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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M&A 잇따른 무산으로 항공산업 재편 '물건너가나'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7.08 14:09 수정 2020.07.08 14:17

제주-이스타 무산 위기...HDC-아시아나 원점 재검토 후 침묵 장기화

결국 자금 문제...정부 추가 지원 없이는 인수 성사 불확실성서 커져

산업 재편 기대감 점차 약화...코로나19 이후 재도약 불투명한 상황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해 성사된 2건의 항공사 인수합병(M&A)이 회사간 갈등으로 잇따라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빠진 가운데 M&A를 통한 산업 재편을 통한 위기 극복도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M&A가 발표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등 2건의 계약이 모두 파기될 위험에 처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간 시너지 효과 창출 기대를 모았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간 M&A는 양사가 진실 공방을 벌이며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계약 파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 제주-이스타, 진실공방 넘어 감정싸움…계약 파기 수순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운항중단) 조치로 입은 이스타항공의 피해와 임직원 체불임금 해소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온 양사는 최근에는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뒤늦게 지난달 29일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의 보유지분 헌납 등을 발표했지만 제주항공은 인수를 위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이 오는 15일까지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양사간 체결된 계약 내용과 진행 경과 등이 공개되면서 오히려 감정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6일 양사 대표의 통화 내용과 간담회 회의록 등을 공개하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인력 구조조정을 지시했다고 비판했다.


제주항공 항공기.ⓒ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제주항공

이에 제주항공은 당일 저녁 입장 자료를 통해 “이스타항공이 주식매매계약 체결 전부터 구조조정을 준비해 왔다”며 자체적인 경영 판단에 의한 의사 결정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음날인 7일에도 입장 자료를 내고 “주식매매계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부진은 그 자체만으로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으로서 제주항공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규정돼 있을 뿐”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피해를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체불임금도 주식매매계약서상 이를 제주항공이 부담한다는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며 “당연히 현재 이스타 경영진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바로 반박자료를 통해 당시 피인수대상기업이었던 만큼 셧다운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으로 셧다운은 제주항공의 명백한 지시였고 요구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조종사 노조에서 언론에 공개한 구조조정계획 문건은 실제로 사용될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었고 사용 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실제 구조조정은 3월 말 셧다운 이후부터 제주항공이 제시한 규모와 기준에 의해서 진행됐다”며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실행된 과정에 대한 근거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매각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구조조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체불임금 부담 주체에 대해서도 명백한 근거가 있지만 쌍방의 신뢰를 위해 자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주항공이 주장하는 선행조건과 관련해 자금 부족으로 생길 문제에 대해 제주항공도 계약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그 내용이 계약에 담겨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미 양측의 진실공방은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상호 신뢰를 상실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시각이다.


제주항공은 “최근 이스타 측에서 계약의 내용과 이후 진행 경과를 왜곡 발표해 제주항공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계약 당사자가 신의성실과 기밀유지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인내와 책임 있는 행동을 기대한다고 강조하며 서로 남탓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 HDC현산,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투명...인수 리스크 ↑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역시 안갯 속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측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달 9일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 측에 요청한 상태다.


이어 지난달 25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간 회동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성사 가능성이 주목됐지만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말이었던 딜 클로징(거래 완료) 시점을 넘기게 됐다.


지난 1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미국·중국·터키·카자흐스탄 등에 이어 지난 2일 러시아를 마지막으로 국내외에서 모두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인수 선행조건 중 하나는 충족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인수 성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산업 타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HDC현산 입장에서는 인수시 리스크가 상당히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전경. (자료사진)ⓒ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전경. (자료사진)ⓒ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HDC현산은 인수 조건 재검토 요청과 함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계약상 매도인의 확약과 의무가 중요한 면에서 모두 이행되는 등 다른 선행조건들이 동시에 충족돼야만 거래 종결 의무가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업황 악화로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HDC현산은 지난 6일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110억원만 신청되는 등 흥행이 크게 실패했다. 회사측은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1400억원을 회사채 차환에 사용하고 나머지 16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현재 업계에서는 HDC현산측이 아시아나항공에 올해 안으로 투입해야 하는 비용 규모가 최소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HDC현산의 보유 현금은 현재 6500억원에 불과해 추가로 외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업황 악화로 쉽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양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돈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성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 M&A가 모두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인수 성사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항공산업 재편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항공산업 재편이 필수적으로 M&A 등 이를 위한 동력은 유지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을 통한 인위적인 산업 재편은 자제해야겠지만 업체들이 자체적인 재편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 정책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 있는 모습.ⓒ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 있는 모습.ⓒ뉴시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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