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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생존게임-항공] 막힌 하늘길 언제 뚫리나...휴직-임금반납에도 벼랑 끝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4.16 05:00
수정 2020.04.15 17:22

코로나19로 생사 갈림길 선 항공사들...비용절감에도 역부족

국가 기간산업으로 골든타임 중요...정부 추가지원 전무 ‘한숨’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완전히 닫힌 가운데 항공사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저조한 항공기 운항률에 매출 발생이 미미한 상황에서 직원들의 휴직과 임금반납 등을 통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각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비상경영체제 돌입과 함께 직원들의 휴직과 임원들의 임금반납 등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어려움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항공기 운항률은 이제 10% 정도밖에 되지 않고 국내선 중심으로 운항되는 노선도 승객들의 탑승률이 저조해 적자 운항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전세졔적인 확산으로 올 한해는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쉽게 전환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항공 수요 회복은 상당히 느리게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당장 항공 수요가 기존 수준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하더라도 증가 속도는 매우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도 급반등의 V자가 아닌 완만한 U자 형태의 회복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항공 수요 회복은 더 가로로 긴 U자형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 항공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늘어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자료사진)ⓒ연합뉴스

◆ 벼랑 끝에 선 항공사들...재무 리스크도 커져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이미 벼랑 끝에 선 상황이다. 각 사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2분기까지 지속되면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사실상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국제선과 국내선 운항을 모두 일시 중단하는 셧다운 조치를 취했고 제주항공ㆍ진에어ㆍ에어부산ㆍ티웨이항공ㆍ에어서울 등은 국내선 운항 재개와 함께 일부 증편도 단행했지만 실제 탑승객 수는 계속 감소하면서 적자 운항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는 LCC뿐만 아니라 대형항공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에게도 닥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외부리스크가 장기화되면 이들 대형 항공사들도 도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리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위기로 회사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강등되면서 영업차질로 인한 매출 하락 속에서 기존 부채들의 조기 상환 압박이 커지는 이중고로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신용등급을 대한항공은 기존 A에서 A-로, 아시아나항공은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ABS는 항공기 운임 등에 기반해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을 담보로 발행되는 증권으로 항공사들은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 전례없는 위기에도 정부의 지원은 미지근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전례없는 경영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정부의 지원은 너무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거의 고사 직전인 항공사들이 직원들의 휴직과 임워들의 임금반납 등 자구 노력을 최대한 하고 있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항공기 리스(대여) 비용과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워낙 큰 항공산업의 특성상 현재까지 나온 대책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추가적인 자금지원과 무담보 저리대출 확대,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 등 금융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정부는 지난 2월 17일 ‘항공분야 긴급 지원대책’을 통해 저비용항공사(LCC)에 최대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서울·에어부산 등에 총 126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단행했다. 또 지난달 말에는 운행중단 노선 운수권 보장, 공항 이용료 감면 확대 등 추가 지원책도 발표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이후 추가 대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고 특히 대형 항공사들에 대한 지원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의 4차 비상경제회의에서도 항공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은 아예 언급되지도 않았다.


이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14일 '코로나19 위기극복 항공산업 노사정 간담회'를 열었지만 현재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공유하는 정도에 그쳤다. 전국연합노조연맹의 요청으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들은 향후 어려움을 파악한 뒤 지원책을 강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했을뿐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대해 업계에서는 항공산업이 국가 기간 산업임에도 정부가 홀대하고 있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정부가 항공산업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지금까지의 스탠스만 보면 대체 어떻게 항공산업에 닥친 위기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업계, 신속한 지원 촉구...“이대로 가다간 다 죽어”


이러한 정부의 소극적인 입장이 정부부처간 온도차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구체적인 추가 지원 방안 마련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으로 항공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향후 회복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항공산업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항공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기에 적절한 지원에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항공사의 추가 자구 계획이 선행돼야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보수적인 기조를 계속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부의 스탠스는 현재 전 세계 각국이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앞다퉈 대규모 금융지원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너무 미약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총 580억달러(약 74조원) 규모의 보조금과 대출 지원을 결정했고 독일은 국적기인 루프트한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무한대로 설정하고 세금 납부까지 유예했다. 또 프랑스와 싱가포르는 각각 450억유로(약 60조5000억원)와 133억달러(16조4000억원)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중국·대만·영국·호주·뉴질랜드 등도 자국의 항공산업이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에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까지도 정부의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지난 2월말 LCC 사장단이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을 낸데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도 항공업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노조도 동참하고 있다.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연맹은 14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앞에서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이들은 "항공·공항 산업은 직접 고용 8만명, 연관 종사자 25만여 명에 달하는 국가기간산업"이라며 "정부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대대적인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항공기가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뉴시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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