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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인수 미룬 정몽규, 현산 주가 정상항로 진입하나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0.06.11 05:00 수정 2020.06.11 07:47

재협상·포기 가능성에 주가 6% 오른 뒤 다시 하락...변동성↑

"현산 실무진 인수포기 의사 강해보여...오너 판단에 달렸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협상하자고 요구하면서 현산의 주가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시장에선 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와 조건 변경으로 빠져나갈 출구를 확보한 것이란 의견이 맞선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현산 측의 인수 포기 의사가 강한 가운데 정몽규 현산 회장의 최종 결정에 대해선 예단하기 힘들단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증권가에선 현산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단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증가하면서 주가 상승 동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산은 전장 대비 450원(-2.00%) 내린 2만2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인수 재협상 이슈가 불거지며 6.13% 상승 마감한 데 이어 하루 만에 다시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 원점 재검토 요청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산업은행은 입장자료에서 “(현산이)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며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달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현산 측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줄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현산의 인수 재협상 요구가 일단 인사주체로서는 ‘괜찮은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판단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현산의 기존 아시아나 인수 조건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미 그동안의 주가 하락을 통해 알 수 있었던 부분”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한 것 자체가 조건이 바뀌지 않을 경우 인수를 포기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해놓은 것이고, 현산이 인수를 포기하게 되면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기업가치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백 연구원은 “또 채권단 측에서 협상을 받아들일 경우엔 기본 조건보다는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인수주체로선 나쁘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본다”면서 “다만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바뀐 조건에 따라 현산 기업가치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산이 인수 포기에 무게를 둔 것이란 일각의 분석도 주가적인 측면에선 긍정적이란 평가다.


신서정 SK증권 연구원은 현산의 주가 흐름 전망에 대해 “인수조건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채권단 측이 받아들일 수 없을 인수조건을 제시한다면, 시장에선 현산이 인수 의지는 표현했지만 사실상 거래를 종결해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이 경우 주가 업사이드가 상당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앞서 현산은 지난 9일 산은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상황 재점검 및 인수조건 재협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7일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이 2조5000억원 빅딜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165일 만이다.


이날 현산 측은 “산은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며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인수가치를 훼손하는 여러 상황에 대한 재점검 및 재협의를 위해 계약상 거래종결일 연장에 공감한다는 의사도 전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지난달 말 현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명확히 밝혀달라며 내용 증명을 보냈다. 그동안 현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계약을 포기할 것이란 이야기가 무성했던 까닭이다.


디만 현산은 공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신뢰성 문제를 더욱 힘줘 언급 했다. 계약 시점과 비교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4조5000억원이 증가한 데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최근 사전동의 없이 추가자금 차입을 승인하고 부실계열사에 대한 1400억원 지원도 통보, 후속 절차를 강행한다는 것이다. 현산은 “약 11회에 이르는 공문 등을 통해 관련 자료 제공 등을 요청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산 실무진은 아시아나 인수 포기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강해보였다”면서 “다만 아무리 실무진 등에서 인수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펼쳐도, 최종 결정권을 가진 오너가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수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만, 적어도 가격협상까지는 충분히 열려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다음 수순은 재협상 혹은 인수 중단이다. 현산은 구주 대금 등 인수가격을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현산과 채권단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매각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친 후 재매각을 진행하거나 분리매각 등이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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