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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을갈등' 자극하는 정부…카드수수료 갈등 점입가경

배근미 기자
입력 2018.11.28 06:00 수정 2018.11.28 06:12

카드사 압박해 자영업자 살리기, 소비자 혜택 축소로…‘폭탄 돌리기’ 계속

‘초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안 수면 위…"아랫돌 빼 윗돌 괴는 격" 비판 커

카드사 압박해 자영업자 살리기, 소비자 혜택 축소로…‘폭탄 돌리기’ 계속
‘초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안 수면 위…"아랫돌 빼 윗돌 괴는 격" 비판 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 카드사 노조 대표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 카드사 노조 대표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이 초래하는 사회적 갈등이 일파만파로 번질 태세다. 중소 자영업자 부담 완화가 카드사 수익 급감과 소비자 혜택 축소로 연결되며 '을을갈등'이 촉발되자 정부가 이를 만회하겠다며 초대형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 인상 방안을 저울질하면서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표출될 조짐이 나오고 있어서다.

카드사 압박해 자영업자 살리기, 소비자 혜택 축소로…‘폭탄 돌리기’ 계속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과 관련해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된 자영업자와 유통업계는 잇따라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매출 구간에 따른 수수료 인하를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편의점점주협회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난 가맹점 점주들의 불만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담뱃세 인하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벌써부터 추가 인하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는 사이 카드업계의 위기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분석자료를 통해 "개편안에 따른 카드사 수수료 감소액은 8000억원 이내로 예상된다"며 "지난 2016년 가맹점 수수료 인하 효과가 약 67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과거 대비 강화된 안이며 수수료 인하 폭은 예상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또 "카드 이용액 성장 둔화, 금리상승 추세, 국제회계기준(IFRS)9 적용에 따른 대손 부담 확대, 경기 침체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 외부환경도 과거보다 비우호적이어서 카드사들의 단기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사업환경 저하에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 통제, 구조조정, 카드대출 확대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KB증권도 이번 수수료 인하 여파에 따른 개별 카드사 순익 감소폭이 적게는 640억원에서 많게는 183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결국 이처럼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 정책의 부담을 카드업계에만 떠넘기는 식의 정부 정책에 카드업계는 순익 감소에 따른 소비자 혜택 감소, 인력 감축 등 다양한 자체 구제안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에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카드사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던 이익을 하루 아침에 자영업자에게 넘겨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가"라며 "이같은 방식의 경제정책 접근이 옳은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역진성 해소 ‘초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안 수면 위…업계 “구체화 방안 담보돼야”

한편 이번 카드수수료 개편안 공방을 기점으로 ‘초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대한 논의 역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는 중소 자영업자에 대한 수수료율을 낮추는 대신 대기업 소속인 대형마트나 백화점, 주유업계, 항공사 등 연 매출 500억원 이상 초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또한 일정 비율 이하로 낮출 수 없도록 제도화 하자는 것이 기본 골자로, 카드사 노조는 이같은 ‘차등수수료제 도입’ 등을 통해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순익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자동차업계가 카드사들에 가맹점 계약 해지 통보를 빌미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해 관철시키는 등 카드사들을 상대로 한 초대형가맹점들의 ‘수수료 갑질’은 꾸준히 발생해 왔다. 지난 2012년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지나치게 낮출 수 없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우월한 협상력을 빌미로 일부 대기업들의 버티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지난 7월에도 거액결제일수록 높은 수수료율을 부담하는 수수료 ‘정률제’가 시행됐으나 그에 따라 대형가맹점들의 수수료 인상안이 현실화됐는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안 발표를 통해 규모가 큰 가맹점임에도 일반 가맹점보다 더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이른바 ‘역진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지만 정작 카드사와의 협상력에 있어 우위를 차지하는 대기업 소유 초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문제에 대해서는 개별 협상 성격을 지닌 만큼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처럼 카드 수수료 인하에만 방점이 찍힌 정부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선 카드사 노조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긴급 면담을 통해 수수료 인하에 대한 노동자들의 입장과 실질적인 가맹점 수수료율 '역진성' 문제 해결을 위한 차등수수료율제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요구했고 이에 최 위원장은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방법을 찾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관건은 여전히 이같은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안을 어떻게 현실화시킬지에 대한 부분이다. 당국은 가격 개입 여지가 있는 수수료 하한선 법제화의 경우 도입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인 가운데 최 위원장 역시 초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안에 대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노조 측은 최 위원장이 약속한 초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안 현실화 방안에 대해 지켜본 뒤 향후 집단행동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장경호 카노협 위원장은 “연 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안이 구체화될 수 있다면 저희도 수용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당국의 입장에 대해 어디까지 신뢰할 것이며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방안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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