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원순 피해자 위로' 공식 입장 아냐"…황당한 발빼기
입력 2020.07.24 07:09
수정 2020.07.24 08:01
대변인, 언론에 "피해자 입장 공감" 언급
4시간 뒤 "공식 입장은 진상조사 이후에"
청와대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피해자를 위로한다'는 입장을 냈다가 곧바로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정정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이같은 행보는 비판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한 언론과 전화 통화에서 "피해자 입장에 공감한다"며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 언론은 청와대가 사건 발생 2주 만에 첫 입장을 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강 대변인 명의로 "피해 호소인의 고통과 두려움을 헤아려 피해 호소인을 비난하는 2차 가해를 중단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는 메시지를 낸 바 있지만, 박 전 시장 의혹에 대한 사과나 피해자 위로 등 언급은 삼가왔다.
이 때문에 해당 보도는 주목 받았다. 그러자 청와대 복수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아니다"라며 "강 대변인의 개인 입장"이라고 발언의 무게를 낮췄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대변'하는 위치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 청와대가 원론적인 입장이 아닌 구체적인 언급을 처음으로 했다는 점, 논란으로 번질만한 민감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소인의 입장만으로 박 시장에 가해자 표식을 달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강 대변인도 보도가 있은지 4시간여 뒤 브리핑을 통해 "고위공직자 성 비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고, 피해자 입장이 최우선이라는 건 청와대의 기존 입장"이라며 "어쨌거나 제가 전화 취재에 응대한 것이고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여러분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 진상조사가 국가인권위원회로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진상규명 작업 결과가 사실로 특정되면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관련 언급 여부에 대해서도 "적절한 때에 그 내용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상규명 결과가 나와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와 함께 "사실관계가 아직 특정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 위로 드린다는 것은 여러가지 2차 가해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