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맡기고 인조잔디 축구화 챙겨 ‘경험 해보지 못한 원정’
입력 2019.10.14 08:44
수정 2019.10.14 09:03
2022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위해 온갖 제약 속 평양 원정
원정팀 무덤으로 불리는 김일성경기장서 고독한 싸움 펼쳐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휴대폰도 소지하지 못한 채 평양에 들어간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 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별리그 3차전 북한 원정에 나선다.
거칠고 적극적이며 역습에 능한 북한은 레바논과 홈 1차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스리랑카와 원정 2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북한은 FIFA 랭킹 113위로 한국(37위)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생경한 평양 원정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1990년 남북 통일축구 이후 무려 29년 만의 평양 원정이다. 벤투 감독은 물론 손흥민-이강인 등 벤투호 멤버들의 북한 원정은 최초다.
북한 첫 원정은 생각보다 고독하고 험난하다. 육로나 전세기를 이용하는 직항로 대신 중국 베이징을 거쳐 이틀에 걸쳐 방북길에 오른다. 대표팀은 13일 오후 5시50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 베이징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14일 베이징에서 북한 평양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때 대사관에 개인 휴대폰을 맡기고 타야 한다. 북한이 유엔의 제재 대상 국가라 반입 물품 등에 대한 검사가 엄격하다. 이번 방북에서는 책도 가져갈 수 없다. 대표팀은 평양 원정에 앞서 대북제재와 관련한 행동 수칙을 사전 교육 받았다.
응원단은 물론 취재진도 북한의 비협조 속에 원정길을 함께하지 못한다.
북한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방송사 방북도 허용하지 않았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와 대한축구협회 인원까지 총 50여 명의 인원만 평양 원정에 동행한다. 현실적으로 TV 생중계도 보기 어려운 실정이라 대한축구협회에서 제공하는 ‘문자중계’에 의지해 월드컵 예선을 느껴야할 수도 있다.
선수들은 응원의 목소리 하나 없이 10만 관중 수용이 가능한 김일성경기장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북한 홈 관중들의 열광적이면서도 일방적인 응원과 군무에 휩싸인 채 뛰어야 한다.
스마트폰도 들고 가지 못하지만 인조잔디 전용 축구화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천연잔디에 비해 부상 위험도 높은 인조잔디 구장은 볼의 바운드도 달라 선수들의 적응이 필요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다. 현지 적응도 촉박한데 인조잔디에 대한 대비도 특별히 하지 않은 상태라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국뿐만 아니라 김일성경기장은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은 2005년 이후 14년 동안 이곳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대표팀도 29년 전 이곳에서 김주성이 선제골을 넣고도 1-2로 졌다. 북한과 역대 16번 A매치에서 7승8무1패로 절대 우위인 한국이 유일하게 당한 패배였다.
하지만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캡틴 손흥민은 “월드컵으로 가는 여정 중 하나일 뿐이다.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며 “인조단지 경험은 적지만 선수로서 추억을 만들고 오겠다”고 말했다. 김신욱과 김영권은 스마트폰을 들고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오히려 잘 됐다. 선수들끼리 대화할 시간이 많아졌다”며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긍정론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