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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무력감 품은 청춘들…이창동X유아인 '버닝'

부수정 기자
입력 2018.05.06 08:06
수정 2018.05.06 08:48

이창동 감독 8년 만에 스크린 복귀

유아인·스티브 연·전종서 주연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창동 감독 8년 만에 스크린 복귀
유아인·스티브 연·전종서 주연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버닝'이 영화제 전 국내 기자회견을 열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 감독의 6번째 장편영화인 '버닝'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했다. 이 감독은 '시'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

영화는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

'버닝'은 현지 시간으로 오는 16일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된다. 국내 개봉은 17일로, 칸 일정상 국내 언론 시사회에는 배우들과 감독이 불참한다.

4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은 "8년이라는 시간이 짧지 않아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젊은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리고 싶었는데 '버닝'이 그 결과물"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요즘 세상을 생각해봤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못 살고, 힘들어지는 최초의 세대라고 생각한다. 계속 발전했지만, 더 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젊은이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분노도 생각했고, 무엇 때문에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를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2009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에 위촉됐고, 2010년에는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2007년 '밀양'에 출연한 전도연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파인하우스필름

그는 "영화라는 매체와 관련해 스스로 변한 생각을 '버닝'에 담았다"며 "원작의 의미를 살리고 싶어 '버닝'이라는 제목을 썼다. 영어이기

도 하지만, 일상 속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쓰기도 한다. 무언가에 열중할 때 쓰기도 하지만, '버닝'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현실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상의 스릴러와 긴장을 담았다"며 "누구나 명쾌하게 받아들일 결말은 아니지만, 커다란 충격이나 반전일 수 있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결말이다. 젊은이들의 정서와 감각을 통해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디렉팅에 대해선 "목표를 가지고 몰아붙이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배우 스스로 인물의 감정을 느끼길 바랄 뿐이다. 상황이나 감정이 어려울 때 배우 스스로 거기까지 도달할 때 어려운데, '버닝'은 감정을 몰아붙이는 상황이 거의 없다. 특별한 디렉팅 없이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했다. 배우들이 자유롭게 인물에 접근하길 바랐고, 세 배우가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 해냈다"고 전했다.

유아인이 주인공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20대 청년 종수를 맡았다.

처음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된 유아인은 "뜨거운 관심이 부담스럽다"며 "영화를 알리는 만큼 영화를 잘 소개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유아인은 또 "표현에 대한 강박에서 좀 벗어나 연기하고 싶었다"며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연기하며 해석의 여지가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숙제였다"고 했다.

이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데 청소년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영화"라며 "'버닝'은 관객 입장에서 봤을 때 정말 다르고 새로운 영화이자, 영화의 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작품이다. 모두가 꿈을 꾸지만 세상이 꼭 그렇게 좋아지는 것만은 아니지 않으냐. 명쾌한 메시지를 갖고 전달하는 것보다 '버닝'이 보여주는 방식이 더 윤리적으로 느꼈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진실이라는 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원작을 읽기 전 시나리오를 읽었다는 유아인은 "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구체적인 묘사가 담겨 있어 인상적이었다"며 "'버닝'은 원작과는 다른 작품이고, 전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영화"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스티브 연이 정체불명의 남자 벤을 연기했다. 원작을 먼저 읽었다는 스티브 연은 "시나리오에 원작이 가진 느낌을 온전히 표현해내고, 새로운 색깔을 입힌 감독님의 능력에 놀랐다"며 "'버닝'은 독특하고 의미가 있는 동시에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보편성도 지녔다"고 말했다.

신인 전종서는 종수의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 역을 맡았다. 전종서는 이 감독이 수개월간 진행한 오디션을 통해 최종 발탁됐으며,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신인이다. 현재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휴학 중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다.

전종서는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없다"면서 "지금 소화하고 있는 스케줄이 처음 겪어 보는 거라 긴장되고 불안하다. 관심도 부담스럽다.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당당하게 보여드리겠다"고 웃었다.

영화에 대해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으로서 느끼는 분노, 억울함 등 여러 감정이 미스터리하게 영화에 담겼다"며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영화는 '데드풀2'와 경쟁한다. 이 감독은 "'어벤져스'나 '데드풀2'이 어떤 영화인지 모른다"고 웃은 뒤 "'어벤져스'의 강풍이 빨리 잦아들고, '버닝'이 관객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한다. '버닝'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자극적인 장면은 없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자극적이고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5월 17일 개봉.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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