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살 찌푸리게 한 유벤투스, 저력 빛난 K리그
입력 2019.07.27 13:30
수정 2019.07.27 12:50
슈퍼스타 호날두 사인회 및 경기도 불참
K리그 팀은 유벤투스 상대로 인상적 경기력
지각으로 인한 킥오프 지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결장 등 많은 논란을 가중시킨 유벤투스 내한 경기에서 한 가지 확인한 점은 K리그의 저력이었다.
'하나원큐 팀 K리그'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유벤투스와의 친선 경기에서 3-3으로 비겼다.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이날 오후 2시 입국한 뒤 곧바로 저녁에 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유벤투스의 일정은 축구팬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유벤투스는 예정된 킥오프 시간인 오후 8시를 넘어 뒤늦게 경기장에 도착했다. 무더위에 지친 팬들은 8시 50분에서야 주심의 휘슬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뿐만 아니다. 사인회에서도 슈퍼스타 호날두가 불참함에 따라 팬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가뜩이나 급조된 '팀 K리그'가 강호 유벤투스를 맞아 싱겁게 무너질 것이란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팀 K리그'는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 동안 팬 투표를 통해 베스트 11이 선발됐다. K리그를 대표하는 얼굴들로 구성된 올스타 팀이지만 정작 제대로 호흡을 맞추지 못한 채 유벤투스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팀 K리그'는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중원에서 오스마르(서울)가 탈압박과 후방 빌드업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전방에서는 세징야(대구)가 화려한 개인기로 유벤투스 수비를 위협했다.
토종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중원에서 김보경(울산)이 매끄러운 연계 플레이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으며, 골문을 지킨 조현우(대구), 송범근(전북)의 선방쇼도 빛났다.
'팀 K리그'는 전반 7분 만에 오스마르의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유벤투스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유벤투스는 곧바로 시모네 무라토레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팀 K리그'는 화려한 발재간과 정교한 패스 플레이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날 유벤투스는 1진에 가까운 라인업은 아니었지만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무척 진지했다. 마우리시오 사리 신임 감독 부임 후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선수 개개인의 내부 경쟁이 펼쳐진 탓이다.
이러한 유벤투스를 맞아 팀 K리그는 결코 밀리지 않았다. 1-1로 맞서던 전반 45분에는 오른쪽에서 김보경의 침투 패스를 받은 세징야가 오른발 슈팅을 시도해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세징야, 김보경, 에델은 호날두의 '호우 세레머니'를 연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후반에도 '팀 K리그'는 우수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교체 투입된 타가트와 박주영이 투톱을 이루며 빼어난 호흡을 자랑했고, 허리에서는 믹스가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했다. '팀 K리그'는 후반 4분 타가트의 추가골로 점수차를 벌렸다.
당황한 유벤투스는 레오나르도 보누치, 블레이즈 마튀디, 아드리앙 라비오, 잔루이지 부폰 등 주전급을 대거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유벤투스는 결국 후반 33분 마튀디의 헤더골, 35분 교체 투입된 마테우스 페레이라의 환상적인 개인기에 이은 칩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으며 경기를 마감했다.
기대를 모은 호날두가 경기 종료까지 벤치를 지킨 것이 옥에 티였지만 K리그의 힘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