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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인용] ‘탄핵의 길’...정운호 '입점비리'부터 시작과 끝

한장희 기자
입력 2017.03.10 14:58
수정 2017.03.10 16:08

정운호 도박사건이 발단…법조비리 전면에 드러나

홍만표 → 진경준 → 우병우 이어진 커넥션, 최순실 등장

92일만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로 끝난 탄핵정국

지난해 11월 29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에 앞서 인사하는 모습. (자료사진) ⓒ청와대 제공

10일 헌법재판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인용했다. 이로 인해 피청구인인 박근혜 대통령은 파면됐다.

박 대통령의 탄핵은 거슬러 올라가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사건이 나비효과가 돼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는 ‘최순실 게이트’로 번지면서다.

화장품 중견기업 대표의 도박사건이 법조비리로 이어졌고, 면세점 입점비리와 정경유착 사건을 거쳐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비리 의혹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지난해 5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데일리안

정운호 도박사건이 발단…법조비리 전면에 드러나
사건은 약 2년전인 지난 2015년 4월 도박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정 전 대표가 수임료를 두고 다투다 자신의 변호사를 폭행하면서 시작된다.

폭행당한 변호사는 최유정 변호사로 부장판사 출신이다. 이 사건으로 최 변호사가 법관의 전관예우로 정 전 대표로부터 변호사 수임료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정운호 ‘8인 로비리스트 메모’가 드러난다. 정 전 대표의 구명을 도운 이들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와 김수천 부장판사가 포함돼 있었다.

홍 변호사는 정 전 대표에게 수사무마 청탁 대가로 3억원, 김 부장판사는 재판부에 민사소송을 부탁하는 대가로 정 전 대표에게 1억8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운호 게이트는 전관예우, 부정청탁, 부당한 수임료 등 법조비리의 종합판이었다. 정운호 게이트의 불똥은 법조계에서 재계로도 옮겨 붙었다. 면세점 입점 비리 의혹도 제기되면서다. 검찰 조사 중 정 전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을 롯데면세점에 입점 시키기 위해 롯데그룹 신영자 이사장 측에 10억원이 넘는 돈을 줬다는 진술이 터져 나오면서다.

이 진술로 검찰은 신 이사장을 구속 수감했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롯데그룹이 수십억 원대의 비자금을 형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검찰 소환까지 이뤄졌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홍만표 → 진경준 → 우병우 이어진 커넥션, 최순실 등장
2015년 5월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비리에 대해 검찰이 조사를 시작하자 진경준 전 검사장이 대량의 넥슨 주식을 무상으로 받아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도 등장한다. 차익은 120억 원대였다.

진 전 검사장과 넥슨이 검찰과 여론의 집중을 받자 넥슨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계도 추가로 밝혀진다.

우 전 수석이 처리 곤란해 하는 부동산을 넥슨이 거액에 샀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진 전 검사장이 이를 알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어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이 줄줄이 제기됐다. 아들의 의경 복무 특혜, 가족회사를 이용한 탈세 논란이 일었다.

비슷한 시기 정운호 전 대표는 재판에서 “홍만표 변호사가 민정수석(우병우 전 수석)을 잡아놨다고 말해 걱정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 변호사와 민정수석의 커넥션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이때 청와대는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언론사를 비판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다.

우 전 수석 비리 의혹을 보도한 해당 언론사는 8월 초 미르·K스포츠 재단이 기업에 압력을 넣어 900억원대에 가까운 돈을 모금했다는 보도도 한다.

정경유착의 결과물인 미르·K스포츠 재단 자금 모금 의혹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서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등장한다. 지난해 9월 20일 최순실씨가 미르·K재단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보인다는 보도내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한 사실이 드러난다. 이대 학생들의 반발과 여론의 압박에 의해 최경희 전 총장이 사임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에 대한 의혹보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최씨와 박 대통령 관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일방적 의혹 제기”라며 최씨에 대한 의혹을 일축했다.

알선수재 혐의로 두 번째 체포영장이 집행된 최순실씨가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강제구인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박근혜-최순실 관계규명할 증거 ‘태블릿PC’ 등장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증명할 태블릿PC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반전됐다. 지난해 10월 24일 최씨의 것이라 추정되는 태블릿PC가 언론에 공개됐다. 그 안에는 대통령 연설문, 국정 기밀문서들이 담겨있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가 증명되고, 정계에 떠돌던 비선실세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분노했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위임한 권력을 대통령이 아닌 일반인이 이용했다는 사실과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대통령의 태도 때문이었다.

태블릿PC가 공개된 그 주 토요일인 지난해 10월 29일 ‘최순실 게이트’를 비판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처음 열렸다. 주최 측 추산 3만명이 참여했다.

2차 촛불집회에는 20만명이 참여했고 3차집회에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참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촛불집회는 규모도 커지고 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띄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탄핵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3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1월 26일 열린 5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에서 190만개의 촛불이, 12월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에는 232만개의 촛불이 모이자 대통령 탄핵을 놓고 당리당략만을 앞세우던 여야 의원들을 움직이게 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효 7표, 기권 1표를 받아 국회를 통과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에서 탄핵을 인용하고 있다. 이 권한대행은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 라고 선고했다. ⓒ사진공동취재단

92일만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로 끝난 탄핵정국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탄핵소추안은 국회의장의 서명을 거쳐 국회 소추위원장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의해 청와대와 헌법재판소에 전달됐다.

이 때부터 박 대통령의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고, 헌재도 주심재판관으로 강일원 재판관이 지명됐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공식 수사를 개시한 박영수 특검과 별도로 국회 차원에서도 국정농단 실체를 밝히기 위한 청문회가 진행됐다.

총 7차례 진행된 청문회에는 대기업 총수 8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을 해체한다고 선언했고, 전경련 탈퇴도 약속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재벌 간의 검은 거래 의혹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1월 5일 청문회에서는 청와대 내부에서 박 대통령이 미용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1월 9일 열린 마지막 청문에서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났다.

조윤선 전 장관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블랙리스트를 작성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달 7일 특검에 구속됐다.

특검과 헌재에서 국정농단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조사가 숨가쁘게 이어졌지만 박 대통령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1월 25일 당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9번째 변론에서 “늦어도 3월 13일까지 사건의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며 선고 날짜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특검 연장안 거부와 국회 차원의 연장 개정안 직권상정도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역대 최고의 수사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함께 아쉬운 뒷맛을 남겼다. 특검이 세월호 7시간 의혹 해명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끝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월 27일 마지막 변론을 끝으로 평의에 돌입한 헌재는 지난 8일 선고기일을 공표하고 10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외침으로 92일 숨 가쁘게 달려온 탄핵이 마무리됐다.

한장희 기자 (jhyk77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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