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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첫걸음' 北 핵사찰…어떻게 검증할까?

박진여 기자
입력 2018.11.05 15:03
수정 2018.11.05 15:05

美 전문가그룹 外 IAEA·CTBTO도 核 사찰단 포함될까

北 풍계리 2·3·4번 갱도 '불가역적 해체' 여부 '주목'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뉴욕에서 회담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트위터 캡처

美 전문가그룹 外 IAEA·CTBTO도 核 사찰단 포함될까
北 풍계리 2·3·4번 갱도 '불가역적 해체' 여부 '주목'


최근 남북미 간 '유의미한'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멈춰있던 비핵화 시계가 다시 움직이는 모습이다.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계기 핵·미사일 사찰이라는 또 하나의 카드를 제시하면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철저한 검증'이 이번 비핵화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이번 주 후반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고 비핵화 담판의 전초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주 뉴욕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비핵화를 위한 고위급회담을 갖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당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엔진시험장,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약속했다. 북한은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와 미사일 기지 해체를 감행하고 '비핵화 선제조치'로 주장해왔으나, 전문가의 검증 없이 진행돼 보여주기식 조치로 의혹을 키웠다.

이에 이번 주 예고된 북미 고위급회담에서는 '검증'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잇따라 언급하고 있다.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비핵화 검증 방식 논의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비핵화 검증 문제는 지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후 '빅딜'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과거 북핵 협상 때 검증 문제가 불충분했던 게 사실"이라며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V(Verification·검증)'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美 전문가그룹·IAEA 참여 주목…'불가역적 해체' 여부 관건

실질적 사찰 절차가 진행된다면 누가 어디까지 검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우선 북한이 지난 5월 폐기 조치했다고 주장하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검증할 사찰단에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미국 전문가 그룹 위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북측과 협의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사찰단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부참관단 방문 가능성이 제기되며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의 참여 여부가 주목됐지만, CTBTO 측은 현재까지 참여 요청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CTBTO는 북측으로부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확인하는 현장검증 요청을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검증 방식은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5월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기자단을 초청한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북측은 당시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진행한 2번 갱도와 미래 핵실험을 위한 3·4번 갱도, 관측소 등 지상 건물까지 폭파했지만 전문가 참관을 불허해 진정성을 의심받아 왔다.

이에 이번 풍계리 핵시설 사찰은 2·3·4번 갱도가 불가역적으로 완전히 폐기됐는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확한 검증을 위해 육안 확인 외에 시료채취 등의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핵능력을 유추해볼 수 있는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북측이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어 주목된다.

북한은 핵사찰 허용 카드를 제시하며 이에 대한 미국의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비핵화 해법의 단계적 조치로 '종전선언'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북한은 최근들어 대북제재 완화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미국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실현이 먼저라며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 바짝 죄고 있다. 이번 북한과의 고위급회담에 나서는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핵프로그램 제거 여부가 직접 검증을 통해 확인하기 전까지 제재는 유지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북미는 내주 고위급회담에서 핵사찰검증과 대북제재 문제를 두고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의 비핵화 실행 조치를 내놓을지,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보상 조치를 취할지 조율하는 문제가 협상의 '빅딜'로 주목된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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