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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 반대 中에 말도 못하면서 日에만 강경한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9.07.08 09:00 수정 2019.07.08 16:46

<전문가 5인 공동칼럼> 중국의 ‘한국 때리기’에 오히려 우리가 사과?

정치권에 의한 한일관계 훼손…일본과 안보협력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북핵이 우리를 공격해도 일본과 협력하지 않을 것인가?

<전문가 5인 공동칼럼> 중국의 ‘한국 때리기’에 오히려 우리가 사과?
정치권에 의한 한일관계 훼손…일본과 안보협력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북핵이 우리를 공격해도 일본과 협력하지 않을 것인가?


ⓒ데일리안 ⓒ데일리안

2018년 11월 30일 한국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춘식(94)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신일본제철(옛 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일본 정부는 이것이 부당하다면서 한국 정부에게 해결책을 찾도록 요구했고,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8개월 후인 지난 2019년 7월 1일 반도체 제조 등에 핵심적인 소재인 3개의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품목들은 일본이 세계 생산량의 70-90%를 장악하고 있어 반도체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이나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가 일본 정부와 소통하거나 협력한 바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정부가 우방국인 일본과 외교를 포기한 가운데, 방송들은 ‘일본상품 불매운동’ 등을 거론하면서 강경여론을 선도하는 양상이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어린애들처럼 감정싸움을 하면서 어떻게 국익을 증진시키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한일관계에 관한 정부의 태도는 대중관계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중국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시에도 북한 편을 들었고, 북핵 방어를 위해 필수적인 사드(THAAD) 요격미사일의 배치에 반대했다. 지금도 북한의 핵무기 폐기는커녕 뒤로는 북한 정권의 생존을 돕는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중국에게 불평 한 마디로 하지 못한 채 중국의 반대를 무마하는데 급급했다. 이것이야말로 사대주의가 아닌가?

중국의 ‘한국 때리기’에 오히려 우리가 사과?

사드(THAAD)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과 한국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순수한 방어무기이다. 일부 인사들의 선동과 달리 사드는 중국이 미국을 향하여 대륙간탄도탄(ICBM)을 발사할 때 이를 요격할 수 없고, 중국의 군사활동을 탐지할 수도 없다. 따라서 미군 사드의 배치 결정은 한미동맹에 관한 사항이자 한국의 안보주권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반면, 중국이 사드를 반대하면서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은 내정간섭이다.

그럼에도 2017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혼밥’ 대접을 받으면서도 사드 문제에 대해 항의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사드의 추가 배치,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체제 참여, 한·미·일 안보협력 등을 하지 않겠다는 소위 ‘3불(不)’에 합의해주었다. 지난 6월에 일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또 다시 사드 문제를 끄집어 냈을 때에도 단호하게 ‘내정간섭 반대’를 표방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실제로 사드 배치를 핑계로 중국이 한국에 가한 ‘처벌’은 수용하기 어려운 막무가내였다. 롯데가 사드 배치 장소로 기업의 골프장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은 롯데그룹의 중국 내 기업 활동을 제약했고,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을 제한하였으며, 자동차부품 수입을 어렵게 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중국 내 영업을 곤란하게 만들었으며, 화장품 산업,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그 시기에 중국을 방문했던 여당 국회의원 7명은 사드를 배치한 우리 정부의 결정이 잘못된 것인양 재검토를 암시하면서 오로지 중국에게 보복 중단을 호소하기만 했다.

중국 언론도 지나치게 고압적이었다. 신화통신은 사드 배치는 ‘중국의 뒤통수를 치는 행위’라면서 롯데의 결정이 “앞잡이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난했고, 인민일보는 "다 같이 손잡고 롯데를 멀리 하자"는 사설을 게재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하여 “중국 소비자들은 시장의 힘으로 한국을 벌함으로써 교훈을 줘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한국상품 불매를 선동하기도 했다. 중국의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 내 외국 기업의 성패는 최종적으로 중국 시장과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면서 가세했다.

이렇듯 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언행은 도를 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단호하게 항의하고 국민들은 분개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도 국민도 침묵했다. 정부는 지금도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사드 기지의 원활한 가동을 미루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과는 감정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정치권에 의한 한일관계 훼손

한일관계가 계속해서 나빴던 것은 아니다. 일본은 1910-1945년 동안 한국을 강점하여 갖은 수탈을 자행했지만 한국은 국익 차원에서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1965년 일본과 국교를 재개했다. 냉전시대 동안 한국과 일본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진영의 일원으로 결속하여 소련·중국·북한의 공산진영에 대항했다. 당시에는 “한반도의 안전과 번영이 일본의 그것에 중대한 영향을 지니고 있다”는 소위 ‘한국조항’이 한일관계의 기본인식으로 통용되었다. 실제로 전두환 대통령은 이 한국조항을 들어서 일본으로부터 4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받기도 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한일 간 협력은 더욱 긴밀해졌다. 1994년 4월에 처음으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고, 이를 통하여 군 수뇌부 교류와 정기 협의, 군부대 간 교류, 유학생 및 연구교류 등이 활성화되어 김대중 정부 때까지 이어졌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외교 및 안보전문가들은 북핵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대북정책조정그룹’(TCOG: Trilateral Coordination and Oversight Group)을 주기적으로 개최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거사 문제가 한일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2002년 동두천에서 미군의 장갑차 사고로 한국 여고생 2명이 사망하자 반미 감정이 높아진 상태였고, 이 사고는 반일 감정을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는 반일 감정을 자제시키기보다는 편승하고자 했다. 2012년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독도 방문했고, 이어서 “일왕이 '통석(痛惜)의 염'과 같은 애매한 표현을 할 것이라면 방한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 한일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국의 중재 등에 힘입어 한일관계가 다소 개선되었다. 박 대통령은 2015년 11월 2일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고,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를 도출했으며, 이어서 2016년 11월에는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다. 이 때에도 일부 정치인들이 “을사늑약의 망령,” “핵무장 일본에 기밀 갖다 바치는 일” 등의 섬뜩한 용어들을 사용하면서 비판했다. 군사정보 보호협정은 이미 수십 개국과 체결한 것이며, 군사정보를 교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환할 경우 자신의 비밀처럼 철저하게 보호해줄 것을 서로가 약속하는 내용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했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든 기존의 합의는 부정되었고, 또다시 과거사 문제가 대두되면서 한일관계는 우방국인지 적대국인지를 모를 정도로 악화되었다. 2019년 6월 일본에서 개최된 G-20 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 회담을 갖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눈도 맞추려 하지 않았다.

한일관계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어서 악화된 것이 아니다. 일부 정치세력이 정치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하여 일부 국민의 반일감정에 편승함으로써 악화시켜온 측면이 더욱 크다. 즉 박정희, 노태우, 김대중 정부까지는 국민감정보다는 국익을 중시하여 한일관계를 관리했지만, 이후 정부들은 순간적인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국익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난받아 마땅하지 않는가?

박휘락 국민대 교수·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사진 왼쪽부터)ⓒ데일리안 박휘락 국민대 교수·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사진 왼쪽부터)ⓒ데일리안

일본과의 안보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한국과 일본은 북핵 위협 하에서 긴밀하게 안보협력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북한은 현재 수소폭탄을 포함하여 20-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하국과 일본을 공격권으로 두는 사거리 3,000-4,000km의 중거리 미사일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개발에 성공하여 미국의 본토까지 위협함으로써 미국의 억제력 제공이 불확실해질 경우 한국을 지원해줄 수 있는 국가는 일본밖에 없다. 2018년 이후 남북 간 그리고 미북 간 수차례 정상회담이 열리고 공동성명도 있었지만, 북한은 지금도 “우리가 말한 것은 주한미군과 미국 핵우산의 철수를 의미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였지 북한의 비핵화를 말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적어도 당분간은 ‘머리에 핵을 이고’ 살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상황에 한일관계마저 적대적인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한일 간 긴밀한 안보협력이 가져다 줄 안보이익은 적지 않다. 우선은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이 원활해지고 한미동맹도 강화된다. 일본에 존재하는 7개의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는 미군의 한국지원 시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산이다. 일본이 이 기지들을 한국지원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경우 미국은 한국을 지원하기 어렵다. 잠수함 18척, 구축함 36척 등으로 구성된 일본의 최첨단 해군력과 정찰기 17대, 전투기 340대, 조기경보기 17대 등으로 구성된 막강한 공군력과 정찰력은 유사시 한국에게 큰 지원전력이 될 수 있다.

북핵이 우리를 공격해도 일본과 협력하지 않을 것인가?

프러시아의 저명한 군사이론가인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부·군대·국민 간의 ‘삼위일체’(Trinity)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였다. 특히 그는 국민은 ‘감정’에 휘둘리기 쉽기 때문에 정부가 ‘이성’으로서 이를 자제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국민의 대일 감정이 좋지 않더라도 정부가 자제시켜 국익을 훼손시키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세력들은 여전히 국익을 도외시한 채 반일감정을 가진 집단의 인기를 얻고자 했고, 그 결과 안보협력이 절실한 시기에 양국이 무역전쟁에 돌입하는 어처구니가 없는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한국은 현재 수백만의 사상은 물론이고 민족의 역사를 단절할 수도 있는 심각한 북핵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한다면 수백만의 국민이 살상당하고 전 국토는 초토화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요소라면 당연히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하고, 그중 하나는 일본과의 안보협력이다. 그렇게 하여 한·미·일 안보 공조가 공고해지면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만들어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제 한국은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논의하되 그것이 국익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본의 지도자들도 같은 생각을 가져야 마땅하다. 아베 총리도 협한(嫌韓) 감정 확산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세를 청산해야 하며, 5년 임기를 가진 한국의 특정 정부만을 쳐다보기보다는 한일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다수 한국 국민을 바라보면서 대한(對韓) 정책을 펼쳐야 마땅하다.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의 과거에만 집착할 경우 한일관계의 개선의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의 미래를 생각하기만 한다면 너무나 많은 개선방법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 국민들이 일본에 대한 감정에 휘둘리면 한일관계 개선의 방법은 보이지 않지만, 국민들이 조금만이라도 이성을 강화하면 한일관계는 너무나 쉽게 풀어질 수 있다. 이렇게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가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글/박휘락 국민대 교수·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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