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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사망' 그날부터 민주당이 급해졌다

  • [데일리안] 입력 2020.07.31 00:00
  • 수정 2020.07.31 05:04
  •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유정회 때나 볼법한 백주대낮 기습처리

당내서도 "바람직한 현상 아냐" 우려 목소리

박원순·부동산 등 겹악재에 위기감 팽배

서울시장 재보선으로 시간적 압박 가중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고소인을 지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고소인을 지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 ‘기립표결’에 이어 30일 본회의 표결로 임대차 2법을 속전속결 처리했다. 176석을 차지한 거대여당의 힘 자랑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지만, 그 시기가 더 빨리 왔고 강도는 상상을 뛰어 넘었다. 당내에서도 "우려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민주당이 코너에 몰려있다는 반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장 선거에 나서야할 후보자들이 먼저 반응했다.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한 노웅래 의원은 "176석은 힘으로 밀어붙이라는 뜻이 아니라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 일하라는 뜻"이라며 "지금의 상황은 결코 바람직한 게 아니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오랜 당직자는 "예전에는 야당 몰래 다른 곳에서 기습처리하는 맛이라도 있었는데, 백주대낮에 이렇게 강행했던 적이 있나 싶다"고 회고했다.


사실 원구성 협상에서 '본의' 아니게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던 민주당 지도부는 통합당에 일말의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공개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통합당이 추후에라도 원한다면 상임위원장을 다시 내줄 수 있다는 기류가 분명히 감지됐다. 예정에 없던 위원장직을 맡게 된 한 중진의원은 “위원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언제든 위원장실을 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었다.


현안을 놓고 야당을 향한 '말'은 험악했지만, 실질적인 '액션' 단계로는 나가지 않았다. 다음 대선까지 큰 선거가 없을뿐더러 176석의 안정적 다수의석을 확보한 마당에 급할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나 차기 당권에 도전 중인 이낙연 의원 등 주요인사들은 공공연하게 "완급조절을 하자"는 말을 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방향타를 급변침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이었다. 성추행 피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 전체가 '멘붕'에 빠졌고, 집값 폭등 등 각종 악재와 겹치며 지지율 폭락을 막을 수 없었다.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가 긴장감과 당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던 이유다.


무엇보다 '미니대선'인 서울시장 재보선이 내년 4월 치러지게 되면서 민주당의 입법을 위한 시계가 앞당겨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서울시장 재보선을 위한 당내 경쟁이 격화되고, 재보선이 끝나면 정치권은 급속히 대선국면으로 빨려들어갈 공산이 크다. 민주당 입장에서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입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민주당이 지금의 통합당 보다 작은 소수정당 시절인 1995년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조순 후보가 당선되며 그 바람을 타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권교체로 갈 수 있었다"며 "(무공천 당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은 민주당 입장에서 포기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자리다. 서울시장 후보를 공천하고 선거에 당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크게 내세울 성과가 없다는 점이 민주당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종식은 요원하고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OECD 평균과 비교해 성장률 마이너스 폭이 작았다는 점은 성과로 내세우기 민망한 측면이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은 검찰개혁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계기가 됐으며, 자신하던 남북관계는 고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관련법의 성과에 정권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공언대로 부동산 시장과 전월세 가격이 안정된다면 지금의 성세를 유지하겠지만,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급격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올해 정기국회만 끝나면 선거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내 줄서기와 계파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면 청와대의 당 그립이 약해질 것"이라며 "더구나 대권이 가시화되면 친문에서 친이낙연이나 친이재명 등으로 나눠질텐데 그 전에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 지금 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적 비난과 함께 정권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이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비난을 감수하고 도박적 승부수를 던진 거라고 본다. 그만큼 민주당이 내심 조급하고 궁지에 몰려 있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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