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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⑨] 아이돌에서 뮤지컬 배우로…이한울이 꿈꾸는 ‘무대’ 위의 삶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5.29 09:09
수정 2020.08.07 14:36

"무대에서 오래 이야기 할 수 있는 배우 되고 싶어"

"내 연기와 노래, 관객들에게 희망과 감동 됐으면"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이한울 배우 제공

오직 노래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꿈을 키우던 소년은, 지금 뮤지컬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한 배우’가 됐다. 뮤지컬 배우 이한울의 이야기다. 아직 그 꿈의 끝에 다다르진 못했지만 좋아하는 일, 그러니까 무대에서만큼은 누구보다 행복을 느낀다.


그는 작은 배역이라도 절대 허투루 하지 않는다. 2017년 가족 뮤지컬 ‘알라딘’을 시작으로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 자베르’, 2018년 가족 뮤지컬 ‘보물섬’ ‘판타지아’, 2019년 음악극 ‘카르멘’ 뮤지컬 ‘벤허’ ‘아이언마스크’, 그리고 올해 ‘삼월의 그들’ 등의 무대에 오르면서 배역의 크기와 상관없이 매번 최선의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 어릴 적 꿈이 뮤지컬 배우였나요?


어릴 적 꿈은 가수였습니다. 그저 노래가 좋고, 무대 위에 선 가수들이 환호와 박수를 받는 게 멋지고 부러웠어요. 아버지의 반대로 예술고 진학은 실패했지만, 긴 설득 끝에 고등학생 때 실용음악 학원을 다니게 됐어요. 그 학원에서 노래와 연기, 춤을 배웠고, 선생님의 추천으로 뮤지컬과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제 꿈은 변하지 않았어요.


- 뮤지컬 배우가 된 계기는 뭔가요.


꾸준히 기획사 오디션을 본 끝에 23살에 신생 기획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1년여의 연습생 기간을 거치고 해외에서 ‘헤이클’이라는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했어요. 앨범도 한 장 냈고요. 하지만 그 회사를 나오게 됐고, 24살에 군 입대를 하게 됐죠. 흔히 남자들의 인생이 군대를 기점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도 군대에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무대와 음악은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고, 뮤지컬 배우로 방향을 전환했어요.


- 2017년 데뷔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아무래도 작년에 했던 뮤지컬 ‘벤허’가 기억에 남아요. 저의 첫 대극장 작품이거든요. 더 애정하게 된 건 제일 존경하는 박은태 선배와 함께 해서죠. 정말 꿈만 같고,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꿈을 반대하셨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보러 와주신 공연이기도 하고요. 너무 벅차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 박은태 배우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군생활 중에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서 휴가 나올 때마다 박은태 배우의 공연을 봤어요. 노래, 연기는 물론 몸을 정말 잘 쓰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번 ‘벤허’를 함께 하면서 더더욱 팬이 됐어요. 성품이 남다른 배우에요. 연습 첫 날 ‘앙상블 이름을 다 외우겠다’면서 앙상블 배우 26명의 명단을 들고 다니면서 인사하고, 웃어주시는 모습에 감동받았어요. 저도 꼭 이런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한울 배우 제공

-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물론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작년에만 6개의 작품을 했어요. 그런데 작년 3월 ‘카르멘’ 연습 중에 덤블링을 하다가 어깨를 심하게 다쳤어요. 회전근개 손상이 있었는데 치료를 받으면서도 공연과 연습을 멈출 순 없었죠. 문제는 그 다음 작품이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벤허’는 제 첫 대극장 공연이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까 남들보다 뒤처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연습하는 내내 참고 버텨내다가 집에 가는 길에 눈물을 흘렸어요. ‘몸만 아프지 않으면 더 잘 해낼 수 있는데’라는 생각에 부정적인 생각들이 순식간에 나를 휘감았어요. 그때가 가장 힘든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 앙상블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 같아요.


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매일 연습하는 건 당연하고, 하루에 두 번의 공연을 하게 되면 무대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쏟고 내려오거든요. 근데 생각해보면 육체적인 고통은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무대를 마치고 나면 관객들이 보내주는 박수와 환호 소리에 금세 잊혀지거든요. 정말 보람차고 뿌듯해요. 이게 바로 제가 무대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 앙상블 배우가 뮤지컬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앙상블 배우는 극을 이끌어감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존재에요. 없어서는 안 되는…. 물론 주·조연 배우가 극을 이끌어 간다고 볼 수 있지만, 앙상블 배우가 있기에 그 배역과 작품이 더 조화롭고 풍성하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앙상블 배우를 보는 시각에 편견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그렇죠. 제가 앙상블 배우로 무대에 오른다는 것 자체는 자랑스럽고 좋지만, 제 꿈이 앙상블 배우는 아니에요. 주변에선 걱정을 많이 하죠. 공연을 보러 와도 ‘네가 어디 있었냐’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고 말할 땐 마음이 아파요. 보통 앙상블 배우를 ‘코러스’ 쯤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앙상블 배우도 배우입니다. 그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배우가 많고요.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배우들이에요. 그저 자신이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할 뿐이죠. 앙상블 배우도 존중해주시고, 지켜봐주시면 좋겠어요.


ⓒ이한울 배우 제공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공연계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출연하던 작품이 중단 됐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배우뿐 아니라 모든 직업 이 다 힘든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터진 건 올해 ‘삼월의 그들’이라는 작품 연습 기간이었어요. 감사하게도 서울 공연은 잘 마무리했지만, 마산에 잡혀 있던 공연이 취소됐어요. 다들 열심히 연습한 만큼 공연 취소가 뼈아팠죠.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동안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 그럼 이제 재충전이 끝난 건가요?


네, 다시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여러 오디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무대에서 꼭 좋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꼭 하고 싶은 뮤지컬이 있나요?


물론이에요. 전 뮤지컬 ‘헤드윅’을 해보고 싶어요. 헤드윅이라는 인물이 극 전체를 이끌어 나가잖아요. 굉장히 매력적이고 에너지가 넘쳐요. 그런 역할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네요.


- 배우로서 최종 목표는요?


그저 무대에서 오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연기와 노래로 관객들에게 메시지와 희망 그리고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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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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