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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전설 박용택, 은퇴 투어 무리수일까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0.08.09 00:10 수정 2020.08.09 08:17

박용택 은퇴 투어 개최 여부 놓고 찬반 여론

개최하지 못한다면 향후 기준점도 확 높아져

박용택은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 뉴시스 박용택은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 뉴시스

LG 트윈스 박용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은퇴 투어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전설적인 행보를 남긴 선수의 은퇴를 기리기 위한 하나의 행사로 박용택의 은퇴 투어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LG 구단 역시 이에 호응, 9개 구단에 협조 의향을 타진한다는 방침이다.


야구에서의 은퇴 투어는 2012년 치퍼 존스로부터 비롯됐다. 이후 마리아노 리베라(2013년), 데릭 지터(2014년), 데이빗 오티즈(2016년) 등 총 4명의 선수가 감격적인 순간을 맛봤다. KBO리그에서는 2017년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은 삼성 이승엽이 공식적으로 행사를 치렀고, 같은 해 은퇴한 NC 이호준도 소규모로 진행됐다.


은퇴 투어라는 극진한 대우를 받기 위한 기준은 딱히 없다. 하지만 해당 프랜차이즈를 넘어 전 구단 팬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데 중지가 모아진다.


그렇다면 박용택은 LG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였을까.


일단 기록만 놓고 보면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선수임에 분명하다. 대학 졸업 후 2002년 LG에 입단한 박용택은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고 19년간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만 입었다.


현재까지 통산 기록은 타율 0.308(역대 23위) 211홈런(23위) 1179타점(7위) 312도루(11위)로 매우 출중하다. 특히 박용택은 박재홍(300홈런-267도루)과 함께 KBO리그에서 200-200 클럽에 가입한 단 둘 뿐인 선수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스탯티즈 기준)에서는 58.05를 적립, 통산 12위에 올라있다. 적어도 미니 은퇴 투어를 치렀던 이호준(39.60 WAR, 통산 44위)보다는 확실히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박용택은 꾸준함의 상징이기도 했다. 20대 당시 빠른 발을 이용한 플레이를 즐겼다면, 30대에 접어 들어서는 더욱 정교해진 타격 기술로 오히려 통산 타율이 크게 상승한 케이스다. 더불어 8년간의 1~2차 FA 기간을 부진 없이 매우 성공적으로 보내 ‘혜자 FA’를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기도 한다.


2009년 타격왕 밀어주기는 박용택 커리어의 오점으로 남고 말았다. ⓒ 뉴시스 2009년 타격왕 밀어주기는 박용택 커리어의 오점으로 남고 말았다. ⓒ 뉴시스

반면, ‘전국구 스타’로 불리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박용택은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한 탓에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고 엄청난 누적 성적에 비해 타이틀이 적었다는 점, 그리고 전성기 시절이 하필이면 LG의 암흑기였던 점이 저평가 요소로 꼽힌다.


무엇보다 2009년 홍성흔과의 타격왕 경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 밀어주기’의 표본이 되고 말았다. 당시 0.374의 타율을 기록 중이던 박용택은 롯데전에 출전하지 않았고, LG 투수들이 홍성흔(0.372)과의 정면승부를 피하면서 역대급 타격왕 경쟁이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이를 두고 박용택도 2013년 골든글러브 수상 당시 “페어플레이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어리석은 일이었다”라고 되돌아볼 정도였다.


여기에 국가대표로서의 활약이 미미하고 KBO리그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는 점도 은퇴 투어를 치르기에 무리라는 지적이다.


결국 박용택의 은퇴 투어는 향후 이 행사 개최 여부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박용택이 반대하는 여론에 부딪혀 공식적으로 은퇴 투어를 치르지 못한다면, 확 높아진 기준을 충족할 선수들 또한 말 그대로 손에 꼽게 된다. 반면, 은퇴 투어를 열어 문턱을 낮춘다면 또 하나의 KBO리그 문화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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