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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모펀드 사태"…커지는 금융감독체계 개편론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6.25 06:00
수정 2020.06.25 05:18

라임에 옵티머스 사태까지 금융당국 규제완화 후 부실감독 문제 도마에

감독체계 개편, 과징금 부과수준 상향, 적합성 테스트 의무화 등 여론 비등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에 금융당국이 '금융시장 파수꾼'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옵티머스자산운용까지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반복되면서 금융당국 책임을 넘어 감독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펀드 운용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하고 판매사가 부실을 은폐한 채 상품을 판매한 정황을 검사과정에서 포착하지 못하는 등 '금융시장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대 50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돈을 넣은 개인 투자자가 800명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펀드 설정 잔액은 지난 3월말 기준 5355억원이다. 현재까지 환매가 중단된 펀드 규모는 680억원 수준이지만, 만기가 남은 후속 펀드들도 상품 구조가 유사해 설정 잔액 대부분이 환매 중단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옵티머스운용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95% 이상 편입하겠다는 당초 운용계획과 달리 펀드 자금 상당 부분이 대부업체와 관련 비상장 부동산 업체들이 발행한 사모사채로 흘러 들어간 정황이 드러났다. 그만큼 펀드 자금의 회수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조 6000억원 규모의 환매가 중단됐던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두 달 전 '제2의 라임사태'를 막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던 금융당국은 "제대로 관리 감독을 했느냐"는 의심을 받는 등 책임론에 직면했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금융당국이 국내 사모펀드 실태조사를 벌이는 와중에 벌어진 금융사고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1786개 사모펀드 실태 조사를 벌였고, 그 대상에는 옵티머스 펀드도 포함됐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눈 뜨고 당한 셈이다"는 지적과 함께 정치권력의 비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반응도 나온다. 옵티머스자산은 지난 2009년 4월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으로 출범했고 당시 설립자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정책특보를 맡았던 이혁진 전 대표다.


최근 '조국펀드'로 불리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문제나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의혹을 받는 라임사태, '장하성 동생펀드'로 통하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환매중단 파문 등 정권과의 유착관계 의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문가 "금감원 자율성 확대" "감독기능‧처벌규정 강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의 화살은 부실 관리 등으로 원인을 제공한 금융당국으로 향하고 있다. 애초에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주면서 불법 행위 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 않은 점 등이 잇따른 펀드사태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금융사고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운용사와 판매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소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작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원성이 크다.


코너에 몰린 금융당국의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사모펀드 전체를 점검해보면 어떨까 한다"며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조사 카드를 꺼냈지만, 1만여개의 사모펀드를 일일이 들여다보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달 기준 국내 사모펀드는 1만282개(순자산 424조원)에 달한다. 현재 금감원의 실태조사도 운용사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전수조사는 근본적인 예방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과잉중복 규제는 줄이되, 허술한 사모펀드 감시 체계를 촘촘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모펀드의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해 판매관련 규제가 강화되었으나 불완전판매의 근절을 위해서는 과징금 부과수준 상향, 적합성 테스트 의무화, 사후관리 강화 등 선진국과의 규제 차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행위시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수준을 현재 불완전판매로 거둔 수익의 50%에서 최대 200%까지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사모펀드 판매 이후 사후관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모펀드를 가입한 이후 시장 상황의 변화로 투자손실이 과도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위험수준의 증가, 사모펀드 기준가격 등을 투자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판매이후 주기적으로 적합성 테스트를 해서 투자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개혁의 핵심은 금융감독제도의 개편으로 감독제도를 개편하지 못하면 최소한 금감원의 자율성 확대라도 정착시켜야 한다"며 "금융 스캔들만 야기하는 규제 완화에 기반을 둔 금융산업 정책의 추진 행태를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사모펀드 운용사의 위험관리 조직 및 체계, 내부통제에 관한 요건 등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운용사의 불법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기능과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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