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인용] 헌재 '대통령 파면' 결정 근거는
입력 2017.03.10 13:31
수정 2017.03.10 18:08
헌재 "세월호 참사는 탄핵사유 아니다…직접 구조의무 없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가 10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내린 주문은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법률이나 헌법 위반행위의 ‘중대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헌재가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과 관련한 '소추 사유'의 5가지 판단에 탄핵 결정문을 통해 살펴본다.
비선 국정농단 따른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순실씨에게 총 47회에 걸쳐 각종 연설문과 정책 및 인사 자료 등 공무상 비밀이 담겨 있는 문건을 이메일 등으로 전달한 것이 비선 국정농단 따른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 탄핵 사유다. 특히 박 대통령이 최씨가 국정에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등 사인에게 국정을 맡겨 헌법상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문체부 공무원 강제퇴직 등과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피청구인이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노 국장과 진 과장이 피청의 지시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당하고, 노 국장은 결국 명예퇴직 하였으며 장관이된 유진룡 면직됐고, 비서실장 김기춘이 문체부 제1차관에게 지시하여 1급 공무원 6명으로부터 사직서 제출받아 그 중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증거 종합하더라도 피청구인이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방해됐기 때문에 인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유진룡이 면직된 이유나 김기춘이 6명의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직서 제출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하지 않다는 게 헌재 결론이다.
대통령의 권한 남용
대통령의 권한 남용 탄핵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출연한 행위가 박 대통령 강요에 따른 데서 비롯됐다. 출연금의 전체 규모는 물론, 기업들의 대략적인 출연액까지 일방적으로 청와대가 결정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나 기업들과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재단의 임원 선출이나 조직 구성은 물론, 사무실 위치 등 세밀한 부분까지 최씨와 상의해 결정한 후 이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달했고 재단설립 이후 사업과 인사, 운영과정에도 깊숙하고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게 쟁점이다.
그러나 헌재는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한 기금 모금이 대통령의 공정한 직무수행 의무를 위배해 파면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최 씨를 위해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 윤리법 등 준수해야 하는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헌재는 기금 모금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기업 경영의 자율권을 침해했다고도 지적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의 이러한 헌법 및 법률 위반이 대통령직에서 파면할 정도로 중하다고 판단했다.
언론 자유 침해
'정윤회 문건'을 최초로 보도한 세계일보의 조한규 사장을 사임하게 하고 검찰 수사 및 세무조사를 벌여 추가보도를 자제하게 한 데는 청와대의 조직적 관여가 있었다는 게 언론자유 침해 사유다. 특히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 등을 근거로 보도 직후 대통령이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외부로 문건을 유출하게 된 것을 '국기문란'으로 정의내리면서 해당 문건의 외부 유출 및 보도가 문제라는 취지로 발언한 점이 쟁점이 돼왔다.
하지만 헌재는 대통령이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하고 대통령이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이고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밝히라며 비난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해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했다는 주장은 불분명하다"고 결론지었다.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 16일 본관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아 생명권 보호 의무를 성실히 다하지 않는 것도 탄핵 소추사유로 지적됐다. 박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에 있었다고 하지만 국회 청문회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안보실장은 당시 대통령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소추사유에는 비서관에게 전화 한 통이면 파악할 수 있는데 몰랐다는 것은 박 대통령이 '보고를 받지 못할 상태'였음을 뜻하고, 곧 의무 위반이라고 명시됐다. 이후 관련 회의도 참석하지 않았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중앙대책본부에 나타나 추상적인 구조 지시를 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헌재는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탄핵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아울러 헌재는 세월호 사건이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과 만나 기업의 현안을 언급하며 정부가 민원을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소추사유에 해당한다. 기업들로 하여금 민원을 해결해주거나 적어도 불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출연하게 함으로써 결국 뇌물을 수수했다는 것이다.