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 출입 기자도 인정, 중위권 전락 임박
입력 2017.10.16 09:59
수정 2017.10.17 14:11
경쟁팀들, 감독 영입으로 반등 분위기 조성
아스날만 골든타임 놓치고 벵거에 묶여 답보
아르센 벵거와 영광을 함께한 아스날의 성공스토리는 이제 먼 이야기다.
두 차례의 더블(리그, FA컵 우승), 무패 우승 신화,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모두 벵거 감독이 아스날에서 일궈낸 대단한 업적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과거의 영광일 뿐 현재의 아스날은 너무 암담하다.
왓포드전 패배는 아스날의 현 주소를 90분으로 집약한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아스날은 지난 15일(한국시각) 영국 왓포드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왓포드와의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지난 8월 열린 3라운드 리버풀전 0-4 대패 이후 다시 한 번 맛본 무기력한 패배였다. 알렉시스 산체스, 메수트 외질이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왓포드전 패배를 정당화 할 수 없다. 둘은 줄곧 재계약을 미루며 이적을 모색 중이다.
산체스가 없는 아스날 공격진은 너무 빈약했다.
알렉상드로 라카제트가 최전방에서 수시로 수비 뒷공간을 침투하거나 매끄러운 연계 플레이를 통해 공격 작업에서 힘을 보탰지만 정작 자신에게 향하는 양질의 패스를 공급받지 못했다. 2선을 받친 대니 웰벡, 알렉스 이워비는 냉정하게 기량 미달이었고, 라카제트의 조력자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스날 출입 기자 존 크로스는 경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산체스 없는 아스날 라인업은 중위권 팀”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산체스가 비록 경기 템포를 끊고 턴오버를 기록하는 횟수가 잦은 편이지만 정작 모험적인 패스나 드리블 돌파로 기회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크렉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산체스의 유무에 따라 아스날 공격력은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또 아스날의 허리진은 벵거 감독 부임 후 가장 취약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트릭 비에이라-질베르투 실바는 아스날의 전성 시대를 이끌었으며, 이후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아름다운 패스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현재 아스날의 허리는 그라니트 자카, 모하메드 엘네니, 아론 램지가 책임지고 있다. 다른 경쟁팀들과 비교해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클래스이며, 이들의 중원 장악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자카는 좌우로 벌려주는 오픈 패스로 활로를 개척하는데 매우 능한 반면 느린 순발력과 수비 상황에서 큰 문제점을 야기하는 반쪽짜리 미드필더다. 램지는 공격 본능을 숨기지 않은 채 미드필더의 본분인 수비를 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없다. 그리고 엘네니는 빅클럽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클래스가 결코 아니다.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한층 안정되는듯 보였던 벵거식 스리백은 다시 왓포드전에서 궤멸되고 말았다. 왓포드는 왼쪽 윙어 히샬리송의 역동적인 돌파와 스피드로 아스날 측면을 사정없이 무너뜨렸다.
아스날은 졸전에도 전반 39분 페어 메르테자커의 세트 피스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줄곧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강팀이라면 꾸역꾸역 이기는 경기를 펼쳐야 하며, 한 골의 리드를 지킬 수 있는 수비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게 기본이다. 하지만 아스날의 강인하지 못한 수비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더욱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은 벵거 감독의 용병술이다. 벵거 감독은 산체스가 없는 가운데 그나마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라카제트를 불러들이고, 올리비에 지루를 투입했다.
언제나 후반 중반 이후 지루의 투입으로 변화를 가져가는데 결과적으로 지루는 이렇다 할 슈팅 기회를 생산하지 못했다. 차라리 라카제트를 2선으로 내리고 지루와의 공존을 시도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교체였다.
동점골 헌납 이후 왓포드에 완전히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경기 중 부상을 당한 로랑 코시엘니 대신 롭 홀딩을 투입했다. 홀딩은 올 시즌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노출한 센터백이다.
오히려 스리백 대신 포백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잭 윌셔와 같은 중앙 미드필더 투입을 통해 중원을 단단하게 가져갔다면 경기 양상은 다르게 흘러갈 수 있었다.
그러나 벵거의 이러한 교체는 승리를 위한 모험수가 아닌 무승부라도 거두겠다는 의도에 불과했다. 아스날 팬들은 우승을 원한다. 4위권 싸움에는 관심이 없다. 이 경기에서 비기면 선두 맨체스터 시티와는 무려 8점차로 벌어진다.
벵거의 소심한 대응은 끝내 화를 불러 일으켰다. 더욱 엷어진 아스날 수비를 맞아 왓포드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고, 후반 추가 시간 트로이 디니의 역전골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벵거 감독의 지키기 전략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아스날은 매 시즌 이런 패턴의 경기를 반복해온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 경쟁팀들은 감독 교체와 여러 가지 변화를 통해 팀을 발전시키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 4년간의 암흑기를 보낸 뒤 주제 무리뉴 감독 체제 하에 선두권으로 부상했으며, 맨체스터 시티 2년차 펩 과르디올라도 지난 시즌 실패를 뒤로 하고 팀을 강하게 변모시키는데 성공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아스날을 앞지르며 북런던의 맹주로 자리잡았고, 리버풀은 아스날의 챔피언스리그 본능을 처참하게 부셔버렸다. 첼시는 지난 3시즌 가운데 두 차례나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오직 아스날만 제 자리다. 아니 오히려 내리막이다. 아름다운 이별을 할 골든 타임을 놓친게 치명적이다. 벵거와의 2년 계약 연장이 악수가 된 것이다.
지난 여름 아스날은 흑자를 기록했다. 많은 돈을 쏟아부으며 선수를 영입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아스날은 적자가 아닌 돈을 지갑에 채우는데만 급급했다는 방증이다.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로 큰 타격을 입은 팀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보다.
벵거 감독은 지난 시즌 스리백 변화를 통해 반전에 성공했다. 공식 대회 10경기에서 9승 1패를 기록하며 마지막에는 FA컵 우승으로 장식했다. 그럼에도 리그 5위라는 순위표는 아스날 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한다. 올 시즌 다시 한 번 스리백을 플랜 A로 내세우고 있지만 수비 불안은 남아있다.
브리티시 코어 정책의 실패, 외질과 산체스 등 에이스의 이탈이 임박한 가운데 지금 아스날이 희망을 걸 요소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적어도 다른팀들은 이른바 ‘감독빨’을 통해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이제 벵거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은 참으로 절망적이다.
그렇다면 벵거 감독이 새롭게 꺼내들 반전 카드가 정녕 남아있을까. 분명히 벵거의 아스날은 내리막을 걷고 있으며,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