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쏟아졌는데 논의는 없었다…'신천지 전장' 된 민주당
입력 2026.07.29 18:00
수정 2026.07.29 18:00
친청계 "사과·정치적 책임 져야"
송영길 "후보 간 공격 소재 안 돼"
29일 밤 TV토론서 재충돌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전당대회 신천지 개입 의혹을 둘러싼 당권 경쟁의 대리전 무대로 변하고 있다. 최고위원들이 의혹 규명과 근거 공개, 후보 조사와 징계까지 상반된 요구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최고위 차원의 공식 논의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민석·정청래 당대표 후보(기호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논의보다 후보별 유불리에 따른 정치적 메시지만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5~27일까지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한 당대표 적합도는 김 후보 36.6%, 정 후보 34.3%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 ±2.9%p) 안이었다. 민주당원 조사에서도 정 후보 41.9%, 김 후보 41.5%를 기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강 후보의 승부가 팽팽해진 상황에서 신천지 문제가 29일 오후 9시 MBC에서 열리는 당대표 후보 TV토론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 입당을 통해 당내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합동수사본부가 해당 사안을 수사하고 있는 만큼 신속하고 엄정하게 의혹을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부풀려 정치 공세의 도구로 삼아서도, 외부 세력의 경선 개입 가능성을 가볍게 넘겨서도 안 된다"며 양측 모두에 자제를 요구했다.
전당대회 이후 행정안전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야 정당이 제도 개선과 투명한 당원 관리 시스템 마련을 논의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특정 종교 집단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며 전당대회 이후 이중당적 정리와 제도 개선 논의를 차기 지도부의 과제로 제시했다.
반면 박규환 최고위원은 신천지 의혹을 제기한 후보들을 겨냥해 근거와 제보 자료를 즉각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예비경선이 끝나면 근거를 내놓겠다거나 적절한 시기에 말씀드리겠다고 했던 호기는 어디로 갔느냐"며 "제보를 받았고 녹취도 있다면 공개하거나 당에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윤리감찰단, 윤리심판원 등이 의혹 제기 후보자들을 조사해야 한다며 "주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후보 자격 상실, 제명 제소, 형사 고발 등 당규에 따른 제재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후보 측 인사들의 공세도 이어졌다. 한민수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김 후보의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 연합' 발언을 거론하며 "근거를 대지 못한다면 정치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선원 최고위원 후보가 관련 제보를 확보했다면서 전당대회 이후 조사를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전당대회 전에 어마어마한 의혹을 제기해놓고 이제 와서 전대 이후 조사하자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며 즉각적인 근거 공개를 요구했다.
정 후보 역시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의혹 제기에 대해 "결과적으로 당과 당원들을 공격한 일"이라며 "근거를 대지 못한다면 깨끗하게 사과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중대한 해당행위"라고 말했다. 당 차원의 조사와 조치도 거듭 촉구했다.
한편 송영길 후보는 신천지 의혹을 후보 간 공격 소재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정 후보 측의 책임론과 거리를 뒀다. 결과적으로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 후보를 향한 공세에 제동을 걸며 김 후보 측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이날 MBC '뉴스투데이'에서 "신천지 논쟁을 당내 경선에서 상호 공격의 소재로 쓰는 게 아니라 모든 후보가 함께 신천지의 정치 개입을 강력히 규탄하고 방지하는 데 힘을 모아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같은 발언들이 지도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별 최고위원의 제안이라는 입장이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에서 관련 논의는 없었고, 조사 여부를 최고위 단위에서 토론한 적도 한 번도 없다"며 "박 최고위원의 발언은 제안 형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개석상에서는 의혹 규명과 후보 징계를 요구하는 발언이 연일 이어지지만, 이를 공식 안건으로 다루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지도부 차원의 절차는 시작되지 않은 셈이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신천지 문제가 정상적인 당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전당대회 특정 후보의 유불리와 연결된 이슈가 돼버렸다"며 "전당대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도부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고위원들은 각자 지지하거나 입장을 함께하는 후보의 유불리에 따라 발언하고 있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에서 새로운 결과를 내놓으면 당이 후속 조치를 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전당대회 이슈로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