만에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 수출 규제로 인한 일본 여행 보이콧 사태에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순식간에 상황이 급변한 모양새다.


이러한 여파로 사상 첫 LCC간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이스타항공은 파산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다른 LCC들도 모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신규 허가로 시장 진출에 나선 3개 신규 LCC들은 제대로 날개 한 번 펼쳐보지 못한 채 주저앉을 위기에 처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LCC들은 이날 2분기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앞서 지난 5일 잠정실적을 발표했고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은 2분기 실적만 따로 공시하지는 않는다.


◆ LCC, 여객 수요 절대적 의존도로 속수무책


올 초부터 기승을 부린 코로나19 광풍으로 LCC들의 실적은 추풍낙엽 상태로 2분기도 1분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잠정 실적을 발표한 제주항공이 847억원의 영업손실으로 1분기(-647억원)보다 적자 폭에 커진 것처럼 다른 항공사들도 적자 행진을 지속할 전망이다.


올 1분기 에어부산은 385억원, 진에어는 313억원, 티웨이항공은 223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3사 모두 2분기에는 이보다 적자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잇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이 발빠르게 여객 수요를 화물 수요로 전환하며 2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한 것과 달리 여객 수요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LCC로서는실적개선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객기 좌석을 떼어내 화물기로 전환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화물사업 관련 인프라와 노하우, 인력이 없는 LCC들이 대형항공사처럼 신속하게 수요 전환을 통해 대응해 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진에어 B777-200ER.ⓒ진에어 진에어 B777-200ER.ⓒ진에어

결국 여객에서 활로를 찾다보니 국내선 확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거의 막힌 국제선은 노선과 운항 횟수를 늘릴 수 없어 국내에서 노선 및 운항 횟수 확대로 하반기 실적 개선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김포~제주 등 특정 노선을 제외하고는 내륙에서의 수요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내달부터는 그나마 있던 7·8월 휴가철 수요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7·8월 휴가철 수요로 최대 성수기인 3분기 반등을 기대했지만 집중호우 장마 장기화 등 날씨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당초 전망에는 못 미치고 있다”며 “아직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국내선만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2년만에 롤러코스터...기약없는 반등에 생존 위협


현재 LCC들이 처한 상황은 2년 전과는 완전 딴판이다. 지난 2018년만 해도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나란히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LCC 전성시대를 예고하는 듯 했다. 당시 제주항공은 역대 최대 규모인 매출 1조2594억원과 영업이익 1012억원을 달성했고 진에어도 매출 1조106억원과 영업이익 62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일본 여행 보이콧과 올해 코로나19로 연거푸 악재가 발생하면서 이제는 성장보다는 생존이 화두가 된 상황이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만 누적 영업적자가 1504억원에 달한 상태로 다른 LCC들도 구조적으로 계속 적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이같은 상황은 신규로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3월 국토부로부터 신규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받은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 등은 제대로 비상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주저 앉을 위기다.


셋 중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든 플라이강원은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으며 신규 노선 취항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신규 취항은 고사하고 운항증명(AOC) 발급마저 어려워져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불가능할 처지에 놓여 있다.


에어프레미아 항공기.ⓒ에어프레미아 에어프레미아 항공기.ⓒ에어프레미아

이 때문에 LCC 업체들 사이에서는 비용절감과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미 임직원들의 임금 반납과 유·무급휴직 등을 실시한 지는 오래고 유상증자 카드도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이달 중 각각 1506억원과 109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예정이지만 흥행은 불확실하고 플라이강원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투자를 위해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어 고민이 크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마저 일부 청약만 참여하는 등 청약률이 52%에 그쳐 아예 유증을 취소한 바 있다.


정부의 추가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은 LCC업체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고 있다. 당장 이달 말로 만료될 예정이었던 고용유지 지원금은 고용노동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특별고용지원 대상’을 지정한 업종에 지급기간을 60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업체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고용유지 지원금은 LCC들이 정부로부터 임직원들의 평균 임금의 70% 가량을 지원받아 유급 순환 휴직제를 유지할 수 있는 고용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LCC 업체들은 연내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으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적 체력이 떨어질때로 떨어진 상태로 각 사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미봉책만으로는 월 150억~350억원에 달하는 고정비용 부담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4분기에 들어서 LCC업체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1분기에 코로나 상황이 하반기까지 지속되면 생존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구조조정이 이뤄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 정책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차원에서 마련되지 않으면 LCC들이 하나 둘씩 파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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