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타깃③] 촘촘해지는 규제 그물…중견 비중 높은 식품업계 사전 대응 필요
입력 2020.07.13 07:00
수정 2020.07.12 20:45
오너 일가 경영참여도 높고 사업 수직계열화 탓에 내부거래↑
기준 강화된 공정거래법 개정안 내달 21일까지 입법예고
정부‧여당 관심 높아 이르면 연내 국회 통과 전망도
부당 내부거래 등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현재 기준 보다 한층 강화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이르면 연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새롭게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들도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식품업계는 전문경영인 보다 오너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규제 대상으로 확대되는 준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많이 포진해 있어 다른 업종에 비해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하이트진로에 이어 올해는 하림 등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마치고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조사와 검찰 고발로 하이트진로는 지난 5월 회사는 벌금형, 경영진은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해운선사인 팬오션 등을 인수하면서 2017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하림은 과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장남 김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편법승계 논란이 지적된 바 있다. 공정위도 이 과정에서 부당지원 행위가 없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행되는 조사 외에도 연내 기준이 한층 강화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상 기업은 더 늘어나게 된다. 특히 공정위가 중견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견기업 비중이 높은 식품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작년 10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 간담회’에서 “5조원 미만의 기업집단에서 사익편취 내지는 일감몰아주기, 부당한 내부지원이 더 많이 일어난다"며 "5조원 미만의 기업집단에 대해 과거보다 많은 자료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부당한 내부지원이 있는 경우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입법예고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회사 30% 이상, 비상장회사는 20% 이상인 경우’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20% 이상인 경우’, ‘총수일가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하는 회사’로 한층 강화된다.
식품업계의 경우 창업주를 중심으로 2세대, 3세대 경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지주사나 주요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편이다.
아울러 서비스나 다른 제조업 대비 영업이익률이 낮다 보니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사업 수직계열화도 내부거래 비중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식품기업의 경우 단순히 식품만 제조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포장과 물류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와 계약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기업 내에서 해결하는 식이다.
지난 4‧15 총선에서 슈퍼여당이 탄생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긴장감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가 21대 국회 들어 다시 등장한 만큼 이르면 연내 통과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업계 안팎에서는 하림, 농심, 오뚜기, 동원, 삼양식품 등이 강화된 규제에 따른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업 효율성 높이고 신기술 등에 대한 보안을 위해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면서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서만 제재한다고 하지만 공정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자체가 부담”이라고 전했다.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는 “지배구조나 계열사 지분 정리 등은 오너의 결정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바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경영권 승계나 공정위 조사 등 이슈가 발생하지 않으면 잘 바뀌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