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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매진된 공연에 지그재그로 앉으라니" 뮤지컬 '레베카' 법정 분쟁 비화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20.05.07 08:22
수정 2020.05.07 08:25

공연주관사 "셋업 도중 취소 통보, 법정으로 간다"

성남문화재단 "재난안전대책본부 지침, 불가피한 선택"

뮤지컬 '레베카' 포스터. ⓒ EMK뮤지컬컴퍼니

"티켓 판매가 완료된 상태에서 좌석을 조정하라니,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8일부터 10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4회 공연 예정이던 뮤지컬 '레베카'가 공연을 불과 4일 앞두고 전격 취소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연을 주관한 에스플레이프로젝트 측은 지난 4일 "성남 공연 진행을 위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예방수칙에 따른 철저한 준비와 함께 무대 셋업을 진행하는 도중 성남시와 성남문화재단의 공연 불가 통보로 인해 부득이하게 공연을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방역' 체제로 전환을 앞두고 국공립 공연장들도 속속 공연 재개 소식을 알리던 상황이었기에 공연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성남문화재단 측은 "성남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3일자 공문을 통해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지그재그로 한 칸씩 띄어서 앉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라며 "기획사 측이 요청했으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연기하거나 취소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플레이프로젝트 측은 "이미 무대 셋업에 들어간 상태에서 갑자기 불가능한 지침을 내리는 것은 횡포"라며 반발했다. 6일 성남문화재단 측에 내용 증명서를 보내고 법정 소송도 준비 중이다.


관계자는 "2월부터 예매가 진행된 데다, 옥주현 출연 회차의 경우 매진된 상태였다. 공연을 코앞에 두고 좌석을 조정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페라의 유령'이나 '드라큘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공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남문화재단 측은 "사립 공연장과 달리 성남아트센터는 정부와 시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강조했지만, 에스플레이프로젝트 측은 공연 취소에 따른 손해조차 기획사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뮤지컬 '레베카' 지방 투어 공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3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예정됐던 공연을 앞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임을 이유로 취소를 권유했고, 공연 유통사 측은 "연기가 어렵고 공연 취소에 따른 손해가 막심하다"는 이유로 반발했기 때문이다. 논란 끝에 공연은 6월로 연기됐지만, 이 과정에서 남은 앙금과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공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불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뒤늦게 취소나 연기를 하도록 종용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며 "공연 기획사의 피해는 물론이고 관객들의 권리도 침해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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