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북부선이 '한반도 뉴딜'?…재원마련‧부가가치에 '물음표'
입력 2020.04.28 05:00
수정 2020.04.28 05:30
판문점선언 2주년 맞아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 열려
통일부 장관 "동해북부선,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회복 앞당길 것"
재원 마련 방안 불확실…예타 면제로 경제적 부가가치도 파악 어려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름 넘게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27일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경기 침체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북 사업을 '한반도 뉴딜'에 비유하고 나섰지만, 경제적 부가가치와 재원 마련 절차 등을 감안하면 실효성보단 상징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평가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해당 기념식 기념사에서 "동해북부선 건설은 그 과정 자체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한반도 뉴딜' 사업"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우리 경제 회복을 앞당기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남북 간 철길을 따라 사람과 물류가 자유롭게 오가는 날을 꿈꾼다"면서 "정부는 남북관계의 공간을 넓혀 나가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동해북부선은 강릉에서 고성 제진을 잇는 110.9㎞의 종단철도 연결 사업으로 지난 1967년 노선 폐지 후 현재까지 단절된 상태로 남아있었다. 해당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북측 철도 구간 정비까지 완료되면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는 북한‧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다다르게 된다.
김 장관은 동해북부선 추진을 계기로 본격적인 남북 철도협력과 함께 △개별관광 △보건의료 협력 △DMZ 국제평화지대화 △한반도 산림 생태계 복원 등을 추진하겠다며 "남북이 함께 양 정상의 약속을 이행하고 평화경제로 나아가는 여정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통일부는 김 장관 주재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동해북부선 사업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남북협력사업으로 선정된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가 면제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우리가 돈이 없지 기술이 없나"
전문가들 "장기 공사 예정…예타 면제로 부가가치 파악 어려워져"
정부가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지만, 현 정부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약 2조8520억원 규모로 평가되는 관련 사업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조차 불분명한 상태다.
다음 달 중으로 기획재정부가 재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심의를 마치면,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 수립 및 설계 등을 위한 용역을 진행할 전망이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동해북부선 사업은) 큰 프로젝트고 돈이 많이 들어간다"면서 "그런 공사는 국토교통부 예산으로 해야 되는데 왜 그걸 남북협력기금으로 하려고 하나. 국토교통부가 나쁘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앞서 "설계에서 시작해 예산 및 재원 마련 등은 국토교통부가 준비하게 된다"며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착공시점은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과거 동해북부선 열차가 지나다닌 고성군 배봉터널 현장을 살펴보며 "우리가 돈이 없지 기술이야 (없겠느냐)"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해북부선 완공에 10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면제돼 한반도 뉴딜 구상의 경제적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장기간 공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건 뉴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역시 통화에서 "뉴딜이 되려면 국가 경제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번 사업을 통해 그만큼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거둘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