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코로나위기' 문화계는] 지춘성 서울연극협회장 "예술인들 생존위협, 쓰러지진 않을 것"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20.06.05 12:05 수정 2020.06.07 09:08

코로나19로 초토화된 공연계 "설 자리 잃어"

"현장예술인 기준으로 정책 세워야"

지춘성 서울연극협회장.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춘성 서울연극협회장.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설 자리도 많이 사라졌고, 아르바이트로 인한 부수입도 끊긴 이들이 많아요. 생존의 위협까지는 느끼는 상황이죠."


지춘성 서울연극협회장(55)이 바라보는 공연계의 현실은 암담했다. 지난 1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창궐 이후 관객들의 발길은 뚝 끊겼고, 공연장은 문을 닫았다. 무엇보다 연극인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공연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연극인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때는 최소한 무대에 설 기회가 있었잖아요. 설 무대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만큼 참담한 건 없어요."


하지만 지 회장은 "(연극인들은) 결코 쓰러지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극인들에게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근성이 있어요. 분명히 긍정적인 방법을 찾아서 문화예술을 발전시켜나갈 거라고 확신합니다."


지 회장은 지금 이 시점에 협회의 가장 큰 숙제는 꾸준히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인들에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난달 2일부터 3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등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2020 제41회 서울연극제'는 뜻깊은 무대였다. 개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큰 사고 없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공식 선정작 8편이 힘겹게 올랐어요. 관객들은 '거리두기 좌석제'로 띄어 앉기를 하다 보니 예년에 비해 객석은 50%밖에 채울 수 없었지만, 관객들이 '믿고 보는 연극제'로 인정해주셨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연극제 기간에는 연극인들이 3분짜리 모놀로그 영상을 촬영해 보내주면 소정의 출연료를 지원하는 등 연극제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연극인들에게도 기회의 문을 열었다. 이밖에도 연극인들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느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지춘성 서울연극협회장.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춘성 서울연극협회장.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하지만 공연계의 어려운 현실은 당분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란 암울한 전망은 현장예술인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 지 회장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며, 현장예술인들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 때 일시적인 셧다운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3~4개월을 보낸 건 처음이죠. 문화예술계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관례를 깨야 하고 전통적인 것들, 관습적인 것들을 있는 그대로 놔둬선 안 된다고 봐요."


특히 공연장 특성과 공연 장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디테일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 회장은 "소극장과 대극장, 순수 연극과 뮤지컬 등을 서로 다른 특성이 있다. 그런데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그런 어떤 디테일까지 고민을 안 한다는 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현장예술인들의 기준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편리한 방식을 찾다 보니 정책의 좋은 취지가 왜곡되는 거죠. 필요한 사람한테 가야 하는 지원금이나 보조금이 다른 집단으로 가게 되거나, 받는 사람만 계속 받는 구조가 돼요."


지 회장은 "서울시나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장 소외되고 있는 연극인들을 찾아서 지원하는 사업을 마련해야 한다. 협회에서도 그런 연극인들을 찾아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돕고 싶다"고 말했다.


지춘성 서울연극협회장.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춘성 서울연극협회장.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코로나19 이후 공연계 화두가 된 영상 콘텐츠에 대해서는 "공연은 현장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예술"이라며 "공연 자체를 영상이 대체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하나의 영역으로서 계속 존재할 것"이라면서 긍정적인 면도 바라봤다.


"양질의 온라인 공연이 공연 관람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공연 영상을 기록물로 남긴다는 점에선 분명히 긍정적이에요. 그래서 기록하는 면에서도 도움이 되긴 하죠."


그만큼 공연계에서는 영상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질 전망이다. 지 회장도 "서울연극협회의 연극제 사업 중 일부는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 회장은 "극장은 코로나19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관객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극장에서는 거리두기 좌석제가 시행되고 마스크를 쓴 채 한 쪽 방향만 바라보고 앉게 돼 있어요. 관객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 방역 원칙을 철저히 지켜주고 있죠. 이제는 공연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