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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전수조사 본격화…'소 잃고 외양간' 제대로 고칠까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6.30 06:00
수정 2020.06.29 17:42

금감원 검사인원 32명으로 1만개 조사 역부족…'교차점검' 유력

금융당국, 조사방식‧일정 논의할 합동점검회의 "금주 계획 발표"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당국이 업계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사모펀드를 전수조사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금융권에선 1만여개에 달하는 사모펀드를 모두 들여다보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더 이상 사모펀드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활을 걸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주 중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예금보험공사 등 유관 기관들과 합동점검회의를 열고 사모펀드 전수조사 계획을 확정한다. 회의에선 구체적인 전수조사 방식과 일정이 논의될 예정이다.


우선 6월 기준 금투협에 등록된 사모펀드 수는 1만282개로, 순자산은 424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환매가 연기된 문제의 사모펀드는 300개다. '전문사모운용사'를 조사대상 기준으로 좁히면 230여개사가 해당 된다.


최대 관심은 '어떻게 조사하느냐'는 방식의 문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 차원에서 사모펀드를 전체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업계에선 1만여개의 펀드를 정밀조사하는 데에는 물리적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검사국 인원은 5개팀, 32명에 불과해 1만개가 넘는 펀드를 정밀 검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산술적으로는 검사국 인원 1명이 321개의 사모펀드를 들여다봐야 한다. 하루에 1개씩 '날림조사'를 하더라도 1년가량이 소요된다.


금감원 관계자도 "전수조사를 담당 부서에서 기존 방식대로 하려면 기간만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가 맞다"며 "현실적으로 32명으로 1만개를 조사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합동점검회의에서 방안을 찾겠지만, 이번만큼은 '소 잃었지만 제대로 외양간을 고쳤다'는 얘기가 나오게 하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이 전문사모운용사 52개의 1786개 펀드를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실시하는 데에만 3개월을 잡았다. 당시 조사 대상에 옵티머스자산운용도 포함돼 있었으나 이상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


"금융당국, 뒤늦게 외양간 고치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있어"


금융당국은 "묘수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검사담당 외에 다른 부서 인원들이 전수조사 지원에 나서는 방안은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신 한국거래소와 예금보험공사 등 검사 기능이 있는 유관기관의 인력을 지원받는 방안도 검토대상에 올려놓고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자산운용사와 판매사, 매매를 담당하는 수탁사, 펀드 기준가와 수익률을 산정하는 사무관리사 등 4자 간 펀드 자산 내역과 장부 등을 맞춰보는 이른바 '4자 교차점검' 방식을 유력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29일 기자들과 만나 "운용사와 판매사 등이 상호검증하게 하는 방식이 효율적인 것 같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운용사가 수탁사에 내린 운용 지시와 사무관리사에 전달한 운용 내역이 달라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이 같은 규제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대규모 펀드사태로 이어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교차 점검에서 문제의 소지가 발견되는 운용사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이는 방식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고 있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는 "교차점검이 금감원 현장조사나 서면조사 보다 속도는 더 빠르겠지만, 서로의 자산 내역과 서류 내용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금융당국이 '우리가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3~4년 뒤에나 최종 결과가 나오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면피용이라지만 작업을 너무 크게 벌리는 것 아니냐"며 "예상과 달리 업계가 먼저 위축되는 등 외양간 고치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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