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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현역 전원 용퇴·한국당 해체 후 재창당 제안…의도와 파장은

정도원 기자
입력 2019.11.17 12:34
수정 2019.11.17 13:23

김세연, '인적 쇄신' 넘어 '인적 단절' 주장

평소에 "중성자탄 수준의 절연 필요한 상황"

'변혁'과 대통합 촉진 위해 십자가 진 측면도

김세연, '인적 쇄신' 넘어 '인적 단절' 주장
평소에 "중성자탄 수준의 절연 필요한 상황"
'변혁'과 대통합 촉진 위해 십자가 진 측면도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황교안 대표·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현역 정치인의 전원 용퇴와 당의 해체 후 재창당을 제안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며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현역 정치인의 전원 용퇴, 한국당 해체 후 재창당을 제안했다.

만 47세 3선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만으로도 파급력이 큰데, '인적 쇄신'을 넘어서 '인적 단절'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한국당의 미래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에 빠져들었다는 관측이다.

김세연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며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두 분이 앞장서고 선배 동료 의원들도 다같이 물러나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 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깨끗하게 해체하고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지금 있는 분들 중에 인품이나 실력이 존경스러운 분들, 나라를 위해 공직에서 더 봉사해야 할 분들이 분명히 있지만, 대의를 위해 우리 모두가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김 의원이 이날 제안한 현역 정치인 전원 용퇴와 당 해체 후 재창당 제안이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부산 지역 한국당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어제(16일) 결의대회할 때에도 얼굴을 봤는데, 이런 (불출마 및 당 해체 제안) 이야기는 전혀 미리 듣지 못했다"며 "지역구(금정)도 괜찮은데 너무나 뜻밖"이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다른 한국당 의원도 통화에서 "오히려 (불출마를) 해야할 다른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라며 "젊은 사람이고 3선이라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사람인데,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 같다"고 바라봤다.

당 안팎에서는 김 의원의 이날 전격적인 불출마 결단과 당 해체 제안을 △인적 쇄신에 대한 평소의 소신 피력 △'변혁'과의 보수대통합 촉진 △정치적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등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다.

김 의원은 평소 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을 넘어 '인적 단절'에 가까운 수준의 현역 의원 교체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피력해왔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중성자탄을 떨어뜨렸을 때, 건물 손상 없이 생물체만 다 절멸시키는 수준의 절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역 의원 전원 불출마까지도 심각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해온 김 의원이 최근 당내에서 지펴진 '인적쇄신'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심정으로 불출마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건물(한국당) 손상 없이 생물체(현역 정치인)만 절멸'이 정치현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결국 '건물조차 폭파해체하고 재건축하자'는 당 해체 후 재창당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결국 김 의원 자신이 '중성자탄' 아닌 '핵폭탄'을 격발한 셈"이라고 말했다.

황교안·나경원 '투톱'까지 용퇴 대상 지목
"뜻 같이 하는 의원들과 힘 모으겠다" 밝혀
'인적 쇄신' 흐름, 지도부 컨트롤에서 이탈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황교안 대표·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현역 정치인의 전원 용퇴와 당의 해체 후 재창당을 제안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날 오전 총선기획단 회의를 갖고 독자 신당 추진에 나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과의 보수대통합을 위해 자신을 던지면서 대승적 제안을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당 재선 의원은 "'통합'과 '혁신'은 둘 다 절체절명의 과제이지만, 둘이 서로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와중에 벌어진 보수대분열에 책임 있는 분들을 '통합'하고 공천권을 보장하면, 누구더러 '당신은 총선 그만 나가라'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딜레마를 해소하고 '변혁'을 통크게 받아안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김 의원이 먼저 자기희생적인 정치적 결단을 하면서 '헤쳐모여식 보수대통합 신당 창당'이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관측이다.

또다른 한국당 의원은 "김세연 의원의 장인인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종사촌형부"라며 "유승민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의 정치적 책임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인척인 자신이 다 십자가에 지고 갈테니, 보수대통합을 해달라는 의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순수하게 정무적인 측면에서 김 의원 개인의 정치적 진로에 초점을 맞춰보면, 이번에 이렇게 '내려놓고 비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권력의지 없이 봉사정신만으로 이곳 (여의도)에서 버티는 게 참으로 어렵더라"며 "정치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왔다. 이제는 정치를 그칠 때가 됐다"고 토로했지만, 의정·중앙정치와 행정·풀뿌리정치는 또 다르지 않느냐는 것이다.

부산 지역의 정가 관계자는 "김세연 의원은 지난 2014년부터 지방선거가 있을 때마다 보수 성향 정치인들 중 항상 부산시장 선호도 1위를 달려왔다"며 "이번에 보여준 모습으로 향후 2022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이날 김 의원의 기자회견은 단순한 개인적인 불출마 선언이 아니라 현역 정치인의 전원 용퇴와 당 해체 후 재창당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인적 쇄신'의 흐름이 지도부가 통제가능한 범위를 이탈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의원 스스로도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사전에 황 대표에게 말씀을) 따로 드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의원은 "앞으로 뜻을 같이 하시는 의원과 당원들이 있다면 이런 방향으로 힘을 모으겠다"며 '현역 전원 용퇴'와 '해체 후 재창당' 여론을 계속해서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용퇴 대상으로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까지 겨냥했다는 점에서 지도부와의 조율은 없었을 것"이라며 "김태흠 의원의 '중진용퇴론', 유민봉 의원 불출마 선언, 초·재선 의원 간담회, 김성찬 의원 불출마 선언에 이어지는 일련의 '인적 쇄신' 흐름이 어디로 향할지 종잡을 수 없게 됐다"고 내다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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