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용기 "이런 정권 처음 봐…집권 3년차 정말 우려된다"
입력 2018.12.21 04:00
수정 2018.12.21 06:05
"자신들의 집권 자체가 정의라는 맹목적 확신
오만한 사람들이 권력 잡게 된 게 역사적 불행"
소득주도성장, 알바·소상공인과 정책저항운동
KBS 헌법파괴와 사법장악도 특위 구성해 맞선다
6개 정권의 명멸을 지켜본 29년차 정통 정당인
"자신들의 집권 자체가 정의라는 오만한 자들"
"87년 체제 이후 모든 대통령을 정당 안에서 경험했는데 '(잘못하는) DNA가 없다'는 정권은 처음 본다. 예전 정권은 잘못했으면 잘못됐다고 대국민 사과라도 했다. 집권 3년차에도 이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고칠 리 없기 때문에 국가적인 대혼란이 우려된다."
20일 국회 본청 정책위의장실에서 데일리안 취재진을 만난 정용기 자유한국당 신임 정책위의장은 당선의 기쁨보다도 곧 3년차에 들어서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근심과 걱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1991년 민주자유당 공채 1기로 당직자를 시작한 정통 당료 출신이다. 새해로 정당 생활 29년차가 된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6개 정권의 명멸을 여당과 야당에서 지켜보고 이제 7번째 정권을 주시하고 있다. 정 정책위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정당을 떠나서 어느 한 분 대통령도 불행하지 않은 대통령이 없었다"며 "이번 문재인정부도 예외가 아니지만, 이분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말고도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가리켜 실소를 지은 정 의장은 "자신들이 집권하고 있는 자체가 바로 정의라는 맹목적 확신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잘못됐다고 온 국민이 이야기하는데 본인들만 그게 옳단다"고 혀를 찼다.
이어 "국민을 이기는 권력 없고 시장을 이기는 정책 없는 법인데, 이 사람들은 국민을 가르치려 들고 시장을 뜯어고치려 한다"며 "국민에 대해 얼마나 오만방자한 자세냐. 저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게 된 것은 국가적·역사적 불행"이라고 단언했다.
소득주도성장, 알바·소상공인과 정책저항운동
KBS 헌법파괴와 사법장악도 특위 구성해 맞선다
정 의장은 지난 11일 의총에서 새로 선출됐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야당의 정책위의장에게는 잘못된 정책의 비판·저지와 입법적 대안 마련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투명한 보수 △유능한 보수 △따뜻한 보수 △로하스(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보수라는 방향성 하에서 정 의장은 '국민을 아프고 괴롭고 힘들게 만드는' 문재인정권의 정책실패지점을 다섯 가지로 일목요연하게 분류해 특위를 구성했다.
△탈원전 저지·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특위 △소득주도성장 저지 및 최저임금제 등 개혁특위 △KBS 헌법파괴 저지 및 시청료 분리징수특위 △사법장악저지 및 사법부 독립수호특위 △안전안심365특위가 그것이다.
탈원전 저지·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특위와 관련해, 정 의장은 "탈원전 정책으로 국가에너지산업체계가 완전히 붕괴되고 있으며, 원전산업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관련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며 "괴로워하는 국민들과 정책저항운동을 벌여나가는 한편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할 중점추진법안을 준비해서 대안입법활동을 해나가는 '투트랙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주도성장 저지 및 최저임금제 등 개혁특위도 마찬가지로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아르바이트·영세상공인과 함께 현장에서 정책저항운동을 펼치면서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개혁할 정책대안 입법화를 추진한다.
KBS 헌법파괴 저지 및 시청료 분리징수특위에 대해서는 "KBS·EBS·MBC가 다 문제지만 '오늘밤 김제동'이나 '저널리즘 토크쇼J' 등 KBS가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언동을 여과 없이 내보내 헌법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며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 등 정책저항운동을 벌여나가면서 수신료 분리징수 등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입법활동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사법장악 저지 및 사법부 독립수호특위는 베네수엘라를 망하게 한 차베스의 좌파독재체제 완성의 '마지막 퍼즐'이 사법부 장악이었다는데 착안했다. 정 의장은 "이 정권도 사법장악에 광분한다"며 "사법부에 있던 분들도 더 이상 점잖은 모습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우리 당과 연대해 정책저항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전안심365특위와 관련해 정 의장은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정 의장은 "세월호 가지고 그렇게 문제를 삼으며 집권한 분들이 자고 일어나면 온수관 파열·열차 탈선·지하통신구 화재·강릉 펜션 학생 참사까지 국민들이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며 "이게 '나라다운 나라'냐고 묻고 있는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우리 당이 안전안심365특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단일지도체제 택하면 분열의 나락으로 빠진다"
사견을 전제로 집단지도체제 채택 필요성 주장
한국당의 이전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도 이들 정책을 비판하지 않고 수수방관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라를 통째로 넘기겠느냐'는 슬로건까지 내세워봤지만, 지방선거에서 '폭망'했다. '메신저' 때문에 옳은 '메시지'를 내도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메시지 차단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메시지 차단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간명하게 국민에게 접근하려 해도 허사다. 정 의장은 "이번에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을 통해 메신저가 일부 교체됐고, 내년 2월말에 새 당대표를 선출한다"며 "신뢰할 수 있는 메신저가 겸허하게 국민과 고락을 함께 하며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메시지 차단 현상이 점차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렇게 보면 '새 메신저'가 선출되는 내년 2월말 전당대회가 중요하다. 한국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차기 전당대회의 핵심 의제인 지도체제 문제를 짧게 논의했다. 오는 26일 의총에서는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지도체제와 관련해 정 의장은 수 차례 사견(私見)임을 강조하면서도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는 개인적 소신을 분명하게 밝혔다.
정 의장은 "단일성 지도체제를 택해서 당대표만 1인 1표로 따로 뽑게 되면, 선출 과정에서부터 당이 쫙 쪼개져 분열의 나락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며 "전당대회 이후에 낙선한 여러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지도부를 밖에서 비판하고 흔들면서 당이 분열되고 취약해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단지도체제로 하되 합의제가 아닌 협의제로 해서 많은 부분을 대표가 결단할 수 있도록 해주고, 몇몇 최고위원이 담합해 지도체제를 와해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하면 된다"며 "1인 2표로 해서 당대표의 독주를 견제해야지, 제왕적 총재·제왕적 대표로는 당의 미래가 없다"고 호소했다.
"계파싸움에 당 망하고 온국민이 도탄에 빠졌다
'文정권 이러니 이기겠지'하면 국민이 버릴 것"
정 의장은 '보수 몰락'의 시발점이 된 지난 2016년 4·13 총선 참패 이후 치러진 8·9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당시 그는 충청권 의원임에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대해 극도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며 '총선에 진 게 오히려 대선에서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당은 망하고 만다고 경고했었다.
당시의 '예언'을 꺼내자 정 의장은 쓴웃음을 짓더니 "이대로 가면 우리 당이 망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당이 망했다"며 "당만 망한 게 아니라 온 국민을 도탄에 빠지게 했으니, 계파 싸움을 하다가 국민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역사의 죄인이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오는 2020년 총선과 관련해 "지역 선거에서도 '이번 선거는 이기겠지' 마음을 먹는 순간, 자기 딴에는 겸손하게 다닌다는데도 목소리·낯빛·어깨부터가 달라져서 유권자가 보기에는 '낙선 운동'을 하고 다니는 것처럼 되더라"며 "'문재인정권이 이러니까 (다음 총선은) 우리가 이기겠지'란 마음을 먹는 순간, 국민은 우리에게 희망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의장은 이러한 교훈을 처음 대덕구청장에 당선됐던 2006년 지방선거로부터 얻었다. 당시 지원유세를 하고 다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커터칼 테러'를 당했다가 병원에서 눈을 뜨면서 "대전은요?"라고 묻는 바람에, 거대한 '바람'이 불면서 대전시장과 5개 구청장, 광역의원 대부분을 싹쓸이했다.
그런데 불과 4년 뒤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오로지 정 의장만 대덕구청장 재선에 성공했을 뿐 시장과 나머지 모든 구청장과 지역구 광역의원 전원이 낙선했다.
정 의장은 "일단 나를 지켜주고 살려주신 대덕구민께 늘 감사드리는 마음"이라며 "나 혼자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유가 뭘까 늘 생각해봤다"고 회고했다.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았다. 정 의장은 "4년 내내 내 힘으로 구청장에 당선된 게 아니라 '바람'으로 당선됐을 뿐이라는 생각을 단 한 순간도 잊으면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날마다 되뇌였다"고 토로했다. 그게 '내가 잘해서 된 것'으로 착각한 다른 '전사자'들과 생사를 가르는 기로가 됐다.
문재인정권의 추락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설문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정평가(49.8%)가 긍정평가(46.2%)를 오차범위 내에서 넘어서는 '데드크로스' 현상도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데드크로스'에 흥분한 한국당에서는 이날 "동이 터오고 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엄밀히 말하면 문재인정권이 못하고 있을 뿐, 한국당이 잘하고 있는 게 아니다. 정 의장은 "선거 승리에는 왕도가 없다"며 "괴로운 국민들과 한마음이 돼 진정성 있게 함께 하면, 국민들은 현명하니까 반드시 알아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정 의장은 "우리가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시민들께 너무나 큰 죄를 졌지만, 반성만 하고 있기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진지가 의회밖에 남지 않았다"며 "다가오는 총선은 자유한국당 후보를 찍느냐 마느냐의 선거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진지를 좀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어주느냐의 의미로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