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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울어진 운동장'에 금융권 불만 고조…금융당국 진화대책 고심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7.24 15:48 수정 2020.07.24 15:49

전통 금융사와 역차별 논란에 금융위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5대금융 우려에 은성수 "상향평준화"…'빅테크 협의체' 구성키로

네이버 본사 전경(위쪽)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데일리안 네이버 본사 전경(위쪽)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데일리안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에 기존 금융사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관련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급격한 디지털 환경변화와 맞물려 전통 금융사가 더 이상 시장을 군림하는 지배자가 아닌 생존위협을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몰렸지만, 여전히 규제의 잣대는 전통 금융사만을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빅테크‧핀테크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우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디지털금융 활성화 관점에서 시장지배자와 시장진입자를 차등해야 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오히려 기존 금융사가 초대형 플랫폼 가진 빅테크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부랴부랴 대책 수립에 나섰다.


우선 금융위는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틀을 만들기 위한 협의체를 다음달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협의체에는 감독당국은 물론 유관기관, 금융·정보기술(IT) 업계, 민간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다.


특히 금융위는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천명했다.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를 동일 선상에 놓고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를 조사해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규제 차익, 형평성 이슈가 발생하는 사례를 조사해 필요하면 개선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소비자 관점에서 '동일 기능 동일 규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1일 은성수 위원장 주재로 '금융회사‧빅테크‧핀테크와 금융산업 발전방향'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23일에는 5대 금융지주회장과 조찬회동을 하며 '빅테크 민원'을 청취했다. 형평성 문제 해결이 금융권 숙원으로 떠오르자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찾아다니며 중재에 나선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회장들이 이렇게 한목소리로 금융위원장에게 건의사항을 얘기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며 "지금 분위기는 빅테크와 형평성에 대한 당위성과 절박함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금융산업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나타나지 않도록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며 "하향 평준화보다 상향 평준화가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기존 금융사에 대한 규제의 장벽을 낮춰 빅테크와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손병두 부위원장도 24일 금융발전심의회에서 "빅테크와 금융회사가 공정하게 경쟁하면서도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저해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신용카드사-빅테크 간 규제 형평성 문제(마케팅 제한, 레버리지비율 등) ▲대출 모집 1사 전속주의(핀테크 예외) 규제 형평성 문제 ▲계열사 간 정보공유 관련 지주사-빅테크 차별적 규제 ▲마이데이터 관련 금융사-빅테크 교환 데이터 범위 불균형 ▲간편결제 사업자 후불결제 허용에 따른 기존 카드사 역차별 ▲핀테크 업체의 금융결제망 이용에 따른 수수료 감면 문제 등이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는 송금과 결제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보험 시장까지 금융권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에 송금과 소액 후불결제 등 금융사와 같은 기능을 하는데도 금융당국의 규제는 받지 않는다는 역차별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 금융사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경쟁을 할 수 있다"며 규제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금융시장을 군림해온 전통 금융사들은 빅테크의 도전에 생존위기를 느끼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네이버나 카카오는 이미 기업가치가 시중은행을 뛰어넘고 있는데다 초대형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며 "단순히 엄살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보미 연구원은 "빅테크로 인해 금융시장에 불공정한 경쟁환경이 조성되지 않도록 소비자 정보, 신용정보 등에 대한 권한과 의무를 명확히 하고, 독점적 지배력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간 규제차익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역차별이 없도록 공정한 경쟁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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