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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의 역주행] ‘제2의 최숙현?’ 엄벌만큼 중요한 인식의 변화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0.07.11 07:00 수정 2020.07.10 22:56

가해자에 대한 발빠른 조사 및 관련 입법 발의 예정

후속 조치도 중요하나 폭력을 아예 근절할 교육도 필요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와 처벌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가해자가 나오지 않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와 처벌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가해자가 나오지 않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다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故(고) 최숙현 선수에 대한 후속조치들이 신속하게 준비되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과 폭언한 혐의를 받는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과 주장 장윤정에 대해 영구제명이라는 철퇴를 내렸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자 선배 김도환은 10년 자격정지를 받은 뒤 모든 혐의를 인정, 고인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이와 관련된 입법을 준비하는 등 ‘제2의 최숙현’이 나오지 않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은 10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스포츠윤리센터의 권한과 의무를 확대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는 조항을 삽입한 일명 ‘최숙현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폭력 및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조치될 사항들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도 빠르게 진행되는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최윤희 차관은 철저한 조사와 함께 유사한 사례들까지 찾아내겠다고 밝혔으며, 검찰과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가할 전망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후속 조치의 마련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이와 함께 강구되어야 할 사항은 다름 아닌 폭력의 원천 차단이다. 스포츠인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낼 효과적인 교육으로 폭력의 씨앗을 뿌리지 않는다면, 줄기를 자르고 뿌리를 뽑을 필요가 아예 없어지기 때문이다.


스포츠계의 폭력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오랜 관습으로 굳어져왔다. 소위 ‘때려야 말을 잘 듣는다’ ‘맞아야 기합이 들어간다’ 등의 악습이 공공연하게 대물림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이용 의원은 스포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최숙현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용 의원은 스포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최숙현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는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신청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는 스포츠 인권에 대한 상담을 해주고, 지도자들에게는 인권의 필요성을 교육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어디까지 신청에 의해 이뤄지고 강제성이 없다보니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학교나 단체, 선수, 지도자, 학부모의 신청에 의해서만 교육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처럼 폭력 및 성폭력의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환경 자체가 조성되지 못하도록 구체적이면서 단호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미국고등학교체육연맹이 마련한 폭력 및 성폭력 예방 10계명에는 과도한 사적 대화 금지, 훈련장 밖 1:1 만남 금지, 단둘이 차량 탑승 금지, 신체 또는 외모에 대한 언급 금지 등이 담겨있다. 이를 어겨 신고할 경우, 신원 보장 및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혐의 확정 시 선처 없는 중징계가 이뤄지고 있다.


인식의 변화는 시작이 미미할지언정 물길을 바꿀 수 있는 변곡점이 되기 충분하다. 선수들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유관 기관들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동시에 가해자 자체가 나오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2의 최숙현 사건을 막을 수 있고, 더 나아가 한국 스포츠가 건강해질 수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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