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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나선 항공, 아시아나·이스타 인수도 속도 붙나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4.24 16:49 수정 2020.04.24 16:50

지원 방안 발표에 자금 지원으로 탄력 받을 전망

HDC현산·제주항공에 불확실성 여지 제거 신호

업황 불확실성 여전해 인수 후 고통 감내 불가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전경.ⓒ산업은행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전경.ⓒ산업은행

정부가 항공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항공사들의 인수합병(M&A)도 다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듯했지만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서 다시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업황 회복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인수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고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등 지난해 결정된 M&A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가 항공산업 지원 방안을 밝힌 지난 22일 아시아나항공은 이사회를 열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의 채무한도 상향을 통한 자금 지원 방안을 수용했다. 이날 이사회의 의결로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각각 1조2193억원과 4807억원 등 총 1조7000억원의 한도여신(CL)을 제공받아 운영을 위한 여유자금이 생기게 됐다.


이로인해 코로나19로 인한 항공 업황 악화로 불거졌던 불확실성도 다소 걷히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차입금 2조5000억원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매월 2000억~3000억원의 고정비 부담으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로인해 HDC현산의 인수 작업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경쟁당국의 결합 심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던 터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기업 결합 심사 65일 만에 승인했다. 이는 최대 120일까지 가능한 기업 결합 심사 기한을 감안하면 신속히 이뤄진 셈이다. 해외에서도 중국과 미국 등 5개국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한 상태로 이제 러시아 정도만 남아 인수에 필요한 제반 조건들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항공산업에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밝히고 채권단이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와 인수대금 납입을 위한 회사채 발행 등을 연기하며 인수계약 완료 시점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있다.ⓒ뉴시스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있다.ⓒ뉴시스

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제는 인수를 늦출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진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함께 채무한도 상향 등을 통한 지원으로 물꼬를 튼 만큼 차입금 상환 일정 연기 및 금리 인하, 5000억원 영구채 출자 전환 및 금리 인하 등 추가적인 조치들도 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방침에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은 HDC현산의 인수 불확실성의 여지를 없애겠다는 시그널로 읽힌다”며 “HDC현산도 채권단과 추가적인 요청 사항들을 협의하면서 인수에 속도를 낼 수 밖에 없지 않겠나”고 예상했다.


지난해 말 인수 결정 이후 다소 늦어지는 듯 했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도 공정위의 승인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인수 발표 이후 그 해 말에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밝혔으나 이후 실사기간이 길어지면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지난달 2일 체결한 바 있다.


공정위는 23일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를 감안해 기업결합심사를 시작한지 6주만에 승인으로 결론을 내렸다. HDC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심사때보다도 3주 가량 빠르게 이뤄진 것이다.


이번 공정위 심사 결과로 산업은행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에 1500억~2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한다. 제주항공은 이미 산업은행이 지난 2월 발표한 3000억원 규모의 저비용항공사(LCC)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400억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뉴시스 지난달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뉴시스

제주항공은 현재 해외에서 경쟁 제한성 평가가 필요한 태국과 베트남에도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들 국가에서 승인이 이뤄지면 잔금 납부 등 남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인수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인수 결정 당시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사들의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제주항공도 예외가 될 수 없어 잔금 납부 등 남은 인수 작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또 제주항공과 별도로 이스타항공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인수에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자본 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말부터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는 셧다운 조치를 내린 데 이어 300여명 내외의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이스타항공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해진 후에나 양사의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2건의 M&A가 완료되더라도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황이 크게 악화된 만큼 인수 결정 당시 기대했던 시너지효과 창출은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항공산업에 대한 지원 의지가 확인된 만큼 항공사들의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황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어 인수 후 상당한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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