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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이정은 "최종 꿈 아카데미 진출, 실현될까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19.12.09 09:00
수정 2019.12.09 14:00

KBS2 '동백꽃 필 무렵'서 정숙 역

"다양한 엄마 모습 보여주려 노력"

KBS2 '동백꽃 필 무렵'서 정숙 역

"다양한 엄마 모습 보여주려 노력"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열연한 배우 이정은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배우 이정은(49)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연이어 '대박'을 쳤다. 하는 작품마다 흥행했고,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전성기를 맞은 그는 최근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정점을 찍었다. 전에 없는 엄마를 연기해 공감을 샀다.


'동백꽃 필 무렵'은 옹산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사람은 사람이 구원해줄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19.7%-23.8%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 성적이다.


작품에선 눈물을 담당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동백이(공효진)의 엄마 정숙을 맡은 이정은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깜짝 등장한 그는 극이 흐를수록 동백이에 대한 애끓는 마음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을 펑펑 울렸다.


드라마 종영 후 4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이정은을 만났다.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한 이정은은 30년 가까이 무대, 스크린, 안방극장을 오가며 내공을 쌓았다. '오 나의 귀신님'(2015) 속 서빙고로 얼굴을 알린 그는 이후 다양한 작품에 꾸준히 출연했다.


특히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션샤인(2018)에서 함안댁으로 분해 '함블리'라는 애칭을 얻어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아는 와이프'(2018), '미쓰백'(2018), '눈이 부시게'(2019), '기생충'(2019), '타인은 지옥이다'(2019) 등에 출연하며 그야말로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 열린 청룡영화상에서 '기생충'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그는 "요즘 좋은 일이 생겨서 기분이 좋다"며 "상은 부모님 댁에 놓는 편이다. 평정심을 지키려 한다"고 미소 지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열연한 배우 이정은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수상 소감은 화제가 됐다. 그는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너무 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이만한 얼굴이나 몸매가 될 때까지 시간이 분명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재능 있는 후보들 사이에서 상을 받아 더 영광스럽다"고 밝히며 눈물을 흘렸다.


이를 언급하자 그는 "내 캐릭터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웃었다.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배우는 "영상 매체에 진입할 필요가 없다고 평정심을 유지했을 때 울렁증이 조금씩 사라졌다"고 말했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이정은은 힘든 삶을 산 정숙을 연기했다. 한 차례 작품을 고사했던 그는 정숙이의 삶을 모른 채 작품을 택했다. 모르고도 할 수 있었단다.


배우는 "여러 인물을 조명해준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벌 받고 산 정숙이가 동백이와 필구를 만나 가족을 이뤄 다행"이라고 전했다.


이전 작품은 '타인은 지옥이다'였다. 섬뜩한 모습을 선보였던 그는 "'동백꽃'에선 모정에 대한 의심을 끊임없이 하는 역할이라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혼인 그는 애끓는 모성을 절절하게 연기했다. 정숙이 보여준 마음은 모정이라기보다는 자신이 행한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정의했다. "'마더'를 좋아하는데 '남의 자식은 미워하고, 내 자식은 예쁘다'라는 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죠. 정숙이가 좀 이기적이긴 한데 동백이가 자기 자식이니깐 어쩔 수 없었어요(웃음). 동백이를 향한 사랑은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회복이라고 생각해요."


임상춘 작가와는 '쌈 마이웨이'에 이어 두 번째다. 촬영할 때는 서면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임 작가의 필력에 감탄한 장면을 묻자 동백이에게 '너와 함께한 7년 3개월이 적금 탔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 장면과 까불이를 찾아가 '내 딸 위해선 하나는 한다'고 선포한 장면을 꼽았다. "정숙이가 까불이를 찾아갈 줄은 몰랐어요. 정말 멋졌죠. 엄마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요."


극 초반 미스터리한 인물로 나타난 정숙은 후반부에 드러나 긴 분량의 전사를 드러낸다. 배우는 "초반에 욕을 많이 먹었는데 19부 대본이 나오고 깜짝 놀랐다"며 "정숙의 인생 다큐이자 다른 장르와 같았다. 감정이 늘어지지 않게 최대한 담백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덕순이 전통적인 엄마라면, 정숙은 엄마의 복합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자식을 낳고 키우는 엄마를 떠나서, 피붙이가 아니어도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저도 자식을 버린 엄마를 욕하던 사람이었는데, 드라마를 찍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사연 없는 사람은 없거든요."


엄마를 연기한 덕에 실제 엄마가 떠오르기도 했다. "엄마가 자기 모습을 반영했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엄마가 복지관에서 일하시거든요. 제가 맡은 역 덕에 자식을 버린 엄마의 마음, 미혼모의 심경을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습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열연한 배우 이정은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동백이 공효진과 호흡은 '찰떡'이었다. 실제로 열 살 차이가 나는 둘은 엄마와 딸의 애틋한 모녀 관계를 연기했다. 이정은은 "효진 씨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배우"라며 "일상적인 연기를 해냈다"고 했다. "효진 씨와 저는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에요. 누군가와도 천천해 친해지는 편이죠. 극 중 관계처럼 천천히 친해졌어요."


이정은은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배우는 "작가, 제작진에게 감사하다"며 "예전과는 다르게 분량 상관없이 눈에 띄는 역할이 들어오곤 한다. 입체적인 인물을 주로 선택한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연기하고"고 설명했다.


공부는 결과가 나오지만, 연기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더 노력하게 된다. 연기는 매번 어렵단다.


최근 연이어 흥행작을 터뜨린 이정은은 "나도 신기하다"며 "연말 시상식에선 시상하고 싶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동백꽃'이 싹쓸이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칸에 진출한 점이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응원과 격려가 넘쳤죠."


사회적으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는다. "내 가족뿐만 아니라 남의 가족도 챙기고 싶다"며 녹색병원 홍보대사가 됐다고 '홍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정은의 최종 꿈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진출이다. 북미에서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진출을 꽤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언급하자 웃음을 터뜨린 그는 "농담처럼 하는 얘기가 실현이 되더라. 난 주윤발이 되고 싶다"고 웃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스타 얼마나 재밌어요? 하하. 기부도 하고요. 좋은 일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습니다."


멜로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그의 연애사는 어떨까. "파란만장"하나는 답이 돌아왔다. "제 마음은 지금 풍요롭답니다. 안정적이고요. 저는 연애할 때 연애에 '집중'하는 편이라 작품을 못해요. 하하. 용식이 같은 남자요? 현실엔 없습니다."


올 한해 대박 친 그에게 내년 계획을 물었다. "내년엔 내려가지 않을까요? 하하. 가장 불행할 때 행복한 순간을 생각하고, 반대로 행복할 때 불행한 순간을 생각해요.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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