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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뱉지 말자” 코로나19가 던진 낯선 과제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0.04.23 10:42 수정 2020.04.24 08:56

흙먼지 날리는 야구장에서 밴 오랜 습관 당장 고치기 어려워

사회적 책임과 품격 유지, 건강한 리그 지키기 위해 준수해야

잠실야구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잠실야구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내놓은 규칙 중 하나가 ‘침 뱉기 금지’다.


KBO는 지난 17일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에 대비해 선수 및 리그 관계자들이 지켜야 할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 2판을 발표했다. 경기장과 근처에서 식사할 때도 나눠서 해야 하고, 선수단 회식도 금지된다.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을 제외한 모든 구역에서 마스크 착용, 맨손 하이파이브 자제 외 눈에 띄는 규칙은 비말에 의한 감염을 막기 위한 ‘침 뱉기 금지’다. 권고사항이라 특별한 페널티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지만 리그 전체를 위해 선수들이 준수해야 할 규칙이다.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3주가량 리그가 중단돼 경기 수 단축도 불가피하다. 무관중 경기로 수익 악화가 우려되는 구단으로서는 경기 수까지 단축되면 더 큰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고, 팬들은 TV 중계조차도 즐길 수 없다. 통합 매뉴얼에 포함된 규칙은 각별히 주의하며 지켜야 한다.


선수들도 노력은 하고 있다. 하지만 흙먼지 날리는 그라운드에서 몸에 밴 ‘침 뱉기’라는 습관은 하루아침에 떨쳐내기 어려워 보인다.


잠실야구장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잠실야구장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라운드에서 몇 차례 침을 뱉기도 하고, 더그아웃 근처에서는 씹던 해바라기 씨앗을 뱉기도 한다. 마운드에서도 무의식 중에 맨손을 입에 댄 뒤 침을 뱉는 장면은 아직은 볼 수 있다. 구단 관계자나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도 서로에게 “침 뱉지 말자”고 독려한다. 코로나19 이전에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KBO리그의 한 구단 관계자는 “웃으면서 ‘침 뱉지 말자’고 하는 선수도 있고, 자기도 모르게 뱉고 민망하다는 듯 웃는 선수도 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이지만 TV 중계를 통해 침 뱉는 장면이 전달될 때 보기 좋지 않았는데 이번을 계기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5월5일 개막을 앞둔 KBO리그는 당분간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다. 따라서 TV와 뉴미디어 중계 시청자는 폭증할 수밖에 없다. 카메라를 통해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야구팬들에게 더 가까이 노출된다. 현 시국에서 예방 대응책에 역행하는 행동은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침 뱉기에 대한 페널티는 없지만,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부과될 수도 있다. 그제야 지켜진다면 그것 또한 머리를 ‘긁적긁적’할 일이다.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품격 유지, 그리고 건강한 리그 지키기를 위해서라도 침 뱉기 금지 규칙 준수는 필수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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