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민심 들어보니…'아래로부터의 반문연대' 꿈틀
입력 2018.12.22 04:00
수정 2018.12.22 05:56
대구·경북 정당지지율, 반년 사이에 '상전벽해'
한국당으로 재결집 이유, 文정부에 대한 실망감
그외는 각양각색…일치 지점 오직 하나 '반문'?
대구·경북 정당지지율, 반년새 '상전벽해'
한국 20.9%→47.3%, 민주 42.6%→21.8%
'보수의 중핵' 대구·경북 권역(TK)에서 '아래로부터의 반문연대'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교통방송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7~19일 설문한 바에 따르면, TK에서 자유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은 47.3%로 더불어민주당(21.8%)을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앞섰다. 바른미래당은 3.7%였다.
이는 불과 반 년 전인 지난 6월 18~20일 CBS·교통방송의 공동의뢰로 리얼미터가 설문한 정당 지지율과는 상전벽해다. 당시에는 민주당 42.6%, 한국당 20.9%, 바른미래당 8.8%였다.
반 년 사이에 한국당 지지율은 26.4%p 오른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20.8%p 급락했다. 바른미래당도 5.1%p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6·13지방선거 직후 민주당을 두 배 이상으로 지지하던 TK 민심은 왜 한국당으로 재결집하고 있을까.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토크콘서트가 열린 21일, 대구그랜드호텔을 찾은 한국당 지지층을 상대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당으로 재결집하는 이유, 文정부 실망감
대구시민들 "문재인은 그야말로 문제人" 한숨
이들이 한국당에 기대를 갖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중구에서 온 60대 여성 김모 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듣자마자 긴 한숨을 내쉬며 "문재인은 그야말로 '문제人'"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사상이나 생각 자체가 우리와는 다른 것 같다"며 "길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대구 동구의 60대 우모 씨는 "이북만 챙기는데, 그래 하면 통일이 되는 거냐고 내가 오히려 묻고 싶다"며 "어째 가면 갈수록 못하는 것 같은데, 나중이 되면 자기도 촛불시위 같은 것으로 심판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서구 두류동에서 온 40대 여성 서모 씨도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너무 북한에만 비중을 두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우선인데 북한만 챙긴다"고 비판했다.
대구 달성군의 70대 황모 씨는 "일자리는 국가에서 만들 일이 아니다. 세금으로 먹여살리려 하니 되겠는가"라며 "삼성이나 현대 같은 사기업에서 먹여살려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들을 다 죽이려 든다"고 성토했다.
"박근혜, TK에서는 다들 동정한다고 생각하느냐
일부만 가지고 대구·경북 사람 전부 매도말라"
다만 현 정부에 대한 비판만 일치할 뿐, 이른바 보수 진영의 주요 현안을 향한 생각은 각양각색이었다. 가장 민감하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관한 입장부터 김병준 비대위와 인적 쇄신에 대한 평가, 차기 한국당 당대표까지 일치하는 견해를 찾기 힘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김 씨는 "물론 죄가 있으니 들어가지 않았겠느냐만은 큰 죄야 있겠느냐. 풀려나왔으면 좋겠다는 정서가 많다"고 했다. 서 씨도 "자기가 해먹은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해먹은 것인데, 이렇게까지 가둬놓을 필요는 없다"고 거들었다.
황 씨는 "이 지역에서는 안타까워하는 정서가 실제로 있다"더니 눈시울까지 붉히며 "잘했든 못했든 임기는 마치게 해줬어야 했는데, 정권을 탈취당했다는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중구에서 온 50대 남성 오모 씨는 "최순실이가 끼어 잘못을 저질러 촛불시위가 나고 탄핵이 됐으니 잘했다고야 말할 수 있겠느냐"며 "여기 대구·경북에서도 다들 잘못했다고는 한다"고 상반된 시각을 전했다.
우 씨는 질문을 받자 펄쩍 뛰더니 "박근혜 전 대통령을 TK에서는 다들 동정하는 것으로 서울에서는 생각하나본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일부에서 그러는 것을 가지고 대구·경북 사람 전부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잘못했기 때문에 저런 꼴이 난 것 아니냐.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라며 "우리 TK가 한목소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잘했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고개를 저었다.
오세훈·홍준표·주호영…차기 대표도 각양각색
시민 생각 일치하는 지점 오직 하나 '반문'뿐?
내년 2월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한국당 당대표에 관해서도 생각이 다양했다.
김 씨는 "당의 미래로 봐서는 오세훈 시장이 나서야 젊은층의 인기를 얻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서 씨는 "경남에 가면 한때는 거기도 한국당이었는데 전부 민주당으로 변해서 씁쓸하다"며 "변함없이 한국당을 계속해서 지지하는 곳은 우리 대구·경북 뿐이니 당연히 대구·경북에서 (당대표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홍준표 전 대표는 막말 작렬이라 다시 나서는 것은 별로고, 주호영 의원이 참 괜찮다"고 덧붙였다.
우 씨는 "대구에서는 주호영이 움직인다카는데 되겠나"라며 "4선이라 할만은 한데 탈당해서 나갔다 들어왔으니 어려울 것 같다"고 바라봤다. 그는 "홍준표, 그분은 야당 대표할만한 분이 맞지만, 나오면 제명시켜버린다던데"라더니,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정치는 정치인이 해야지, 관료 출신은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외의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한국당에 기대를 걸고 김병준 위원장의 토크콘서트를 들으러 온 이유는 단 한 가지,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었다.
김병준 "한국당, 정부 비판서 중심 확보하면 돼
굳이 한 그릇에 담으려 하다보면 그릇 깨진다"
실제로 이날 대담이 끝난 뒤, 방청석으로 질문 기회가 넘어가자 "내가 먼저 손을 들었다"고 다투며 가장 먼저 질문 기회를 잡은 청중은 "신한울 원전 3·4·5기 공사를 제발 지금 바로 재개시켜달라"고 울먹이는 등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감이 매우 심한 모습을 보였다.
'위로부터의 반문연대' 기치를 든 정치인들이 서로 의도를 의심하며 사분오열돼 있는 동안, 정작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에서는 민심에 의해 자연스레 '아래로부터의 반문연대'가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민심이 정치권을 역으로 견인해가는 모습은 현장에서도 눈에 띄었다. 한때 '유승민 사단'이라 불리며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측근으로 일컬어진 류성걸 전 의원은 한국당에 전격 복당했다. 류 전 의원은 이날 행사장에 일찌감치 나타나 김 위원장과 반갑게 인사하며 악수를 나눴다.
TK를 연고로 하는 김 위원장도 '아래로부터의 반문연대'라는 풍향을 읽은 듯한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인위적 정계개편을 통한 야권통합에 선을 그었다. 한국당이 반문 진영의 중심만 잡고 있으면, 민심에 의해 저절로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김 위원장은 이날 토크콘서트 도중 "밖에 애국당도 있고 바른미래당도 있고 무소속으로 나가있는 분들도 있다"며 "이 모두를 한국당이라는 그릇에 담자는 것은 나는 반대"라고 명확히 말했다.
아울러 "이쪽 정당과 저쪽 정당을 한 그릇에 모두 담으려다보면 잘못하면 그릇이 깨진다"며 "그릇 안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문재인정부와 맞서싸워야 할) 우리의 에너지를 (그릇 내부 싸움에) 다 빼앗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애국당 등 소위 보수·우파라 할 수 있는 분들이 손에 손을 잡고 정부·여당 비판을 하면 된다"며 "한국당이 중심성만 확보하고 있으면, 이게 보수대통합의 옳은 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