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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웅크린 ‘남일볼’…최용수 감독 진공청소

상암 = 데일리안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0.05.31 19:45 수정 2020.05.31 19:45

절친한 선배인 최용수 감독 상대로 승점 3

초보 감독답지 않은 침착한 경기 운영 돋보여

절친한 선배인 최용수 감독을 꺾은 김남일 감독. ⓒ 뉴시스 절친한 선배인 최용수 감독을 꺾은 김남일 감독. ⓒ 뉴시스

새내기 감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침착함이다.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이 서울 원정서 값진 승리를 따내며 3위로 도약했다.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은 31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서울과의 원정경기서 후반 막판 토미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했다.


이로써 승점 3을 보탠 성남은 2승 2무(승점 8)를 기록, 3계단이나 뛰어오른 3위에 안착했다. 리그 선두 전북(승점 9)과는 승점 1 차이이며, 울산과는 골득실에서 뒤진 승점 동률이다.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3일 전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쓴 후배 김남일 감독을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최 감독은 “지나온 시간과 경험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 내가 지나온 10년은 그냥 지나온 게 아니다”라며 초보 감독인 김남일 감독에게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상대에 대한 분석도 끝마친 상태였다. 당시 최 감독은 “성남의 슛 시도 횟수가 전체 2위다. 수비 시에는 5백을 서는데 수적 가담이 많다.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공격할 때는 자유로운 포지션 체인지로 상대 포지션 이탈을 이용하는 형태”라며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고 경계했다.


최용수 감독의 분석은 정확했다. 김남일 감독은 실제로 5백으로 스타팅 라인업을 짰고, 경기 휘슬이 울리자 수비 라인을 뒤로 내린 뒤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택했다.


주도권을 잡은 서울은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성남을 압박했지만 길게 늘어선 성남의 수비벽을 부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김남일 감독은 팀 분위기가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 뉴시스 김남일 감독은 팀 분위기가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 뉴시스

반면 잔뜩 웅크린 채 역습 기회만을 엿봤던 성남은 수비 진영에서 상대 골문까지 한 번에 치고 나가는 빠른 공격 전개가 돋보였다.


그리고 웃은 쪽은 성남이었다. 특히 김남일 감독은 너무도 ‘잘 아는’ 최용수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었다. 성남은 서울이 공격 라인을 더욱 바짝 끌어올리도록 버티기에 들어갔고, 수비 뒷공간을 노리기 위한 단 한 번의 찬스만을 노렸다.


김남일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리투아니아 득점왕 출신인 토미를 후반 중반에 투입, 지친 서울 수비를 예리하게 파고들 칼을 빼들었다. 용병술은 적중했다. 토미는 후반 43분, 측면 크로스가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잽싸게 달려들어 골을 만들어냈다. 상대 수비수들이 집중의 끈을 잠시 놓은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김남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서 “최용수 감독과는 중국에서 6개월 지내며 스타일을 잘 알았다”며 “오늘도 어떻게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솔직히 기 싸움에서 지기 싫었다”며 승리 비결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경기가 거듭될수록 안정될 것이다. 이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면서 “코칭스태프의 분위기가 좋다. 분업화에 대해서 서로 이해하고 이를 잘 이행하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남일 감독은 분명 초보 사령탑이다. 하지만 감독이 되기 위해 잘 준비했고, 이를 고스란히 그라운드에 녹여내는 능력이 돋보이고 있다. 선수 시절 ‘진공 청소기’라는 별명에 걸맞게 벌써 4경기째 승점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절친한 선배였던 최용수 감독도 ‘남일볼’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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