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체제'에 남겨진 숙제…'포용적 리더십' 발휘될까
입력 2018.09.01 05:00
수정 2018.09.01 07:36
31일 의원 워크숍에서 "현재대로라면 당 함께 하기 어렵다"
당 진로·정체성 둘러싸고 난상토론…중도개혁 vs '아래로'
'정시 90% 확대''연안도서 준공영화' 정책역량 입증은 성과
31일 의원 워크숍에서 "현재대로라면 당 함께 하기 어렵다"
당 진로·정체성 둘러싸고 난상토론…중도개혁 vs '아래로'
'정시 90% 확대''연안도서 준공영화' 정책역량 입증은 성과
민주평화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당의 진로와 정체성에 관해 솔직담백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현재의 모습대로라면 당을 함께 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대로 정동영 대표가 향후 의원들이 주문한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평화당은 31일 강원도 국회고성연수원에서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을 개최했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이날 워크숍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대표가 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에서 우리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밝혔는데, 우리는 사실 중도개혁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의원들도 많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워크숍 개회식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우리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중도개혁"이라며 "좌우 어느 쪽의 이념적 색채에 치우친다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동영 대표는 같은 개회식 자리에서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라는 것은 정의당보다 더 아래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현장에 내려가서 농민·자영업자·중소기업·청년실업자, 그분들의 힘이 돼주고 목소리가 돼주는 게 평화당이 할 일이고 존재이유"라고 맞받았다.
치열한 노선 및 정체성 논쟁이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후 평화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5시 20분 무렵부터 약 7시까지 100분에 걸쳐 기자들을 물린 채 비공개로 당의 진로와 정체성에 관해 격렬한 '백분토론'을 벌였다.
이용주 원내수석부대표는 토론 직후 브리핑에서 "그 (비공개 토론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브리핑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며 "일부 의원들은 '현재의 모습이 지속되면 당을 함께 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을 준 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비공개 토론의) 내용 중에서는 우리 당이 굉장히 어려운 상태에 처해 있으며, 앞으로 민주평화당이 존립할 수 있을지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며 "그렇게 (존립하기) 위헤서는 어떠한 대안이 필요한지 여러 의원들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줬다"고 부연했다.
'당을 같이 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하면 정치적 수사로 점철된 토론이 아니라, 상당히 솔직담백한 수준의 논쟁이 오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의원들이 이처럼 흉금에 있는 말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역설적으로 평화당이 여전히 단합으로 갈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당의 진로와 정체성에 관한 논쟁 외에도 정책적 토론도 상당히 심도 있는 수준으로 오갔다.
박주현 의원이 제기한 '수도권 대학 정시 90% 이상 의무화'는 유은혜 더불어민주당의 사회부총리 지명이라는 상황 속에서 학부모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적절한 '이슈파이팅'이라는 관측이다.
또, 윤영일 의원이 제기한 '연안 여객선(페리) 준공영화 또는 대중교통화'도 동석한 의원들조차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됐느냐"고 개탄할 정도로 평화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서·남해안 도서 지역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장 원내대표도 "도서 지역 주민들도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똑같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런 것이야말로 바로 보편적 복지"라면서 "당의 노선에 부합하는 사례라고 생각해서 이것 역시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화답했다.
평화당의 정책적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었다. 김종회 의원이 농업 예산을 국가예산의 5%로 올리자는 제안을 하자, 장 원내대표는 "지금이 3.1%인데 내년에 바로 5%로 하자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중기재정을 5년 단위로 설정하기 때문에 2023년까지라면 가능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이라) 사회적 아젠다가 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의원 수 17명 정당이지만,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예산·재정전문가가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등 평화당의 정책적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였다는 지적이다. 정동영 대표도 이를 고려한 듯 개회식에서 "우리 당 17명의 의원들은 한 분 한 분이 다 일당백의 인재"라고 추어올리기도 했다.
평화당이 정책정당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역량은 충분하지만, 당의 진로나 정체성을 놓고 이견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결국 정 대표가 의원들이 주문한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하느냐가 향후의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이용주 원내수석은 "(당을 함께 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씀의 취지는 현재의 지도부나 당의 균열된 모습이 지속되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며 "당의 단합과 포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그런 말씀을 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