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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도 현실성도 없다"…'한반도 종전선언' 추진에 쏟아진 비판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06.28 12:00
수정 2020.06.28 11:24

文 대통령·與 지도부, 6.25전쟁 70주년에

'한반도 종전선언' 언급하고 나서

자력갱생 北·대선 앞둔 美 모두 호응 '미지수'

남북합의 손바닥 뒤집듯 해온 北에 대한 우려도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국군전사자들의 유해가 봉환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6.25전쟁 70주년을 맞은 지난 25일, '한반도 종전'을 언급하고 나섰다.


종전선언이라는 상징적 조치를 통해 유명무실해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지만, 북한 비핵화 진전 없이 종전선언에 나서는 건 현실성도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에서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며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언급한 만큼, 지난 2018년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종전선언 재추진 의사를 사실상 밝혔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종전선언→평화협정→항구적 평화체제'라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반도 긴장과 대치 상태를 종식하고 항구적 평화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종전선언이 필수적"이라며 "대한민국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더욱 강화해 당사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가 언급한 '당사국'은 남북미중 4개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앞서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종전 선언은) 남북미중, 그러니까 한국전쟁 4개 당사자가 동시에 함께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며 "이를 계기로 평화체제를 본격 논의하는 단계로 들어가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판문점선언 깨졌는데 종전선언 추진하나"
군사합의처럼 종전선언도 '휴지장'될 가능성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판문점선언 파기를 노골화한 상황에서 판문점선언 후속조치 성격을 띠는 종전선언 추진에 나서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통화에서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로 판문점선언을 깨는 마당에 종전선언 이야기가 나오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며 북측에 폭파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전 원장은 "문건 하나 만든다고 종전을 이루는 게 아니다"며 "주변 여건이 조정되고 난 뒤 최종적으로 문건을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대남 공세를 이어오며 △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를 잇따라 무력화시킨 만큼, 종전선언 역시 언제든 '휴지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은 통화에서 창린도 해안포 사격, 대남 확성기 재설치, 민경초소(GP) 재주둔 조치 등으로 북한이 사실상 군사합의를 파기했다고 지적하며 "문서를 통해 수많은 남북 합의가 이뤄졌지만 제대로 지켜진 일이 없다. 행동으로 지켜지지 않는 합의는 의미가 없다는 게 남북의 역사"라고 꼬집었다.


"北美, 종전선언 호응 가능성 낮아"
주한미군 철수 명분될 수도


미국과 북한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종전선언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원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에 북한이 원하는 건 정치적 합의가 아니라 제재해제"라며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북한이 종전선언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본격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만큼 "북한 이슈를 로키(low-key)로 가져가는 게 선거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종차별 시위 등으로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달가워하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아울러 한반도 종전선언이 북한과 미국 모두에 '잘못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 전 원장은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 명분이 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전쟁이 끝났는데 왜 한국에 군대롤 남기냐'며 북한은 물론 미국에서도 (미군) 철수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왜 한국을 지켜줘야 하느냐'며 주한미군 주둔에 지속적으로 의구심을 표해온 상황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이 관련 우려를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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