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통합보다 연대"…상처만 남은 '호남 달래기'
입력 2017.10.25 16:23
수정 2017.10.25 17:54
정책연대 선회한 안철수, 일방향 소통 지적 사과없어
호남계 토론없는 연대논의 무의미…갈등의 불씨 여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논의 대신 정책연대를 우선 추진할 것이라는 뜻을 명확히 했다. 지난 18일 국민정책연구원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통합 여론몰이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노선을 변경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결정은 당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부 반발이 예상보다 커지자 지도부 차원에서 한 발 물러나 호남 달래기로 선회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 호남계 의원들은 통합과 연대 방안이 공론화 과정 없이 진행된 일방향 결정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어 안 대표는 통합논의에 상처만 남게 됐다는 지적이다.
정책연대로 선회한 안철수, 일방향 소통 지적에 사과없어
안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당의 가치와 정체성이 공유되는 수준에서 연대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며 사실상 통합 대신 연대를 인정했다.
그는 "통합과 연대 시나리오가 입에 오르내리며 마치 정치적 모색의 차원을 넘어 무언가 갈등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말들이 오갔다"며 최근 통합 논의와 관련된 내·외부의 갈등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갈등은 "우리 모두가 더 강해지는 길, 지지자들이 더 원하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통합 드라이브의 논란이 된 호남과의 갈등 배경과 사과 입장은 배제된 채 결과만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
회의가 끝난 후 "통합 논의가 붉어지는 과정에서 지도부 비판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대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을 말씀했다. 국정감사가 지나고 이 부분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 했는데 너무 말이 많아 예정보다 일주일 앞당겨 회의를 열고 (연대를)결정했다"며 사실상 통합과 관련한 내부 갈등에 압박을 받았음을 시사했다.
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의원들도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가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손금주 대변인은 "앞으로 정책연대, 선거연대 과정의 진행과 관련된 부분은 국감이 끝나고 실제 의원들의 당내 적극적인 의견 개진 과정을 거쳐서 진행하자고 논의가 모여졌다"고 말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김동철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통합을 위해서는 압도적 지지가 필요하고 통합 상대방과의 호의, 국민여론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통합에 대한 논의가 지금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의미를 피력했다.
호남계, 토론없는 통합·연대 논의 사실상 무의미…갈등의 불씨 여전
정책연대 방안이 결정됐지만 미봉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당 호남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통합·연대 결정은 당내 공론화 과정이 없는 일방적 행보라는 입장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날 연석회의 도중 퇴장하며 "노적에 불질러놓고 싸라기 몇 개 주어서 통합이라고 할 수 없다"며 "국정감사가 끝나고 통합도, 선거 연대도 좋고 무엇이든지 강한토론을 통해서 하자"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분위기를 만들고 정보를 공유해야지 왜 당의 문제를 가지고 의원들의 정신을 빼느냐"며 "(연대를)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공개, 비공개 논의를 통해 해야한다. 지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가 아무도 모르게 여론조사를 해서 발표하고, 누가 또 전수조사해서 30명은 찬성하고 5명은 유보하고 5명은 반대하면 도로 40석 아니느냐"며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 국민이 40더하기 20으로 60석이 되는 정당을 누가 반대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번 연대 결정이 장기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한 해답이 아닌 단순히 호남계 반발을 의식한 출구전략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통합포럼' 향후 양당 정책연대 주요기구로 활용강화
앞으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간의 연대는 지난달 발족한 국민통합포럼을 통해 강화될 방침이다. 우선 소득주도성장의 한계, 아파트 후분양제, 선거구제 개편 등과 관련해 정책연대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양당 간 가장 공감대가 큰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개혁법안 과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가진 기자들과 오찬에서도 선거제도와 관련 "지금의 소선거구제 형태를 바꿀 수 있다면 중대 및 연동형 비례제 어느 한 쪽을 고집하지 않고 합의된 쪽에 따를 것"이라며 밝힌 바 있다.
정부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의 양당체제에서 탈피하기 위한 다당제를 당의 목표로 삼아 가능하면 '정당명부비례대표제' 추진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바른정당 또한 선거구제 개편에 공감하고 있어 이번 사태로 어색함을 봉합하는데 사실상 최적의 논의 과제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번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호남계 의원들과의 갈등, 바른정당과의 당 정체성 문제를 국민통합포럼을 통해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