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불안한 특검?…추측진술 강요 증언에 당황
입력 2017.05.28 09:58
수정 2017.05.28 19:57
"진술 바로잡으러 나왔다" 예상 밖 증언에 장황한 추궁 계속
유도신문 이어가 재판부로부터 지적 받기 일쑤
"진술 바로잡으러 나왔다" 예상 밖 증언에 장황한 추궁 계속
유도신문 이어가 재판부로부터 지적 받기 일쑤
“질문 다시 정리하라.” “넘어가시죠. 계속 반복해서 묻지 말고.”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증인의 대답이 예상을 벗어나자 장황한 질문과 추궁이 반복됐다. 평정심을 잃은 듯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특검을 향한 재판부의 ‘따끔한 지적’은 장장 15시간 동안 이뤄진 ‘마라톤 공판’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다.
26일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제19차 공판은 그간 논란이 돼 온 특검의 유도신문, 고압적 태도가 반복됐다. 취재진과 방청객 사이에서도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공판에는 윤희만 서울세관 주무관과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특히 삼성물산 합병으로 강화된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처분 주식수 규모를 당초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축소하게 된 결정이 삼성 혹은 청와대로부터 부정청탁을 받았기 때문 아니냐는 특검의 의심을 받고 있어, 공판의 ‘핵심 증인’으로 꼽혀왔다.
특검의 당황한 기색은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윤 주무관 신문 때부터 느껴졌다. 윤 주무관은 삼성전자가 독일 코어스포츠나 삼성전자 독일 법인 등에 송금한 내역서 등에 대해 실무자 입장을 설명했다.
윤 주무관은 “예금거래신고서에 기재된 목적대로 우수 마필과 차량 구입에 사용했다면 문제가 없다” “외환 송금이 이뤄진 후에도 삼성전자가 예금 거래 신고를 했는데 현지 사정 변경에 의해서 (실사용자가) 바뀌는 경우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려던 특검의 입장에서 ‘예외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인지 특검의 말은 빨라지고, 같은 질문을 여러 차례 장황하게 늘어놨다.
특검은 “삼성전자가 승마단에 사용할 마필이나 독일에 있는 선수 마필, 마필 운송 차량 구입하는 것처럼 증빙을 하고 돈을 보냈다라는 것은 명백한 허위 아닐까요?”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간 가공의 계약을 하고, 예금신고를 한다면 허위 신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 등 전제가 달린 질문으로 유도신문을 수차례 했다. 윤 주무관은 “말씀하신 전제가 맞다면~”이라면서 '추정'을 전제한 답변으로 응수했다. 이에 재판부는 특검을 향해 “질문을 다시 정리하라”고 꼬집었다.
추측 의한 진술 강요 주장에 '진땀'
특검의 이 같은 태도는 오후 ‘핵심 증인’인 김 전 부위원장 신문 때 확연하게 드러났다. 특검조서 내용과 김 전 위원장의 진술이 엇갈리면서다. 특검은 김 전 부위원장이 지난 2월 특검 조사 당시 특검의 전제의 의한 진술 조서가 작성됐고, 추측에 의한 진술 강요가 있었다고 폭로하자 더욱 당황한 듯 언성을 높였다.
특검은 김 전 부위원장의 진술 조서 중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저에게 전화해 삼성이 종전 검토 결과에 대해 계속 불만이 있으니 제대로 검토해 달라고 했다’라는 부분을 제시하며 김 전 부위원장의 진술을 압박했다.
하지만 김 전 부위원장은 “내가 한 말은 없다. 그래서 바로 잡으러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가 ‘저런 스토리 아니겠느냐’고 말해서 그렇다고 동의했다”며 “(제가) 수차례 아니라고 얘기했음에도, 검사가 그래야 앞뒤가 맞다고 얘기해서 제가 기억력이 좋은 편도 아니고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어서 동의했다”고 털어놨다.
특검은 당황한 듯 “그렇게 진술한 거 맞느냐” “증인 자꾸 말을 바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은 여러 차례 이뤄진 증인 신문에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증인에게 유도신문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증인의 진술조서와 법정에서의 증언이 달라 끼워 맞추기식 수사, 부실 및 강압수사 논란을 빚어왔다.
이에 변호인단은 "증인(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삼성의 이익을 위해 위법한 행위를 한 바 없음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통령에게 순환출자 해소시 처분주식 범위에 대해 청탁하거나 뇌물수수 혐의가 있었다는 증언은 전혀 없었다"면서 "피고인이 처분주식 범위에 관여했거나 장충기, 박상진 등이 청와대나 공정위에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점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변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