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日 수출 규제에 '비상'…'예의주시'
입력 2019.07.01 16:36
수정 2019.07.01 16:55
당장 대체재 확보 및 국산화 어려워...직·간접적 타격 불가피
日 수출 기업에도 타격...강경 일변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당장 대체재 확보 및 국산화 어려워...직·간접적 타격 불가피
日 수출 기업에도 타격...강경 일변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일본 정부가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를 타깃으로 핵심 재료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통해 경제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직·간접적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업계는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영향 정도 파악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소재 3종류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4일부터 이뤄지는 이번 조치는 디스플레이 패널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비롯, 반도체 세정용 가스인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반도체 기판 제작시 사용되는 감광제 리지스트 등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기판용 폴리이미드(PI)필름으로 불소처리를 통해 필름 자체의 물성(열안정성·기계적 강도·전열성)을 강화하는 소재로 디스플레이 패널의 핵심 재료로 쓰인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공정 가운데 회로의 패턴대로 깎아내는 식각(에칭)과 세정(클리닝) 작업에 사용되며 리지스트는 웨이퍼 위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포토) 공정에 사용된다.
일본은 이 세 가지 품목에 대해 첨단재료 수출시 당국의 허가 심사를 면제해 주는 '화이트 국가' 대상에서도 제외하는 방식으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
이번 조치로 앞으로는 해당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에게 해당 제품을 수출하려면 개별적인 수출 허가 신청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우대 대상에서 제외되면 수출 계약별로 90일 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다 당국이 수출을 허가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당장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 전체 생산량의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생산하고 있어 대체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부분의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포토리지스트는 금호석유화학과 동진세미켐, 동우화인켐 등이, 고순도 불화수소도 솔브레인과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 일부 국내 업체들이 공급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특히 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국내 업체로 공급처를 다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리지스트는 사실상 대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화를 시킨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해 당장의 피해는 어쩔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각 업체별로 사용 물량과 보유재고가 달라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산화와 대체재 확보 등도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재료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없다는 판단 하에 대체재 확보와 국산화에 나서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일본 기업들에게 손해가 돌아오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목표했던 한국 기업들의 타격 보다는 자국 기업들의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비해 2~3개월의 재고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수입 심사 기간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실제 이뤄지게 되면 한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결국 일본 정부도 상황에 따라 수출 규제 조치의 강약을 조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