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때 ○○파 나오듯…코로나 위기 덮어가는 '신천지'
입력 2020.03.03 04:30
수정 2020.03.03 06:02
文대통령 "신천지가 심각" 포문 열자 몰아치듯
추미애·박원순 "압수수색" "미필적 살인" 뒤따라
이낙연 前비서실장은 '정치권 접근가능성' 시사
정부·여당 차원에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코로나19 위기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하듯 몰아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포문을 열자 추미애 법무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뒤따르는 모양새인데,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때 기독교복음침례회(○○파)를 겨냥한 '몰이'가 연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열린 여야 정당대표 회동이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신천지 신자들에 대한 검사 결과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같은날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 의도적·조직적 거부나 방해·회피가 발생할 경우,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배턴을 넘겨받은 주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1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바이러스 진원지의 책임자'라고까지 지칭하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형사고발하겠다. 이만희 총회장을 체포하는 게 지금 윤석열 검찰총장이 해야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러스 진원지'는 중국 우한인데 '우한 짜요(파이팅)'를 외치던 박 시장의 돌연한 모습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다른 혐의 성립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는 법리구성상 무리가 많고 변호사인 박 시장 스스로도 이를 모르지 않을텐데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칼'을 쥐고 있는 검찰은 정작 냉정하다. 대검찰청은 추 장관의 지시가 있었던 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대검과 사전 협의할 것 △당장은 강제수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의 업무연락을 각급 검찰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울시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12지파 지파장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일단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배당했다.
세월호 사고가 ○○파를 거쳐 정치를 덮쳤듯, 신천지와 정치권을 얽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일 국민일보가 신천지 내부자를 통해 입수했다는 문건에 따르면, 신천지의 위장조직인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은 부산 지역의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 10여 명의 개인정보를 정리해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을 상대로 하는 80여 건의 연락 기록도 있었다.
정운현 전 이낙연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같은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이 '이 총리와 사전 연락해 만나기로 돼 있다'며 나더러 일정을 알아보더라"며 "총리한테 확인했지만 '약속한 적이 없다'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하니, 그제서야 '면담을 간청드리는 것'이라는 구차한 얘기를 덧붙이더라"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은 "중간에 이런 비서진이 꼼꼼하게 걸러주지 않는다면, 이런저런 잘 포장된 말로 만남이 주선됐을 수도 있겠다"며 "사안에 따라서는 어떤 사람들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또 만났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신천지가 특정 정치인과 만남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신천지 스스로도 기이한 행태로 정치적 논란 자초
이만희, 이목 쏠린 기자회견에 '박근혜 시계' 착용
김진태 "과장된 팔동작…'시계 봐달라'는 제스처"
신천지 스스로도 기이한 행태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만희 총회장은 2일 경기도 가평 자칭 '평화의 궁전'에서 자청한 기자회견장에 이른바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타났다. 이 총회장은 기자회견 도중 두 번 절을 하거나, 짧은 소매의 옷을 입고 일부러 손목의 시계가 드러나보이게끔 과장된 손동작을 하는 등 유난히 '박근혜 시계'를 강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 총회장이 차고나온 '박근혜 시계'가 가품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김진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긴급논평에서 "'박근혜 시계'는 은장으로 저런 금장이 아니며, 더욱이 날짜가 나오는 '박근혜 시계'는 없었다"며 "나는 저런 금장시계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총회장은 왜 '박근혜 시계'를 차고나와 이를 드러내보인 것일까. 김 의원은 "현 정권에 의해 살인죄로 고발당한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할 이유가 있을까"라며 "89세 고령이 아직 쌀쌀한 날씨인데도 소매 짧은 옷을 입고나와 과장된 팔동작을 했다. 시계 좀 봐달라는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나 이렇게 박근혜와 가깝고 야당과 유착돼 있다는 것을 알렸으니 나 좀 잘 봐달라'는 메시지 아니었겠느냐"라며 "이만희 총회장은 온 국민을 상대로 저열한 정치공작을 시도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와중에 여현호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페이스북에 미래통합당과 신천지 연계설을 보도한 기사를 공유하며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비서진은 선거에서 즉시 손을 떼라"고 규탄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이만희 교주와 신천지가 감염병 확산 방지 노력에 피해를 준 것은 분명하다. 우리 당에서도 이만희 교주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친여매체들이 우리 미래통합당과 신천지를 끊임없이 연관시키려 하고 있는데,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심 원내대표는 "SNS에서 우리 당과 신천지의 연관설이 계속 조작돼 확산되고 있다"며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보도하는 것에 당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