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기획┃공연예술통합전산망 1년②] 처참한 수치 새긴 코로나19
입력 2020.06.18 20:07
수정 2020.06.18 20:07
통합전산망이 보여준 초토화된 공연계 현실
'짧은 역사 탓' 비교할 데이터 없어 아쉬움
2020년 공연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초토화됐다. 불안감에 휩싸인 관객들은 공연장을 외면했고, 공연 매출과 예매 건수는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이하 통합전산망)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다. 공연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이를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내준 건 통합전산망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연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후 공연 산업의 참담한 현실을 과장 없이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며 통합전산망의 역할을 짚었다.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연계 전체 매출액은 1월 398억 5590만원에서 2월 216억 1963만원, 3월 91억 2321만원, 4월 47억 1468만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5월에는 112억 7321만원으로 반등했지만, 아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개막 편수도 1월엔 496편이었지만, 3월엔 82편으로 곤두박질쳤다. 예매 건수도 1월 97만 4009건에서 4월엔 11만 6869건까지 떨어졌다.
정부 지침에 따라 공연계의 상황도 급변했는데,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2월 24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3월 22일은 공연 매출 변화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이는 통합전산망의 주말 관객수의 변화, 일일 관객수의 변화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통합전산망은 공연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공연 관계자는 "과거엔 공연계가 불황일 때도 예매율이 높다고 과장 홍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통합전산망이 구축된 이후엔 이 같은 홍보 전략을 고수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진 않다. 통합전산망이 정상 궤도에 오른 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아 연도별 비교는 무의미한 상황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위해 최악의 불황에 빠진 2020년 3월 공연 매출액은 91억 2321만원으로 지난해 3월(86억 489만원)보다 높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 같은 결과다. 지난해 수치는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의미를 두기 어렵다.
하지만 2004년 시작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도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7~8년이 필요했다. 2005년 50%에 불과했던 스크린 가입율은 99% 수준까지 올라선 건 2010년이었다.
특히 파악된 관객수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극장의 매출 조작을 통한 영화진흥기금·세금 탈루, 배급사 이익 횡령 등이 의심되는 집계 누락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연예술 통합전산망도 제작사와 투자사, 관객들이 100% 신뢰하는 지표로 자리 잡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공연별 매출 및 관객수'처럼 아직 공개되지 않는 정보다 많다. 공연 관계자는 "코로나19를 통해 통합전산망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부족한 부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