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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일자리 잃은 방송작가①] “6명 중 1명 꼴”…코로나19로 무더기 실직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5.22 15:06 수정 2020.05.23 10:04

"코로나19로 기획하고 있던 프로그램 중단"

비정상적 고용 형태, 코로나19로 적나라하게 드러나

ⓒ픽사베이 ⓒ픽사베이

“기획하고 있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끊겨서 결국 중단됐다. 관객이 필요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관객을 들일 여건이 되지 않아 프로그램 자체가 중단된 것. 최근 코로나 사태로 기획 단계에 프로그램이 다수 제작을 멈춘 것으로 안다” -6년차 방송작가 A씨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커지면서 방송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방송 중인 프로그램들은 서둘러 문을 닫거나, 촬영을 중단하거나, 촬영 장소 변경, 포맷 변경해야 했다. 신규 제작 중이던 프로그램 역시 취소와 연기가 불가피했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그 타격을 고스란히 흡수한 직군 중 하나는 방송작가다. 지난달 27일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같은달 3일부터 10일간 방송작가 152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 145명 가운데 120명(81.4%)이 코로나19 이후 프로그램 연기·축소·폐지 등으로 피해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 중이던 프로그램이 중단됐다는 응답이 42명(28.3%)에 달했고 기획단계 및 신규 제작 중이던 프로그램이 취소됐다는 응답은 37명(25.5%)으로 뒤를 이었다. 32명(21.4%)은 섭외와 촬영이 불가능해 방송일을 연기했다고 답했고 9명(6.2%)은 공공기관과 기업이 투자를 취소하거나 감액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이 중단된 방송작가의 70%가 대기 상황에 있거나 강제 무급휴가 상태였다. 응답자 135명 가운데 56명(41.5%)이 ‘금전적 보상 없이 대기하거나 계약 기간이 연장됐다’고 답했다. 38명(28.1%)은 강제 무급휴가 상황이라 응답했고 해고나 계약해지를 당한 작가도 21명(15.6%)에 달했다.


중단된 프로그램의 재개 시점도 불확실했다. 응답한 131명 중 76명(58%)이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 1개월 이상~2개월 미만 내 재개된다는 작가는 20명(15.3%)이었고 8명(6.1%)은 2개월 이상~3개월 미만 내 재개된다고 답했다. 3개월 이상이라 답한 작가는 7명(5.3%)이었고 11명(8.4%)은 1개월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수입은 근속연수가 짧은 작가일수록 큰 폭으로 줄었다. 근속연수가 5년 미만 작가들은 한 주에 평균 48만 2000원 수입을 예상했으나 코로나19 이후 평균 35만 4000원을 번 것으로 추산됐다. 5년 이상~10년 미만 근속한 작가들은 한 주 예상 수입이 평균 72만 8000원이었으나 실제 수입은 평균 57만 7000원이었다. 10년 이상~15년 미만, 15년 이상~20년 미만, 20년 이상 근속한 경우 각각 한 주 평균 예상 수입은 91만 7000원, 85만 4000원, 108만원이었다. 이들의 실제 수입은 순서대로 85만 9000원, 60만원, 103만원으로 분석됐다.


중단된 프로그램이 어떻게 대체됐느냐는 물음에 58.5%(76명)가 ‘잘 모른다’고 답했다. 26명(20%)은 다른 프로그램이나 재방영분으로 대체됐다고 밝혔다. 기타에 속한 12명(9.1%)은 코로나 특보나 뉴스, 재난 방송 등으로 대체됐다고 응답했다.


한 작가는 “코로나로 촬영이 연기됐지만 담당PD는 재개 날짜 등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 월급이 계속 나오는 입장에서 당장 급하지 않겠지만 주급으로 먹고사는 자취생 막내 작가는 차라리 본가에 내려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또 “프로그램이 연속 3주 동안 결방돼 무급휴가가 돼 버렸다” “새 프로젝트를 몇 달 간 진행하고 실제 기획안을 쓰는 등 작가 일을 했지만 코로나로 엎어지면서 금전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하는 작가도 수두룩했다.


문제는 이번 무더기 실직 사태가 단순히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10년차 방송작가 B씨는 “물론 코로나19로 실직자들이 생긴 것은 맞지만, 애초에 제대로 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기본적으로 방송작가들의 고용 형태가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에 코로나19 피해의 최전선에 놓이게 된 것”이라며 “곪아 있던 현실이 터진 것”이라고 분개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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