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운재건 프로젝트 가동…2022년 매출액 51조 목표
입력 2018.04.05 11:00
수정 2018.04.05 11:08
해수부, 해운재건 5개년 계획 발표…화물 확보·200척 선박 발주·자발적 구조조정 추진
해수부, 해운재건 5개년 계획 발표…화물 확보·200척 선박 발주·자발적 구조조정 추진
한진해운 파산 사태로 위기에 빠진 국내 해운산업의 재건에 정부가 본격 나선다.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해운 매출액 51조원을 달성하고, 조선업 경기회복과 수출입 물류 경쟁력 확보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6년 기준 해운 매출액은 29조원으로, 10년 전인 2008년 해운 매출액이 51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해운산업은 그만큼 쪼그라든 것이다.
5년 후 51조원이라는 목표치도 최대한 과거의 최고실적치 기준으로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국해운은 매출액이 10조 원 이상 줄어들었고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아직도 전체 선사의 43%에 해당하는 60개 선사가 부채비율 400%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 기간산업으로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해운산업의 위상이 큰 타격을 입었고, 10년간의 장기 해운 불황속에서 치열해진 시장경쟁과 2020년으로 예정된 각종 환경규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의 한국 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한 골드타임은 많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또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산업과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입산업과의 협력관계를 고려할 때 해운재건이 단순히 해운산업만 살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출발점이라는 인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TF를 구성, 해운재건을 위한 향후 5년간의 구체적인 투자방향을 1여 년 간 고민해온 결과 ‘해운재건을 통한 공생적 산업생태계 조성’을 비전으로, ▲경쟁력 있는 서비스·운임에 기반한 안정적 화물확보 ▲저비용·고효율 선박의 확충 ▲지속적 해운혁신을 통한 경영안정을 3대 정책 추진방향으로 설정했다.
정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1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확정했다.
◆국내화물 적취율 10%만 올라가도…선사 경영개선 성과
우선 안정적 화물확보와 관련해서는 선주와 화주 간 공동협의체를 운영해 상생협력을 통한 안정적인 화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들이 추진된다.
수출입 기업과 해운기업 간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대화채널을 운영하고, 화주와 조선소가 선박자금을 투자하는 상생펀드의 조성, 믿을 수 있는 우수 선·화주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컨테이너 화물에 대한 장기 운송계약 모델 개발 등이 진행된다.
특히 남북분단 상황에서 원유, 석탄(무연탄유연탄), 철광석, 천연가스 등의 필수 전략화물에 대해서는 국적선사 적취율을 직접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
2000년 이후 규제개혁 차원에서 사라진 전략화물 국적선사 의무 운송제(한국형 화물 우선적취 방안)의 재도입을 추진해 국적 선사들의 고정 화물량을 통한 안정적인 운송계획을 가능케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제적인 통상마찰을 피해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국내화물 적취율이 지금보다 10%만 올라가더라도 국내 해운사들의 경영개선에는 엄청나게 도움이 될 만한 실적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제적인 규범과 기준에 부합되는 한 최대한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전략화물을 취급하는 공기업과 수출입 대형기업들을 직접 찾아가 비즈니스를 할 생각”이라고 의지를 표했다.
또한 영업구조상 장기운송계약을 맺기 어려운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에는 장기운송계약 모델을 개발하고, 공공화물 운송에 대한 입찰 기준인 최저가낙찰제를 종합심사낙찰제로 전환해 국적 선사의 운송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3년간 200척 공적자금 3조원 투입…건실한 중소선사에 금융지원도
선사의 마중물이 될 200척 이상의 선박 신조 발주 투자도 지원한다. 총 8원가량을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선박건조 프로그램에 투입할 계획으로, 우선 3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7월에 설립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기존의 선박 신조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3년간 200척 이상의 신조 발주가 추진된다. 선박 발주에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20척을 포함한 컨테이너 선박 60척 이상과 중소 선사의 벌크선박 140척도 포함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대상선 지원 몰아주기’라는 비판적 시각에 대해서 해수부는 선사지원책 중 현대상선에 대한 직접 지원은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현대상선은 현재 민간기업이 아닌 공적자금이 투입돼 ‘어떻게든 살려 회수를 해야하는 공기업’이라는 대명제가 있고,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99% 이상을 해상운송을 통해 해결하는데 구주나 미주를 운항하는 선박과 노선이 없어진 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해,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원양항로의 회복과 원양선대의 회복이 급선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금융지원은 신조 선박만이 아니라 중고선박, 선박 평형수 처리시설 설치 등 다양한 대상을 포함하며, 금융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던 건실한 중소선사에 대한 문턱도 낮춘다.
올해 신설된 친환경선박 대체 보조금을 통해 2022년까지 50척 이상의 대체 건조를 지원할 예정이며, 유사시를 대비한 필수 해상운송 능력 보유를 위한 ‘국가필수 해운제도’도 관련법 제정을 통해 도입할 계획이다.
제2의 한진사태를 막기 위해 공공선박을 통한 필수 화물운송과 화물하역을 위한 필수항만 사업체 지정·지원을 통해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화물 하역이 가능하게 안전망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해운연합 중심 구조조정 추진, 글로벌 터미널 매입·운영 등 추진
선사들의 자금부족을 막기 위해 선사의 중고선박을 매입해 임대해주는(S&LB, Sales & Lease Back) 프로그램을 공사와 캠코를 통해 폭넓게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된다.
사전적 대처방안으로 해운시장의 변동성을 체크해 정확한 시황정보 제공과 함께 선박투자 컨설팅, 재무상황의 점검, 운임·환율 등의 리스크 관리를 지원하며, 중장기적으로 해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운임선도 거래시장 조성도 추진된다.
선사 자체적으로는 한국해운연합(KSP)을 통한 경영혁신도 추진한다. KSP내에서 이미 세 차례의 항로 구조조정 협의가 자발적으로 진행됐고,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컨테이너 부분통합 계획도 발표됐다.
정부는 이를 이어 유휴선복 교환, 신시장 개척, 터미널 공동사용까지 범위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김영춘 장관은 “업계들 스스로가 이미 통합작업이 불가피하다고 느끼고 있는 상황으로, 선사들의 경영개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스로의 판단과 합의로 추진하면 정부는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생각”이라면서 “개별 선사들의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조정해내고,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상생적 구조조정과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는 요체인 한국해운연합 같은 조직체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계 스스로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그 과정에서 동반자로서, 또 어떤 면에서는 동지로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향후 물동량과 성장률을 감안한 해외 주요항만 터미널 확보를 위한 한국 글로벌 터미널운영사(K-GTO)도 육성키로 했다. 선사뿐만 아니라 해양진흥공사 등의 투자를 더해 부산 신항은 물론 아시아지역의 항만, 유럽지역의 주요 터미널 매입이 시도된다.
해수부는 앞으로 이 같은 해운재건 계획이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의 개정, 해양진흥공사의 설립 등의 후속절차를 준비하고, 각종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진행상황과 예산 등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다각적인 정부의 재건 방침에도 한진해운 사태가 영향을 끼친 국제적인 신인도 하락과 불신, 코리아 리스크가 넘어야 할 벽이다.
정부도 이 부분에서는 단번에 해소될 상황이 아니기에 점진적인 신뢰 회복과 전략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영춘 장관도 이와 관련해서는 “해외 투자회사 등을 만나보면 한국 해운에 대한 리스크가 커 불안하다고들 한다”며 “하지만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설명하면 동참할 용의가 있다는 대답도 들었다”며 “정부가 명확한 의지를 보이고 적어도 5년 정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