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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파 방출?’ 결정장애 빠진 첼시 고민

김윤일 기자
입력 2019.02.25 15:52 수정 2019.02.26 06:28

케파 골키퍼, 경기 도중 교체 지시 거부

감독 뜻 어긴 선수 대부분은 팀에서 퇴출

최근 부진한 성적으로 입지가 줄어든 사리 감독. ⓒ 게티이미지 최근 부진한 성적으로 입지가 줄어든 사리 감독. ⓒ 게티이미지

경기 도중 선수가 감독의 교체 지시에 항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첼시는 25일(한국시각),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19 잉글리시 풋볼 리그컵(카라바오컵)’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했다.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케파 아리사발라가 골키퍼의 교체 지시 거부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연장 후반 13분 골키퍼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필드에 있던 케파 골키퍼가 벤치를 향해 지시를 거부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이에 대기심이 교체 신호를 머뭇거렸고, 보다 못한 사리 감독이 직접 뛰쳐나와 얼른 나오라고 손짓까지 했다.

케파 골키퍼는 요지부동이었다. 첼시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와 주심까지 달려와 의견을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에 격분한 사리 감독은 애지중지하는 수첩을 집어던지고 그대로 경기장을 나가려 했다. 지안프랑코 졸라 수석코치 역시 케파를 향해 격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끝까지 골문을 지키겠다는 케파 골키퍼의 의지는 팀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케파는 곧바로 이어진 승부차기서 리로이 자네의 슈팅을 막는 등 제몫을 해냈지만 첼시 키커 2명이 실축하면서 자신의 교체 거부에 대한 정당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는 영국 내에서도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케파 골키퍼는 경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오해였다. 나는 여전히 감독의 권위를 존중하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축구뿐 아니라 모든 단체 종목에서 감독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선수를 투입시킬지 말지의 결정권을 지닌 필드의 사령관이기 때문이다. 케파 골키퍼는 이러한 감독의 권위를 망가뜨리며 순식간에 역적으로 몰린 모양새다.

감독에 항명한 케파 골키퍼가 첼시에 잔류할지 지켜볼 일이다. ⓒ 게티이미지 감독에 항명한 케파 골키퍼가 첼시에 잔류할지 지켜볼 일이다. ⓒ 게티이미지

감독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선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대개의 경우라면 선수가 팀에서 쫓겨나듯 방출되기 마련이다. 아일랜드 축구대표팀은 과거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핵심 미드필더인 로이 킨과 마이클 매카시 감독이 전술을 놓고 격한 대립을 펼쳤다. 승자는 당연히 ‘인사권’을 지닌 감독이었고, 킨은 대회 도중 짐을 싸고 아일랜드로 돌아갔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크로아티아의 공격수 니콜라 칼리니치는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의 교체 출전 지시를 거부하다 조별리그 기간 중 대표팀서 퇴출됐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하프 타임 때 라커룸서 감독에게 욕설을 퍼부은 프랑스의 니콜라스 아넬카는 그 즉시 교체 아웃됐고, 다시는 뢰블레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갈등의 승자는 사리 감독이 되어야 하는 게 순리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지 않다. 사리 감독은 최근 팀 성적 부진으로 인한 경질설에 몸살을 앓고 있다. 반면, 케파 골키퍼는 지난 여름 골키퍼 역대 최고액인 7100만 파운드(약 1034억 원)의 이적료에 첼시 유니폼을 입은 귀하디귀한 자원이다. 골치 아파진 첼시가 솔로몬의 선택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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