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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신기방기’ 방망이 던지기 역수출 되나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0.05.07 13:28 수정 2020.05.07 14:46

개막전서 NC 모창민의 배트 플립 크게 조명

투수 자극할 수 있기에 ML에서는 금기 행위

모창민의 ‘빠던’은 미국에서 크게 관심을 받았다. ⓒ 뉴시스 모창민의 ‘빠던’은 미국에서 크게 관심을 받았다. ⓒ 뉴시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방송사인 ESPN이 매일 1경기씩 KBO리그 경기를 중계하게 되면서 한국 야구 특유의 문화 역시 크게 조명 받을 것으로 보인다.


ESPN은 지난 5일 대구에서 열린 NC와 삼성의 개막전을 생중계했다. 이날 방송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선수는 역시나 모창민이었다.


모창민은 6회 박석민과 함께 백투백 홈런을 날렸다. 스윙 후 홈런을 직감한 모창민은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배트를 던졌고 이에 ESPN 중계진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배트 플립(Bat Flip)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이날 중계를 맡은 칼 래비치 캐스터와 메이저리거 출신 에두아르도 페레스 해설위원은 경기 내내 ‘빠던(빠따 던지기)’이 언제 나오는가를 기다렸다. 모창민에 앞서 홈런을 만들어낸 박석민에 대해서는 타구보다 타격 자세에 관심을 보이며 “배트 플립이 있었나요?”하더니 모창민 홈런 후에는 “드디어 한국 야구에서 배트 플립이 나왔다”면서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배트 플립, 즉 한국에서 ‘빠던’이라는 용어로 유명한 방망이 던지기는 타자가 타석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다.


다만 배트 플립이 나오게 된 계기는 단순히 보여주기가 아닌, 타격폼에 의한 것이었다. 투 핸드로 팔로우 스윙을 할 경우 자연스럽게 몸이 돌아가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몸을 다시 반대편으로 되돌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배트를 놓게 되면 ‘빠던’이 만들어진다.


‘빠더니스트’ 홍성흔. ⓒ 뉴시스 ‘빠더니스트’ 홍성흔. ⓒ 뉴시스

반면, ‘빠던’은 상대 투수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철저히 금기시 되는 행위다.


물론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팔로우 스윙 후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무거운 배트를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두 팔로 배트를 돌리는 동양인 타자들에 비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원 핸드 팔로우 스윙을 해 배트플립의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두 팔로 방망이를 돌리더라도 회전하는 방향 그대로 배트를 내려놓는 게 일반적이다.


KBO리그에서 ‘빠던’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많은 선수들이 고교 시절부터 ‘빠던’을 자연스러운 타격의 동작으로 인식했고, 투수들 역시 의도적으로 자극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양해해주곤 했다.


‘빠던’의 장인으로 꼽히는 선수들 대부분은 KBO리그 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레전드들이다. 양준혁은 만세 타법으로 방망이를 던졌고, 김재현은 홈런 타구보다 빠른 속도로 호쾌하게 배트 플립을 선보였다. ‘빠던’을 예술로 승화시킨 홍성흔은 아예 별명이 ‘빠더니스트’였다.


현역 선수들 중에서도 ‘빠던’을 즐기는 선수들이 상당하다. 롯데 전준우는 배트 플립으로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월드스타이며 팀 동료 정훈의 경우 극단적으로 몸을 기울이는 타격 폼으로 마운드를 향해 배트를 던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배트 플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정도로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타자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KBO리그의 ‘빠던’을 경험하게 될 미국 야구팬들과 선수들이 인식을 바꿀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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